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현 선임기자
▲ 김경현 선임기자

[내외뉴스통신] 김경현 선임기자

문재인 정권이 시작될 당시에는 전혀 예정에 없었던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열기가 뜨겁습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필두로 한 야권 예비후보들이 4월 7일을 향해 질주하고 있고, 이로써 내년 대선 전초전 성격이 강한 서울과 부산의 1년짜리 시장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요. 그리고 현재로써는 여야 어느 쪽도 우세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죠.

이 두 도시의 보궐선거는 기본적으로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의 성추문으로 치러지는 것이고 보면 야권이 우세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 건 전적으로 국민의힘 탓이라고 봐야 할 테고요. 

그 이유 설명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요.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였던 시절 만든 당헌까지 고쳐가며 서울과 부산시장 후보를 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 첫 째는 2022년 대선 교두보 확보를 위해서일 테고, 두 번째는 국민의힘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텐데요. 이 두 가지 중에 국민의힘이 아프게 받아드려야 할 건 두 번째 이유겠죠.

만약, 국민의힘이 환골탈태의 쇄신으로 시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였고 시민적 호응이 있어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문 대통령의 체면과 관계된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낼 이유는 없겠죠. 그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깨끗하게 승복하는 편이 오히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신뢰도를 강화하는데 더 도움이 될 테니까요. 물론 코로나19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강행했을 수도 있겠죠. 그간 민주당이 보여 온 모습을 생각해보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기는 합니다.

어쨌든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어째서 확실한 우세를 점칠 수 없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됐을까요? 기자는 그 첫 번째 이유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서 찾고 싶습니다. 김 위원장의 진보 · 보수를 넘나드는 이력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과거의 인물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령의 김 위원장이 20에서 40대에 이르는 젊은 층들의 정치적 소구에 맞게 당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느냐는 건데요. 유럽 사회민주주의 한 축이었던 독일에서 젊은 시절 유학을 했다고는 하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시대도 세대도 너무 많이 변해버렸습니다. 지금의 사회, 즉 시대나 세대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이죠. 

바꿔 말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것인데요. 애초 새누리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간판을 바꿔달던 시절 황교안 전 총리를 대표로 영입했던 것부터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그 이후 21대 총선에서 참패하고 나서라도 젊고 새로운 인물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의 소임을 맡겼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비상대책위원장(대표)은 제일 먼저 시민들에게 진심과 정중함이 담긴 사과와 반성, 쇄신의 방향과 목표를 설명했어야 했고요. 

그렇게 함으로써 단순한 당명 변경이 아닌 낡고 노쇠한 이미지의 간판(대표 · 비상대책위원장)부터 바꿨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통해 시민들 가슴에 국민의힘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했다는 겁니다. 당 밖에서 영입이 쉽지 않다면 당내 인사로라도 말이죠.

그리고 두 번째 이유 또한 인재영입과 관련된 것인데요. 국민의힘은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해야 했습니다. 젊고 새로운 인물들을 끊임없이 영입해 당의 정체성을 리모델링함으로써 과거가 아닌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강화했어야 했는데요.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꼼꼼히 되짚어 봐도 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 김 위원장 외에 어떤 인재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21대 총선에서 사활을 걸고 인재영입에 나서지 않은 것이 참패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 자명한데요. 늦었지만 그 이후에라도 삼고초려 그 이상의 노력으로 젊고 참신한 인재들을 획기적으로 영입해야 했다는 것이죠.

그렇게 함으로써 젊은 비상대책위원장과 새로운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낡은 정당과 국정농단 프레임을 벗어던져야 했습니다. 이를 통해 당이 리셋되었음을 시민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희한하게도 중도니 보수니 하는 말을 싫어한다는 김 위원장의 쇄신을 보고 있으면, 좌클릭을 통한 중도(보수)화, 즉 이념적 프레임 전환에 몰두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별반 효과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진보 · 보수와 같은 이념적 사고는 이제 구시대 유물이 됐기 때문인데요. 20에서 40대에 이르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이념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자신에게 혜택이 주어지느냐에 관심을 가질 뿐이죠.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에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가생활을 할 수 있을지, 결혼을 하면 신혼집은 무난하게 구할 수 있을지, 가정을 꾸리면 내 집 장만은 할 수 있을지, 큰 어려움 없이 육아를 할 수 있을지, 여가생활을 즐기며 단란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지, 노후 준비는 할 수 있을지 등등 지금의 세대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것들입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정치 소비트렌드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진보 · 보수의 이념을 앞세워 정치를 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고 생활에 집중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그리고 그 생활을 위한 정치는 정책으로 완성될 테고요. 때문에 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해 그들과 호흡할 수 있게 했어야 하고, 그런 소통을 통해 정책을 만들고 새로운 얼굴들이 전면에 나서서 발표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더 이상 새누리당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했고요.

끝으로 덧붙여 기자의 이러한 인재영입 중심의 쇄신 필요성(진단)의 증거로 윤희숙 의원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부동산 임대차3법 통과를 앞두고 한 5분 발언과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최장시간 기록 · 논리적 발표)은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동시에 국민의힘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데 일정부분 기여했음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PS.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박빙으로 서울과 부산시장에 당선된다고 해서 시민들이 국민의힘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월등한 우세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박빙의 승리라면 그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증입니다. 더욱이 서울의 경우 민주당과의 양자구도든 국민의당을 포함한 3자 구도든 국민의힘에 불리한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는 민주당의 독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민들은 아직 국민의힘을 용서하지도 받아드리지도 않았다는 증거인데요. 때문에 어렵사리 승리한다고 해도 기뻐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고, 더욱 쇄신에 박차를 가해 당을 완전히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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