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총회, 대형교회 세습에도 계속 침묵
코로나19 이후 교회 미래 불투명...복음의 본질 회복 시급

[광주=내외뉴스통신] 오현미 기자

1960년대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1990년대 교인 수 1200만 명을 자랑하던 한국교회는 현재 교인 수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교계 안팎에서는 대형교회들의 세습 논란, 목회자들의 헌금 횡령 및 여러 불미스러운 범죄 등이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면서 교회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나타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한국교회가 교회의 외형적인 크기와 교인 수에 집착한 결과 종교를 비즈니스로,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를 자기의 소유로 착각하는 경우가 생겨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회의 사유화는 결국 교회 세습이라는 문제로 연결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명성교회다. 1980년 김삼환 목사가 서울 강동구에 설립한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 수가 10만 명에 달하는 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교단에서 가장 큰 교회로 꼽힌다. 하지만 김삼환 목사가 2015년 정년 퇴임한 뒤 2017년 아들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는 안건을 결의했고, 김하나 목사는 세습하지 않겠다는 애초 약속을 번복하고 결국 명성교회 담임에 취임했다. 세습 반대 입장의 명성교회 정상화위원회(명정위)가 제기한 김하나 목사 직무정지가처분신청도 지난 3월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현재 명성교회 세습은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조병길 명정위 총무는 지난 4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칙의 문제임을 강조하며 “큰 교회가 마음만 먹으면 교단이고 헌법이고 짓밟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김하나 목사 세습 이후 감소한 명성교회 교인 수는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후 더 큰 규모로 확인될 것”이라며 세습으로 인해 교회가 입은 피해를 사회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원칙의 문제는 헌법 20조 2항 ‘정교분리’ 원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선거철이면 대형교회 목사들이 주최하는 기도회나 유명 대형교회의 주요 행사와 예배 등에 유력 여야 국회의원이나 의원들이 대거 참석하는 풍경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 됐다. 지난 4월 7일 막을 내린 보궐선거 유세 기간에도 이 같은 모습은 반복됐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여름 코로나19 2차 확산의 불씨가 된 광화문 집회로 많은 질타를 받은 바 있는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는 여전히 집회와 예배를 가리지 않고 대통령에 대한 막말과 함께 극보수 성향의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지난 4월 보궐선거 기간에도 본인의 교회 예배 광고시간에 ‘국민의 힘’에 투표해 줄 것을 호소하다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목사와 관련해 장동민 백석대 교수는 지난달 12일 개최된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교회의 민낯, 정직하게 마주하고 아프게 성찰하다’라는 연속토론회에서 “교회 안에 있는 보수, 중도, 진보가 이념적 갈등을 견디다 못해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상당수 있을 텐데, 교회를 떠나는 신도들은 대개 젊은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역시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끊이지 않고 보도되는 목회자들의 각종 성범죄 역시 한국교회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해 5월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전준구 목사의 성 추문 사건은 당시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전 목사는 지난 2006년에서 2007년, 38명의 교인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감리교단 내에선 이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고, 2018년에는 전 목사가 서울남연회 감독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목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전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부흥강사로 이름을 떨친 이른바 ‘스타 목사’였다.

서울 용산 삼일교회 담임으로 이른바 ‘스타 목사’였던 전병욱 목사 사건 역시 이와 비슷한 사례다. 그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교인들의 주장이 5명 이상에게서 나왔지만, 당시 전 목사의 혐의에 대한 교단 재판이 수차례 미뤄지는 등 교단이 전 목사를 감싸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 역시 홍대새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인권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도 성범죄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한국교회 안에서는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라도 설교를 잘하고, 교회를 양적으로 성장시키면 '은혜가 많은 목사'라는 식으로 가해자인 목회자를 옹호하고 묵인하고 있다”면서 “교단 권력이 스스로 성폭력에 대한 처벌과 반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광주 동구의 한 교회에서 부녀회에서 사역을 맡고 있다는 A 씨는 “교회 관련한 여러 사건 사고들을 비롯해서 코로나19로 교회들이 본이 되지 못하는 모습에 교회에 대한 사람들 인식이 너무 안 좋다. 선뜻 교회 다닌다고 말하기가 정말 부끄러워질 정도”라면서 “남의 눈에 티 보다 자기 눈에 들보를 먼저 보라는 말처럼 교회도 사회에 목소리를 내려면 지킬 것은 정확히 지켜야 정당한 목소리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회 신뢰 회복과 관련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인 신동식 목사는 최근 ‘십자가에 못 박지 못한 신앙,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된 탐욕’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기윤실 제4차 연속토론회에서 “교회가 조롱과 비판을 받는 이유는 교회가 그동안 보여준 권력 세습과 직분자들의 각종 범죄 때문”이라며 “한국교회의 이러한 위기가 단순히 저출산과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할 수 있나. 이 같은 위기는 갑자기 온 것이 아닌 오랫동안 진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살길은 문제의 본질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탐욕과 우상숭배의 자리에서 떠나 본래의 교회(‘복음을 정직하게 전하는 교회’)로 회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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