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홍키호테
경비원 홍키호테

[내외뉴스통신] 이희선 기자

평소 많은 책을 본다. 정기간행물로는 [월간 샘터]와 [좋은 생각]을 가까이 하고 있다. 그제 도착한 [좋은 생각]을 잠시 전 읽었다. P.39에 <슈베르트와 친구들>이 눈길을 끌었다.

= “음악가 슈베르트가 위대한 음악가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준 덕분이다. 아홉 살 많은 친구 슈파운은 슈베르트를 오페라 극장에 데려갔고, 연주 자리를 주선했다.

시인 친구 쇼버는 가출 후 갈 곳 없던 슈베르트를 자신의 집에서 묵게 해 주었다.(후략)” = 한국 사회에서 9살 연상은 친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예술세계에선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욱이 외국에선. 그곳이 선진국이라면. 나는 별명이 ‘홍키호테’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문학작품인 <돈 키호테>에서 다른 건 관두고 가장 앞의 ‘돈’에 내 성인 ‘홍(洪)’ 씨만 접목한 것이다.

돈 키호테는 정신 이상을 일으켜 환상과 현실이 뒤죽박죽되는 삶을 산다. 풍차를 거인이라 생각하여, 산초가 말리는 데도 듣지 않고 습격해 들어가는 따위의 기상천외한 사건을 불러일으킨다.

〈돈 키호테〉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두 개의 경향, 즉 이상적인 일면과 현실적인 일면을 멋지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돈 키호테는 비록 엉뚱할지언정 비겁하지 않다.

남에게 해코지를 할 줄도 모른다. 이 부분이 나를 닮았다. 자연스레 <홍키호테>가 되었다. 생애 첫 저서 [경비원 홍키호테]를 내고 작가로 입문했다. 시민기자를 병행하면서 많은 지인과 귀인까지 사귀었다.

그분들 중에는 슈베르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친구들과 같이 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 분들도 적지 않다.

수백 군데서 거절한 원고를 보자마자 보란 듯 출판계약으로 이어주신 출판사 사장님, 실의에 빠질 적마다 용기를 북돋아주시는 작가님, 홍보하라며 유튜브를 찍어주신 선배님, 툭하면 술까지 사주시며 “당대 최고의 작가”라고 칭찬까지 목포수로 퍼붓는 형님에 이르기까지...

이분들이 진정 나의 아름다운 친구들이다. 미국 사상가 겸 시인이었던 랄프 왈도 에머슨은 ‘집을 가장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은 자주 찾아오는 친구들이다’라고 했다.

친구는 자주 만나야 옳다.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언제 밥 한 번 먹읍시다.”며 상투적으로 건성건성 말하는 이가 있다. 이는 친구가 아니다. 이런 사람은 다음에 만나봤자 똑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하곤 연기처럼 사라지기 일쑤다.

친구라고 해서 다 친구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진정한 친구를 얻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키고, 마음으로 통하는 그런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나부터 그런 친구가 되리라 거듭 다짐해본다. 의리를 배신하지 않는 홍키호테 정신으로.

이희선 기자 aha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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