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윤봉한]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 이후 바람직한 대공활동 방향에 대한 소고
[안보칼럼-윤봉한]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 이후 바람직한 대공활동 방향에 대한 소고
  • 편집국
  • 승인 2021.02.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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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윤봉한]

‘찬성 187, 반대 0’ 

중국 전인대나 북한 당 대회 표결 결과가 아니다. 지난 해 12월 13일 국정원법 개악안을 통과시킬 당시 우리나라 국회에서 벌어진 투표결과이다. 보수를 자처하는 ‘국민의 힘 당’이 역사적 책임을 면피할 요량으로 불참하면서 나타난 결과이기는 하지만, 국가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법안을 두고 내부 반대표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지식인들은 민주당이 소위 ‘민주집중제’라는 통치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수 차례에 걸쳐 당내 ‘민주집중제’ 원칙을 천명한 바도 있다. 대중들에게는 낯선 이 개념에 대해 대표적인 진보정당 홈페이지에서 정리된 내용을 찾아보았다. “민주주의적 집중주의(Democratic Centralism―이하 민주집중제)는 당과 국가기관, 각종 사회단체들의 조직과 활동의 기본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레닌 이래 사회주의 국가와 공산당의 조직·운영의 기본 원리로 기능하고 있다는 내용도 부연되어 있다. 북한은 노동당 규약(제11조)과 사회주의 헌법(제5조)에서 지도원리로 명문화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집중제는 “소수의 다수에 대한 복종”, “개인의 집단에 대한 복종”, “하부의 상부에 대한 복종”, “黨 중앙에 대한 복종”"을 4가지 원칙으로 한다. 한 마디로 “중앙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반대’는 ‘반동’이 된다. 어렴풋하나마 ‘민주집중제’ 개념으로 보면, 국정원법ㆍ공수처법을 비롯한 개혁법안의 제ㆍ개악, 曺법과 秋법 파동, 경제정책과 부동산 실패, 검찰개혁ㆍ원전사태 그리고 코로나 19 방역과 같은 굵직한 국가 현안에서 당정과 소위 ‘촛불세력’ 그리고 ‘대깨문’까지 모든 추종 세력들이 기막히게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해가 된다. 이들은 언제나처럼 편파적이고 파당적이어서 자기편의 들보는 철저히 덮어 준다. 하지만, 반대측 주장에는 아예 귀 기울이지 않거나 무시하고, 의법(依法)을 가장해서 억압하고, 탄압하고, 처벌한다.

