[서울=내외뉴스통신] 나주영 기자

JTBC 수목드라마 ‘런 온’(극본 박시현, 연출 이재훈, 제작 메이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지음)이 기존 드라마에서 쉽게 조명된 적 없던 육상 선수와 영화 번역가라는 직업을 풀어내는 섬세한 이야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희망을 안고 꿈을 꾸기 시작한 사람들이 마주한 기대와는 다른 현실, 그리고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하는 메세지들이 작품을 더욱 탄탄하게 완성하고 있다는 것.

처음 달리기와 영화를 직업으로 선택한 계기를 밝힌 기선겸(임시완)과 오미주(신세경)의 대화는 스포츠와 영화에 대한 진심을 엿보게 했다. 달리는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좋았고, 거칠게 몰아치는 심장박동 소리에 마치 ‘내 세상’을 가진 기분이 들었다는 선겸은 앞만 보고 달리는 과정에서 오는 희열을 전했다. 말과 말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번역을 위해 한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은 한 세계를 손에 쥐고 있는 ‘부자 된 기분’을 가져준다던 미주 역시 일에서 오는 보람찬 순간을 함께 그렸다.

하지만 그렇게 누구보다 뜨겁게 자신의 일을 사랑해왔던 두 사람의 실제 현실은 차가울 때가 더 많았다. 단순 호기심만으로 시작하기에 직업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만만치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 첫 화부터 영화감독 한석원(배유람)과 영화 속 문장 길이로 옥신각신하던 미주의 경우, 원문의 의미를 해치지 않는 동시에 영화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문장의 길이감까지 고려하는 번역가의 고뇌를 드러냈다. 밤 새우는 일이 다반사인 그녀와 독립 영화사 대표 박매이(이봉련)의 하루는 규칙적인 루틴을 비교적 지키기 어려운 업계의 특성을 짚어주기도 했다. 급하게 지원 나간 촬영 현장에서 ‘열정페이’ 문제를 푸념하듯 거론했던 대화가 무색하게, 인종차별하는 감독에게 맞섰다는 이유로 잘린 하루 역시 현실의 벽을 실감케 했다.

선겸은 ‘승리’가 아닌 ‘생계’를 위해 결승선을 향해 달려가는 육상 선수가 많다는 사례를 전하며 경기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선수들의 상황을 짚었다. 특히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괴롭힘의 대상이 됐던 김우식(이정하)이 체념한 목소리로 “대한민국 육상 선수 중에 진짜로 좋아하고, 잘해서 하는 선수가 있었습니까?”라며 좌절한 장면은 그만큼 안타깝고 어려운 현실을 반영했다. 앞을 보고 달려나가야 하는 트랙이 더 이상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고민을 이해할 수 있었던 대목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오로지 선수만을 생각하고 나아갈 것 같은 예감을 주는 선겸의 행보는 더욱 기대를 모은다. 스포츠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으며 출발한 그의 새로운 여정이 선수가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하고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목표에 도달했기 때문. 연봉 협상이나 팀 이적 등과 같은 법률적인 지원에 가까웠던 에이전트 역할에서 나아가 선수들의 내외적인 환경을 개선시켜 가치를 끌어올리고, 궁극적으로 이들의 권리를 마땅히 지켜주는 이상적인 에이전트의 모습을 상상케 해 기대를 높인다. 믿고 따라오라며 내민 손은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앞으로 전개될 그의 새로운 이야기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사진제공 = 메이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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