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무산 후 사업추진 비관 전망...책임론 후폭풍일 듯

문준희 합천군수가 지난 24일 열린 토론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경남=내외뉴스통신] 이우홍 기자

 한국남부발전(주)과 합천군이 LNG · 태양광발전단지(이하 ‘합천 발전단지’) 건립과 관련해 지난 24~25일 이틀간 현지에서 ‘환경전문가 초청 주민토론회’를 열었으나 반대 측 주장만 부각된 채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사실 이번 토론회가 발전단지 건립을 위한 법적 절차는 아니다.

그러나 반대투쟁위가 지난해 7월 일부 주민들로 결성된 후 발전단지를 ‘핵 폭탄급 발암물질 생산공장’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근 지역과의 연대투쟁을 시도하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한국남부발전(주)과 합천군이 특히 LNG발전의 환경 유해성에 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토론회를 연 것이다. 합천 발전단지 건립사업이 본격 추진되려면 오는 7월쯤 예정된 남부발전의 이사회에서 사업내용이 통과되야 한다. 이를 앞두고 주민 공감대를 넓힐 필요성이 토론회에 담겨있는 것이다.

발전단지가 낙후된 합천지역에 건립될 경우 파급효과가 매우 커지만, 주민 수용성이 문제다. “토론회 성공 여부에 발전단지 건립의 성공여부가 달렸다”는 말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찬성 주민들의 참여가 극히 부진한 속에서 반대투쟁위의 거센 실력행사로 토론회가 무산됨에 따라 사업추진 동력이 미미해 진 상태다. 남부발전에서 과연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할수 있을 지에 지역사회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합천 발전단지 들어서면 어떤 효과 있나

‘합천 청정에너지 융복합 발전단지’로 불리는 이 사업은 남부발전에서 합천군 삼가면·쌍백면 일대 330만㎡(약 100만평)에 총 사업비 1조 500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LNG 천연가스 500MW △수소연료전지 80MW △태양광 200MW 등 총 800MW급의 대규모 발전단지를 몇 단계로 나눠 건설할 계획이다.

합천 발전단지 건립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아직 유치단계에 머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쳤거나(태양광사업) 진행중(LNG사업)이다. 이 사업이 지난해 말 정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확정된데 이어 남부발전 이사회에서 사업추진을 공식 의결해야 기본 및 실시설계에 들어가는 등 행정절차를 본격 추진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소멸위기 전국 상위권에 처한 합천에서 1980년 대 초반의 합천댐 건설사업 이후 두 번째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이다. 합천군은 서울시의 1.6배 규모의 넓은 면적을 지녔으면서도 종업원 40여명인 레미콘제조업체가 가장 큰 기업일만큼 낙후된 농촌이다.

합천 발전단지 건립이 추진되면 다양한 혜택이 지역에 제공되고, 지역발전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계속되는 농촌인구 감소로 토지매매가 부진한 현지에 수백억 원의 보상금이 풀리게 된다.

또 발전소 건립 및 운영과정에서 30년간 300억 원 이상의 주민지원금이 지원되고, 그만큼의 지방세수도 발생할 전망이다. 건설·장비·자재 등에서 지역업체를 활용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발전단지 건립후 태양광사업에 주민이 참여해 수익공유가 가능하다. 전력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해, 주민들이 온실이나 스마트팜 농사를 저렴하게 지을 수 있다. 협력사를 포함한 남부발전의 상주직원이 200여 명에 달해 인구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합천에 발전단지가 들어서면 합천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현재 추진중인 울산~함양 고속도로와 남부내륙고속철도, 광주~대구 간 달빛내륙철도 등의 교통망과 맞물려 지역회생의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천군이 지난 2018년 하반기에 합천 발전단지의 범 군민 유치청원 서명운동에 적극 나서 당시 성인의 85.4%(3만 5739명)가 찬성한 동의서를 남부발전에 전달한 것도 이런 기대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토론회 왜 무산됐나...남부발전의 ‘뒷 짐’이 큰 원인

합천 발전단지 유치로 인한 직,간접적인 파급효과가 이처럼 큰데도, 이번 토론회는 당초 기대했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파국으로 끝났다.

우선적인 이유는 반대투쟁위가 실력행사를 통해 토론회 진행을 막았기 때문이다.

반대투쟁위는 최근에 ‘합천군의 유치청원 동의서가 일부 위조됐다’며 형사 고발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수사중인 사안의 토론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집단 시위와 야유로 토론회 자체를 거부했다.

하지만 반대투쟁위의 실력행사 이면에는 토론회의 취지가 반대투쟁위에서 줄곧 홍보해온 발전단지 건립의 유해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 있었던 만큼 자체 논리의 모순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분석도 있다.

