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곽중희 기자

“아들딸아, 올해는 안 와도 괜찮다. 몸 건강히만 있어라.”

사진=지난해 9월 각 지역에 붙은 '추석 명절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현수막들의 모습, '세 살짜리도 다 아는 이야기' 네이버 블로그 캡처
사진=지난해 9월 각 지역에 붙은 '추석 명절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현수막들의 모습, '세 살짜리도 다 아는 이야기' 네이버 블로그 캡처

 

지난 해 추석 동네 곳곳에는 이런 현수막들이 붙었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보고 싶은 가족들마저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 현실. 세월이 야속하다는 말도 있는데 겪고 보니 세월보다 더 야속한 것이 이놈, 코로나였다.   

사실, 이런 상황이 썩 싫지만은 않았다. 안정적 수익이 없고 결혼을 하지 않은 ‘청년’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해마다 고향에 방문하는 젊은층이 줄고 있는 이유로 ‘부모님의 직장, 학업, 결혼에 대한 잔소리가 부담스러워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편으론 씁쓸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공감이 됐다.

30대가 되고 나서부터는 명절이면 “뭐라도 사서 가야하는데” 하는 생각이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부담을 주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는 우리 밀레니엄 세대(1982~2000년 태어난 세대)가 가진 공통의 감정이 아닌가 싶다.

“부모세대보다 소득이 낮은 최초의 세대” 

필자의 지인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데 뭘 사서 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일부로 ‘일 핑계’를 대며 고향에 가지 않았다”며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코로나 때문에 못 갈 것 같다’고 할 수 있어 솔직히 마음이 편했다”고 털어놓았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괘씸하고 철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만족시키기에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고, 누구라도 충분히 저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괜찮다”고 말해줘도 아무리 덜려고 해도 덜어지지 않는 무게가 있다. 어쩌면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부담’이라는 감정은 턱 끝까지 차올라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한계를 ‘코로나’가 조금 덜어준 것 뿐.  다 같이 멈출 수 밖에 없으니까. 

필자는 이런 기대를 해 본다. 모두가 힘든 시기니 이제는 서로에 대한 부푼 기대는 조금씩 내려놓자고. 이 시국이 지나고 나면 그냥 서로가 이런 마음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꼭 잘 되지 않아도 좋으니. 그냥 몸과 마음, 건강히 만 있어 달라고. 정말 그래줬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마음이 내킬 때 아무 거리낌 없이 편한 마음으로 ‘덜컥’ 고향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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