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현 선임기자
▲ 김경현 선임기자

[내외뉴스통신] 김경현 선임기자

2002년 11월,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후보는 부산선대본부 출범식에서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제가 오늘 큰 비밀 하나를 알려드리겠다. 사람들은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훗날 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새 시대의 맏형이고자 했으나 헌 시대의 막내가 되고 말았다”며 회한과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2016년 겨울 촘촘히 어둠을 밝힌 촛불들에 힘입어, 이듬해 5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토록 아꼈던 문재인 당선인은 조촐한 취임식과 함께 대통령의 직무를 시작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면서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박근혜 정부를 넘어 보수진영을 뿌리채 흔들었고,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19대 대선은 하나마나한 것이었다. 이미 그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리고 많은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에 기대를 걸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문재인 정권의 행적을 돌이켜 보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의 평등 · 과정의 공정 · 결과의 정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말과는 달리 진영 간의 골은 더 깊어졌다. 그 시발점은 2019년 ‘조국 사태’부터였으며, 이후 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는 ‘내 사람이 먼저다’로 변질돼 ‘내로남불’을 대표하는 말로 시민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 ‘저녁이 있는 삶’을 표방하며 꺼내든 ‘소득주도성장’은 더 이상 회자되지 않는 옛말이 됐고,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워 시작한 ‘불가역적 남북 평화정착’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미국과의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취임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선언 등 기존 토대 위에 외교와 대화를 통해 단계적 접근으로 푼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무엇보다 지난해 온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검찰개혁’과 ‘부동산 정책 실패’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조국 전 장관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파상공세는 그저 낯 뜨거움의 연속이었다. 스스로 임명한 검찰총장을 내치기 위해 보인 문 정권 인사들의 행태는, ‘검찰권 남용 방지와 인권보호’라는 애초의 검찰개혁 취지는 사라지고 ‘검찰 장악’이라는 우려만 낳았을 뿐이다.

거기다 공급확대를 바라는 시장의 시그널을 무시한 채 한 해 동안 25번이나 남발된 부동산 대책은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켰고, 불확실성에 의한 불안 심리는 집값을 터무니없이 큰 폭으로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 출범 초기에 공급을 확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어쨌거나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남발하는 사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이라는 신조어만 탄생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이라고는 ‘K-방역’인데, 이 성과는 정부 방역지침에 적극 협조한 국민적 고통이 만들어낸 결과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거기다 코로나19 초기 중국인 입국금지 여론 무시와 방역 실패로 인한 집단감염 발생을 자치단체나 종교단체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백신 수급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고 뒤늦게 뛰어든 건 분명한 실책이다.

결국 이러한 국민적 불만이 폭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고,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 집권 4년의 성과를 묻는 설문조사(매일경제 · MBN이 갤럽에 의뢰) 결과 ‘특별히 잘한 일이 없다’에 무려 60.6%가 응답했다. 이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을 낮춰가며 칭찬했던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문제가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2주기다. 더 늦기 전에 국정 전반을 살펴 오류를 수정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제대로 길이는 것이며, 세상이 문 대통령을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으로 기억하는 길일 것이다. 더해 헌 시대의 막내가 아니라 새 시대를 열고자 노력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PS. 서거 12주기를 맞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면을 빌며, 이념과 정파를 떠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를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함으로써 고인이 끝끝내 지키고자 했던 것과 남기고자 했던 유지를 되새겨 새 시대를 향한 등불을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자료출처=나무위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자료출처=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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