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내외뉴스통신] 정재학 기자 

흔히들 요즘 시대를 정보시대가 아닌 AI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미 AI는 우리네 생활 속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흘러 넘치는 수많은 정보는 AI가 스스로 정리하고, 정보 수집 역시 AI 스스로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문헌정보학과를 꿈꾸는 학생들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일명 도서관학과라고 불리던 문헌정보학과의 중요한 역할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보관하는 일이다. 이런 중요한 일은 역사를 남기고 후손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일례를 들어보자. 조선왕조실록이 어떤 책인가. 조선의 역대 왕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누가 기록했는가. 그 당시 사관들이 낱낱이 기록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역대 왕의 기록물은 우리의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이 되었다. 

당시 실록을 기록하던 사관들은 명확한 직업관을 가지고 독특한 권한도 가지고 있었다. 어떤 누구도 사관의 기록 작업을 건드릴 수 없었다. 당시 왕은 사관의 기록을 볼 수 있었지만, 왕이 보고자 하여도 사관이 이를 거부하면 볼 수 없었다. 역대 왕의 실록도 3대 가 지나서야 겨우 볼 수가 있었다. 폭군이었던 연산군 조차도 사초를 볼 수 없었다. 폭군에 맞서 목숨을 건 사관들의 투철한 직업 정신과 사명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류의 진화가 거듭하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보의 축적은 인류를 보존케했던 원동력이었다. 정보 수집과 보관의 일을 뜻하는 '아카이브(archives)'가 디지털, 4차 산업 시대에 다시 조명을 받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 이유일 것이다.

 AI가 아무리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시작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우리는 이런 정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다양하게 수집해야 하며 그 보관 방법도 다양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관의 기록이 객관적인 정보가 되는가 하는 의문에는 다소 이견이 있다. 사람이 쓴 글인 만큼 감정과 환경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낫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완전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사관들은 나름 객관적인 관점에서 기록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관점에서의 기록의 중요성이다. 다른 시각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하고 시대에 따라 기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비의 고장이라 불리는 경북 '안동'에는 국학진흥원이라는 곳이 있다. 국내에도 이런 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도 소명을 가지고 정보를 보관하고 기록한다는 것에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팔만대장경과 같은 국보급 목판부터 개인 사가의 족보, 문집에 이르는 목판까지 위탁보관하고 있다. 혹여나 개인이 보관하다가 분실 또는 훼손하여 소중한 정보가 소실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위탁 보관하고 있다.

이러한 귀중한 정보와 자료가 영구히 보존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한 자고이래(自古以來) 정신을 계승하고 함양하는 것이 우리 세대가 해야할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다.

초세대 속에서 느껴지는 옛 것의 소중함이 더욱 크게 다가 온다.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 지난 것을 복습하고 새것을 아는 것처럼, 우리 것을 알고 발전시키는 데 그 중심에 정보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AI대가 도래하면 수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사라지는 공간을 또 다른 새로운 직업으로 메우게 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인간의 본질 그리고 세상사의 기본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한들 인간이 지닌 정보의 유무형적인 가치, 맥락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현재의 AI는 초기 인류와 유인원, 그리고 고릴라들이 행했던, 단순한 정보전달이기 때문이다.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소통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정보는 인간의 번영과 생존, 그리고 후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빅데이터'로서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hak0414@gmail.com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7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