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섭과 송명근 / 한국배구연맹
심경섭과 송명근 / 한국배구연맹

[서울=내외뉴스통신] 나주영 기자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읏맨의 송명근·심경섭이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두 선수가 사과문과 함께 자숙할 뜻을 밝혔다. 단 피해자는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OK금융그룹은 14일 "구단은 오늘 오후 고위층을 포함한 프런트, 감독 등 코칭스태프 등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고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며 "당사자인 송명근, 심경섭 선수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진정성 있게 책임지고 자숙하는 의미에서 앞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감독을 통해 구단에 전달했다. 구단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선수가 내린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OK금융그룹은 현재 남자부 3위를 달리고 있다. 이 순위를 유지하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에 주축 레프트인 송명근과 심경섭이 전열에서 이탈하는 건 전력상 큰 손해다.

하지만 선수와 구단 모두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공감했다.

이날 송명근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며 "선배로서 무책임한 일이겠지만 내일 이후의 경기에 자숙하는 의미에서 출전하지 않는 것을 감독님을 통해서 구단의 허락을 받을 생각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알렸다.

구단도 곧바로 송명근의 뜻을 받아들였다.

심경섭도 코칭스태프에 "반성의 의미로 남은 경기에서 뛰지 않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진정성이 동반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과는 가해자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사과를 받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명근과 심경섭의 학교폭력 사건은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에서 불거졌다. 한 네티즌은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어떤 운명의 장난인지 10년이 지난 일이라고 저도 잊고 살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용기 내는 피해자들을 보고 나도 용기를 내본다”며 “폭력은 세월이 흘러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말이 많이 힘이 됐다”고 운을 뗐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배구계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웬만하면 내가 누구인지 알고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내가 누군지 소개하지 않겠다”고 한 이 네티즌은 “아마 여자배구 학폭 관련 이슈가 됐을 때 내 얘기도 나올까 노심초사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못 들었던 나의 기억이 아직도 원통하고 억울한데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글을 쓴다”고 한 네티즌은 “10여년 전 고교 1학년 때는 3학년 형들이 집합시켜서 때리고 맞는 게 일상이었다. 지금도 친구들은 그때의 그 삶이 우리의 일상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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