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칼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적의 존경을 얻지 못한 사람은 결국 무너지게 된다. 나는 우리의 투쟁이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 가치는 적이 우리를 존중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다"

1960대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운 좌파 게릴라였던 우루과이 혁명가 호세 무히카(80). 70년대 이후 13년간의 감옥살이로 젊은 날을 보냈고, 엄청난 정치적 박해를 받았으면서도 2009년 대통령에 당선된 무히카는 삶의 가치를 이렇게 설파했습니다.

"이쪽 사람이라고 모두 좋은 사람은 아니며, 저쪽 사람이라고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모든 당파에 다 존재한다. 우리 모두는 다르다. 사회는 이 점을 인식해야 하고 양성(兩性)을 존중해야 한다"

자칭 '농부(화초 재배인)'로 재산이라고는 허름한 농가와 트랙터 2대, 손수 운전하는 1987년산 폴크스바겐 비틀이 전부인 그는 반 년 전인 2월 27일 5년 임기를 마치고는 대통령궁을 떠나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의 낡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 무히카는 대통령 월급(약 1300만 원)의 90%를 사회단체 등에 기부하고, 대통령궁 일부를 노숙자 쉼터로 개방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낡은 차를 몰고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히치하이커를 태워 주기도 했습니다.

반면 공무원 노조가 파업하자 경찰력으로 해산시키고 임금을 삭감하기까지 했습니다. 공기업과 자치단체에 야당의 참여를 허용해 외자 유치, 철광산 발굴, 석유 탐사 등 경제개발정책을 펼쳤습니다. 현재 우루과이는 남미 국가 중 중산층이 가장 많고, 극빈층이 거의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런 무히카를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자(賢者)'라고 칭송했습니다.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전 국왕은 그를 넬슨 만델라(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게릴라 활동 시절 '로빈 후드'라 불리기도 했던 무히카에 대한 존경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습니다.

# 인도를 강국으로 만든 압둘 칼람 대통령

인도 국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아 온 압둘 칼람 전 대통령이 한 달 전 7월 27일 타계했습니다. 12억 인구 중 13%에 불과한 무슬림 출신으로 야자 열매로 끼니를 잇는 가난을 딛고 과학 영재로 자라, 인도를 핵 보유국이자 군사 강국으로 키운 주역이었기에 인도 전역은 그에 대한 추모 열기로 숙연했습니다.

토종 인도 과학자인 칼람은 헬리콥터 설계(1960년), 독자 개발 인공위성 로히니 발사(1979년), 탄도미사일 개발과 2차 핵실험(1998년) 등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성공시킴으로서 인도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습니다. '미사일 맨'이라는 별명을 얻어 정치인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평생 독신으로 채식주의자였던 그는 1992년 정부 수석 과학고문 직에서 물러날 때 국가가 제공한 최고급 빌라를 마다하고 평소 살던 허름한 단칸방으로 돌아갔습니다. 2007년 7월 대통령 임기 5년이 끝나자 "내가 가져 온 것을 그대로 가져간다"며 달랑 가방 두 개와 책만 들고 나왔습니다.

은퇴 후에도 저술, 강연, 봉사활동으로 국민과 가까이한 칼람은 '국민 대통령' 칭호를 얻었습니다. 그는 자서전 '불의 날개'에서 "코란을 인용하며 큰 꿈을 가지라고 독려한 아버지, 가정환경과 운명은 아무 상관없다고 힘을 실어준 고교 시절 선생님 덕분에 꿈을 펼칠 수 있었다"고 술회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그의 서거를 듣고 "인도는 위대한 과학자, 훌륭한 대통령, 무엇보다도 뛰어난 영감을 주었던 분을 잃은 슬픔에 빠졌다"고 애도했습니다. 평생 자신의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위대한 사람, 칼람에 대한 최대 숭앙의 표현입니다.

# 포용 소통 진실 속에 살 길이 있다

자고 나면 밤새 안녕한지. 날 저물면 내일은 어떨지….
요즘 한반도는 노염(老炎)보다 더 뜨겁습니다. 어뢰에 이은 지뢰 도발, 대북방송 재개, 비무장지대 포격, 원점 타격, 전시체제 돌입, 전면전 불사로 이어지는 남북 간 일촉즉발의 긴장과 위기상황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일본은 한반도 긴장을 빌미로 안보법의 타당성을 강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은 내달 3일 전후 최대 규모의 전승절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변 초강대국들의 세 과시 경쟁 속에 우리만 '다른'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필살검을 휘두르고 있으니 안타깝고 덥지 않겠습니까?

먼 나라지만 무히카나 칼람 같은 지도자들의 행적을 음미해 보면 한반도 문제 해결에도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우선 무히카는 포용과 성장으로, 칼람은 부국강병으로 백성의 먹거리와 자긍심을 채워주고는 미련 없이 가난한 평민으로 국민 속에 묻혔습니다. '존엄'만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습니다.

또한 나라의 안정에는 강경했습니다. 무히카는 공무원노조의 불법 파업엔 강제력을 동원하는 한편 월급까지 깎아버렸습니다. 칼람은 열강의 견제와 압박을 무릅쓰고 인도를 핵 보유국이자 군사 강국으로 발돋움시켰습니다. 안보와 경제 같은 남의 나라에 맡길 수 없는 국가적 현안에는 목숨을 거는 각오를 보였습니다.

거기엔 내 편 네 편 모두를 설복할 수 있는 진실이 담겨야 존경과 신뢰가 따릅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됐지만 과연 어느쪽이 진실과 원칙을 지키고 실천할 것인지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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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묵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에 몸담았다. 이후 (주)청구 상무이사,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주)화진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언론사 정부기관 기업체 등을 거치는 동안 사회병리 현상과 복지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의 기고문을 써왔으며 저서로는 한국인의 악습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룬 '한국인 진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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