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박병환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자문위원]

유엔인권이사회는 전 세계 차원에서 인권을 신장하고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국제기구이다. 여성 및 소수 민족의 권리는 주요 감시 항목에 속한다. 지난 2월 22일에서 24일 사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46차 고위급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영국, 유럽연합, 미국, 캐나다 등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티베트 자치구, 그리고 홍콩의 인권 상황과 관련하여 중국을 비난하였다. 한국 대표로 참여한 외교부 2차관은 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고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언급만 하였다. 

우리 측 대표는 성폭력 문제 해결이 시급한 사안 중 하나라고 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고 이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서 재발 방지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위안부 문제가 심각한 여성 인권 이슈이며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바로 이웃 나라인 중국 내에서 소수 민족 특히 신장 위구르 여인들의 처참한 상황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관심도 표명하지 않았을까? 서방 언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독립을 요구하는 위구르족을 말살하기 위해 위구르인 1,100만 명 중 100만 명 이상을 집단수용소에 가두고 고문하고, 노동을 강제하고 공산당에 대한 세뇌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특히 위구르 여성들에게는 집단 성폭행, 강제 불임수술 등 끔찍한 인권유린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한다. 위구르 여성들의 상황은 보편적 인권의 문제가 아닌가? 위안부 문제는 70-80여년 전의 일이지만 위구르 여성의 참상은 현재진행형이고 인권유린의 정도도 훨씬 심각하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심각한 인권 문제를 모두 논의하는 공론의 장인데 우리의 아픔에 대해서만 국제사회가 공감해주길 기대하는 것인가? 아니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중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가? 

또한 한국 대표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 없이 실질적으로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하고 북한 측에 대해 시급한 과제로서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는 미국이 3년 만에 유엔 인권이사회에 복귀해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촉구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하였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국제기구에서 북한 인권이 거론될 때마다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여 왔는데 이번에도 이사회에서는 최소한으로 발언하고 그간의 기조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국제사회에서 인권은 더 이상 국내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국격은 여러 기준에서 판단되는데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대상 국가와 관계없이 상식에 맞는 태도를 견지하느냐도 그 기준의 하나일 것이다. 이 점에서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평가를 받고 그 결과 연성국력(soft power)을 함양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문제 무시가 한국의 국제적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하였다. 그간 우리 정부는 국가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서 외교를 잘 하고 있다고 자기 위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나라의 인권 문제를 모른 체하거나 감싸는 태도는 한국에게 장기적으로 보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이번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는 대면이 아닌 화상회의로 개최되었고 회원국 대표들의 기조연설은 사전 녹화된 것을 상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주요 국가들은 모두 장관이 대표로 나섰으나 한국의 경우 외교부 장관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 숙지가 안 되었다는 이유를 대고 2차관을 대신 참석시켰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실장으로 4년 가까이 일했고 직업외교관 출신인데 ‘업무 숙지가 안 되었다.’는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박병환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자문위원   
       현)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전) 외교부 주(駐)러시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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