敵區化 세상 ‘간첩천국’이 올까 두렵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국정원법에 대한 개악이 이루어졌다. 공개적인 여론 수렴과정도 없었고, 이를 반대하는 의견에는 한 치의 고려도 없었다. 민주집중제의 원칙에 따라 힘의 논리로, 다수의 논리로 국정원법 개악이 이루어지고, 정보기관에 필수적인 활동의 보안성, 조직의 기밀성, 對敵 무결성을 완전히 붕괴시켜 버렸다. 그야말로 공갈빵과 같은 ‘속은 비고 겉만 번지르르한 공갈국정원(恐喝國情院)’을 만들어 버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가 대공 수사권 박탈이다. 대공 수사권 박탈은 비군사적 전선인 후방에서 자유시장체제의 근간이 되는 민심(이를 북한은 ‘적후’라고 표현한다) 속 안보경계심을 약화시키고 안보질서를 무너뜨리는 조치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대공수사권 박탈인가? 한반도 북쪽에는 “통일을 위해 국가보안법 철폐와 국정원(대공수사권) 해체할 것”을 선동하는 반국가단체가 있다. 그리고 우리 내부에도 이를 추종하는 세력이 공공연히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상호 은밀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한반도의 공산화라는 적화통일(공산통일)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발해 오고 있으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결국 우리 내부에 국가의 민주정체성을 훼손하고 파괴하고자 하는 세력들이 준동할 수 있는 ‘적구화(敵區化)’ 세상을 만들어 준 격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로) 간첩천국을 만들고, 5천만 국민들을 김정은 노예로 만들게 되었다”는 어느 전직 대공 간부의 피를 토하는 외침이 섬뜩하게 와 닿는다. 
빼앗긴 대공 수사권, 騎虎之勢로 극복하자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 유지ㆍ존속에 기여해 온 빛나는 공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몇몇 사안을 빌미로 반민주적, 반인권적 기관으로 烙印 찍히면서 그 권한을 빼앗겨 버렸다. 수십년 간의 역사적 명예는 하루아침에 짓밟히고, 전ㆍ현직 수사관들의 헌신과 자부심은 짓뭉개졌다. ‘빼앗긴 대공수사권’은 과거 어느 시기의 ‘잃어버린 10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안보역풍을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은 이를 아랑곳 하지 않는다. 저들은 앞으로 ‘대공수사권 박탈 3년 유예’ 기간을 실정을 만회하는 숨고르기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첫째, 제도적으로 ‘간첩조작’, ‘인권유린’, ‘정치개입’과 같은 상투적 구실로 ‘對共’이란 용어를 폐기하여 ‘간첩수사’를 근거를 없애는 한편, 국가보안법 제7조의 찬양ㆍ고무죄는 물론, 이적단체 의율 규정 폐지 등 전반적으로 국가보안법 처벌 규정을 완화하거나 형해화(形骸化) 시키는 조치를 단행해 나갈 것이다. 둘째, 조직 측면에서 대공수사 이관을 이유로 국정원의 고급 전문인력(인원), 유가치 방첩수사 여건(업무) 및 숙련된 수사기법과 과학적 수단을 경찰로 넘기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조직이나 인원 및 기능 측면에서 경찰 수사력이 국정원에 훨씬 못미치는 현실에서 단순히 국정원을 흉내 내거나 모방하는 방법으로 적정 국가방첩 수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국정원 대공수사에 대한 흠집과 무력화 조치는 지속될 것이며, 이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국민 선무공작(宣撫工作)을 비롯하여 대공수사 부문에 대한 회유, 협박, 강제, 감축 등 다양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시베리아 동토와 같은 엄혹한 현실에서 ‘대공수사권 박탈 유예 3년’이 국정원 대공수사 부문에 던지는 과제는 무엇일까? ‘3년’이란 기간은 국내외 정치 지형에서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기간”이 될 것이다. 대공수사권을 예정대로 박탈당하느냐, 아니면 명예회복을 할 것인가는 결국 현재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입법기관을 통과한 법을 무시하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0:187이라는 결과에서 나타나는 당파적ㆍ내로남불 식의 통치행태가 가지는 부당성 때문이다. 죽음의 능선에서 살고자 하는 것은 욕된 일이 아니다. 굴복하거나 죽음을 택하는 것이 오히려 욕되는 일이 될 것이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안보기관의 본연의 위상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하는 것은 신뢰받는 기관상 정립이다. 업무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대민 소통과 이해를 제고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민주적 통제장치를 선제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공위협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와 공유를 하여야 한다. 자각하지 못하는 위협은 위협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기관이 너무 앞서면 정치의 수단이 되고 정권의 앞잡이가 될 수 있다는 경험적 진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국경이 모호한 초연결사회에 걸맞는 과학수사역량 제고가 필요하다. 국정원 고유의 정보역량과 협업을 하되, 독립적으로 수사정보 확보가 가능하도록 전문인력을 발굴, 양성하고, 과학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세계 유일의 대공수사 전문기관으로서 국제 수준의 전문 수사역량을 강화하고 확대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대공조직의 사기와 명예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공 전문가 특유의 자부심과 긍지 속에서 오늘의 안보 간난(艱難)을 극복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 나가야 한다.  

앞으로 3년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대공활동의 분수령이 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안보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할 수 없다는 불가역성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을 김정은의 노예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지 않으려면 등에 올라 타야 한다. 떨어지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낭패가 된다. 지금은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지 않고 전진할 수 있는 騎虎之勢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시기이다. 

 

  윤봉한 
  동국대학교 교수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국가정보학회 이사 
  한국 사이버포렌식전문가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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