또 반대투쟁위의 핵심 인사들 중에는 귀촌·귀향한 지 몇 년에 불과한 사람들도 있는 데다 발전단지 사업예정지에 토지가 없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민들로 구성된 반대투쟁위의 주장이 토지 소유자 등 대다수 정주민들의 이해관계와 배치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천군의 준비 부족도 토론회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합천군은 당초에 남부발전과 반대투쟁위에서 각각 추천하는 환경전문가를 초청해 농번기 이전인 지난 25일까지 찬반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합천군은 시간을 허비하다 일정에 쫒겨 남부발전에서 추천한 전문가만 참여한 토론회를 강행했고, 토론회 개최 일정도 불과 몇일전에 반대투쟁위에 통지했다. 반대투쟁위가 토론회 패널의 편향성을 문제삼아 행사를 보이콧할 여지를 제공한 셈이다.

그러면서 합천군은 토론회 몇일전에 발전단지 사업예정지 12개 마을의 이장단회의를 열어 주민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반대투쟁위의 강한 기세 때문에 찬성 주민들의 참여가 매우 저조한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삼가면·쌍백면 현지에서는 발전단지 건립에 찬성의견이 많지만, 이 문제를 애기할 때는 주변을 의식할 만큼 반대투쟁위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남부발전의 소극적 자세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

남부발전은 사업자이면서도 지금까지 현지 주민들에게 이 사업에 관해 제대로 소통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합천군의 등 뒤에서 ‘뒷 짐’만 지고 있었다는 비판이다.

남부발전은 이를 의식해 지난 4일 쌍백면 도농교류센터에서 '주민소통·추진센터'를 개소했지만, 민원대응 예산지원도 없이 직원 2명만 파견했을 뿐이다. 직원들도 LNG발전소 민원처리 경험이 있는 건설처 소속이 아니라 태양광사업을 담당하는 그린뉴딜처 소속이여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남부발전은 이번 토론회에서 사업추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오해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히는 한편 조만간에 추가인력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확실한 사업추진 의지나 예산 뒷받침없이 사람만 늘리는 대책이 경색된 현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그로 인해 반대투쟁위가 집회에서 상여와 관까지 동원하며 군청에 진입하고 또 토론회에서 군수를 ‘매군노(賣郡奴)’로까지 지칭하며 수모를 주는데 대한 부담은 오롯이 합천군에서 떠안는 현실이다. 합천군 내부에서 “남부발전은 ‘꽃길’만 걸으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반대주민들이 토론회에서 피켓을 들고 앉아 있는 모습.
반대주민들이 토론회에서 피켓을 들고 앉아 있는 모습.

 

◇갈등해소 접점 찾아질 까...사업 무산땐 책임론 불가피

반대투쟁위의 실력행사로 토론회가 파국으로 끝남에 따라 합천 발전단지 건립을 추진하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파국을 막기위해 찬반 양쪽의 접촉은 있겠지만, '너무 멀리 나갔다'는 점에서 상황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최악의 경우 이 사업 무산으로 인한 법적 책임공방에 일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더 큰 편이다.

우선적으로 남부발전이 사업추진 의사를 밝히고는 있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않아 구두선에 그친다는 점이 회의적이다. 대다수 주민들의 관심사는 발전단지 사업구역을 최대한 넓게 잡는 것과 제대로 된 토지 보상가다. 그러나 남부발전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사업예정지 100만 평 중에서 50만 평만 매입하겠다”고 밝히는 자세다.

합천군이 ‘더 이상 밀릴 수 만은 없다’는 인식에서 반대투쟁위에 대한 형사고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이 사업 전망을 흐리게 한다. 군은 토론회에서 집단위력을 행사하고 군수에게 “행정을 이리 하니까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500만 원 벌금을 맞았지 않느냐“ ”매군노“라고 인신 공격한 반대투쟁위 관계자들을 업무방해 및 모욕죄로 형사고소할 것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천군이 주민 민원에 대해 이 같은 강경 자세로 돌아선 데는 일부 주민의 ‘무조건 반대’로 인한 이 사업 실패를 유야무야할 경우 앞으로 각종 지역 현안사업 추진에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토론회 무산 이후 삼가면·쌍백면 주민들 사이에서 남부발전·합천군과 반대투쟁위에 대해 주민소송을 통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말이 나와, 후폭풍이 우려된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는 일부 반대 주민들의 기세에 눌려 대다수가 침묵했지만, 만약에 합천 발전단지 건립이 물건너 간다면 문제가 다르다”고 전제했다.

이어 “산업단지와 발전단지가 들어선다고 5년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데 따른 재산피해를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며 “정신적 경제적 피해 보상을 위해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가면·쌍백면 일대의 합천 발전단지 사업예정지 330만㎡(약 100만평)는 당초 경남도의 미래 50년 전략사업 중 하나로 선정된 서부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지난 2016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3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던 곳이다.

그러나 장기 불황 및 제조업 경기 침체로 2018년 민간개발사업자인 부산강서산업단지㈜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산업단지 개발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가 경남도와 합천군,남부발전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발맞춰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기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2020년 7월부터 오는 2022년 7월까지 2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 지정한 바 있다.

metro81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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