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주해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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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내외뉴스통신] 주해승 기자

지난달 27일 홍대 앞의 한 라이브클럽은 공연 시작 직전 구청 공무원의 제재로 공연을 취소하고 관객들을 해산시켰다. 

언뜻보면 방역 수칙을 위반한 공연장이 행정조처를 받은 것으로 느껴지지만, 해당 공연장은 이날 추가된 방역 지침은 없는지 확인 후 실내 수칙을 지켜 공연장 문을 열었다. 지난 15일 구청에 직접 공연 일정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마포구는 구청 직원들을 보내 "'일반음식점'에서는 무대 공연행위를 할 수 없다"며 공연 취소를 강제했다. 관객과 만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아티스트와, 사전 예매를 통해 무대를 기다려 온 관객 모두 그들의 제재 속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우리나라의 라이브클럽은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이는 주류를 판매하는 라이브클럽은 규정상 ‘공연장’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연장에서 주류판매를 허용하는 외국 문화와 달리, 우리나라 공연법은 라이브클럽을 '공연장'으로 등록할 경우 주류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한다. 

그동안의 방역조치에 따르면 공연장은 물과 무알콜 음료는 허용하는 한에서 인원수와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켜 공연을 열 수 있었고,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공연장에 대한 별도의 공연 금지 조치는 없었다.

이번 강제조처 사태가 그동안의 정부 방역 지침이 아닌 구청이나 시청 차원의 추가 지침이라 하더라도, 공연 업계에는 내려온 공문도, 별도의 사전 공지도 연락도 없었다. 구청 직원은 민원이 제기됐다며 공연 직전에 방문해 관객들을 해산시켰다. 

“별도의 공문이나 공지를 받지 못했다”는 운영주의 항의에도 구청 직원들은 “우리가 공문을 보낼 의무는 없다”고 답했다.

이후 3월 2일 마포구청 홈페이지 내 새로운 고시에는 음식점 및 카페의 관리자·운영자 수칙에 "영업장 내 설치 된 무대시설에서 공연행위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전의 고시에서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공연장의 무대 위 공연을 금지하는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공연장의 경우 음식 섭취가 목적인 곳과 구분해 관리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늘 있어 왔다. 그러나 실태는 이같은 공연장을 식사 목적의 음식점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일률적인 행정 뿐이었다. 

합리적인 법과 제도라 함은, 그 법과 제도가 돌아가는 모든 행정 절차와 시스템까지 합리적인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제도 마저도 ‘합리’는 없었다. 

‘라이브클럽’이라는 존재를 특징지어줄 새로운 업종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것이 어렵다면 라이브클럽을 공연장 업종의 하위분류로 세분화 시키는 방법도 있다.

라이브클럽은 인디 음악과 인디 문화의 디딤돌이자 중심이다.

그들이 선명하게 존재할 자리를 주지 않는다면, 그들의 고유 문화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말들도 탁상공론이 될 뿐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덮치고 1년이 지나도록, 홍대 앞 크고 작은 공연장들 에서는 단 한번도 집단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 운영난으로 문을 닫은 공연장만이 몇 곳 생겼을 뿐이다.

오랜 기간 동안 공연장들은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라 운영을 중단했고, 또 공연이 가능해지면 단계에 맞춰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그들의 공간을 아끼고 보호해 왔다.

이번 강제 조치를 받았던 공연장의 경우 KF94 마스크가 아니면 입장도 불가능 했으며, 수시로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고 자체적으로 내부시설 전체 소독을 진행하는 등 방역을 위해 힘써 왔다. 특히 자발적으로 음료 판매까지 중지하는 등 코로나19의 조속한 종식을 위해 일조해 왔다.

방역수칙을 위반해 행정처벌을 받았다는 공연장은 없었다.

오는 15일 부터는 다시 새로운 방역 지침이 적용된다. 공연장의 실태를 반영해 방역 기준은 더욱 세심하고 명확해 져야 할 것이다.

 

공연업계의 상처를 아는지 모르는지 마포구청 관계자는 지난 3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강제 행정조처와 관련한 질문에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이 공연장이다. 일반음식점에서 하는 칠순잔치 같은 건 코로나19 전에야 그냥 넘어갔던 거지, 이후에는 당연히 안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답해 공연계 종사자들과 소비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사라져가는 홍대 앞 라이브클럽을 지키며 공연을 이끌어 왔던 아티스트들은 SNS상에 “안녕하세요 칠순잔치에서 공연하는 OOO입니다.”라고 글을 올리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 관계자의 조롱 섞인 발언에는 인디 음악과 같은 하위 장르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케이팝의 위상은 날로 높아져 가고 정치권도 나서서 ‘케이컬쳐’를 발전시킬 방향을 모색하지만, 서브컬쳐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수많은 인디 문화와 공연·예술계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여전히 무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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