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서월선 기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아나운서가 다음주부터 신입사원이 들어온다며, 앞으로는 점심을 직원들과 같이 먹지 않고 혼자 조용히 먹어야겠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4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2,30대 후배들과 함께 식사하는 게 선배 된 입장에서는 눈치 보이고 후배들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란다. 밥 한끼 먹는 건데 뭐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 있냐고 가볍게 말했지만 그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나이 드니까 모든 게 조심스러워진다.

후배들을 보면 이런 저런 얘기를 해 주고 싶지만 ‘꼰대’라는 안주거리가 될까봐 목젖까지 올라오는 잔소리를 삼키기 일쑤다.

나이 들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실 나이 들면 돈 들어갈 데가 많다.

자녀들 대학도 보내야 되고 결혼도 시켜야 되고 노후준비도 해야 되고 경조사비니 뭐니 2,30대보다 씀씀이가 커지고 다양해진다.

그런데 지갑만 열라니......

후배들과 약속을 잡으면 괜히 밥값은 얼마나 나올까 미리 걱정부터 된다.

예전에는 선배들이 가진 노하우가 큰 가르침이 됐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거의 없던 그 때, 선배들이 핀잔과 함께 넌지시 알려주는 요령은 아무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참 감사했다. 선배들의 ‘라떼는 말이야’를 묵묵하게 4절까지는 들어줘야 겨우 건질만한 이야기 한 두 마디 정도 들을 수 있었지만 별로 불만도 없었다. 선배 말은 조사 하나까지도 금과옥조라 믿었고 지금 이해되지 않는 건 내가 아직 뭘 모르고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의 선배는 날마다 달라지는 문명의 발달을 따라잡지 못하는 뒤처진 세대일 뿐이다.

SNS나 동영상 공유 서비스 같은 각종 매체에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전문가들이 핵심만 뽑아 족집게 과외를 해 주고 있는데 선배들의 사설이 긴 지루한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겠는가?

게다가 후배만큼 컴퓨터와 매체에 능수능란하지 못해서 번번이 헤매고 묻는 선배가 존경스러워 보일 리 없다.

거기다 ‘라떼는 말이야’라고 잔소리까지 얹으면 그야말로 기피대상 1호, 못 말리는 꼰대가 되고 만다.

조금만 실수해도 꼰대가 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보니 무슨 말은 해도 되고 무슨 말은 하지 말아야 될지 모르겠다.

요즘 젊은이들의 성인지 감수성이나 삶에 대한 가치, 직업관이 우리 세대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과는 다르게 이제는 젊은 사람들한테 뭘 배워야 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젊어서 선배한테 그렇게 혹독하게 배웠는데 나이 들어서는 후배 눈치 살피며 후배한테 배워야 되는 지금의 5,60대는 그야말로 평생교육을 몸소 실천할 수 밖에 없는 세대인 것이다.

하지만 걸핏하면 꼰대라는 잣대로 선배를 긴장하게 만드는 후배들한테 가수 서유석의 노래 제목으로 한마디 하고 싶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너희 세대는 우리보다 더 서글플 수 있으니 조금만 이해해주길......

▲김윤숙
방송작가 26년차
현) TBN 대구교통방송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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