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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TBN 대구교통방송 작가

[내외뉴스통신] 서월선 기자

일본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맞춰주는데다 익살스럽고 유쾌하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사회생활 참 잘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법한 인물.

그런데 요조는 인간을 두려워하는 인간이었다.

인간에 대한 공포를 숨기고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사는 요조.

우리 안에는 분명 이런 요조가 있다.

누구나 다른 사람 기분 맞춰 주려고 선의의 거짓말도 하고 상대의 불쾌한 행동이나 말에도 괜찮은 척 연기하며 이걸 배려라고 합리화하면서 살아간다. 조금의 가식 없이 속마음을 투명하게 그대로 내비친다면 주변 사람들과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박질 하느라 인생이 시끄러워질 걸 알기 때문이다.

순탄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적당한 가면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지만 어느 날 문득,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내 모든 노력이 의미 없고 허무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사람 사이의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

소통하기 보다는 자신의 말만 하는 사람.

끊임없이 도움을 구하는 사람.

남의 인생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려는 사람.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위치에 따라 처세가 다른 사람.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

나쁜 점만 있는 사람이 없듯이 이런 유형의 사람이라도 인간적 매력은 있어 그 매력에 기대어 관계를 끌어오다가도 어느 순간 지치는 때가 있다.

이 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조용히 관계를 정리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손절’!

인간관계는 나이가 들어도 힘들다.

그래서 또래들끼리 그런 어려움을 토로하다 보면 ‘그런 사람은 만나지 마, 좋은 사람도 많은데 뭣하러 그런 사람 때문에 기분 나쁘고 에너지를 뺏겨?’ 하는 결론이 나이가 들수록 우세해진다.

이래서 인간관계가 점점 좁아지나 보다.

남은 인생 즐겁게 살기도 아까운데 안 맞는 사람한테까지 기운을 뺏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꾸 커지면서 손절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누구나한테 좋은 사람은 없고 그런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

누구한테나 좋은 사람이었던 요조는 스물일곱살의 나이에도 마흔 중반으로 보일 정도로 빨리 늙어가고 있었다.

싫은 걸 싫다고 하지 못하고 끊어낼 걸 끊어내지 못해서다.

인간관계란 그 무엇보다 귀하고 소중한 재산이긴 하지만 때로는 안 맞고 싫은 사람을 적당한 때에 손절할 수 있는 결단과 용기도 필요하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한 삶의 과정인 것이다.

이 순간, 누군가 연락처 명단에서 조용히 나를 지우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내 주변에는 나를 아끼고 내가 아끼는 좋은 사람도 많은데......

내 안에 요조는 내 삶의 엑스트라로 충분하지 주연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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