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칼럼] 지난 8월 11일 쉬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진과 기사를 뉴시스가 보도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국가를 당사자로 한 소송에서 변호사 자격자만 소송을 맡는다는 내용이 핵심인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을 통해 입법 발의했다는 내용입니다.

변협은 "행정청 직원이 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소송수행제도는 법률 수요에 비해 변호사 수가 적던 시절 국가기관의 편의를 위해 도입됐다. 오늘날 대형화, 전문화돼 가는 국가 당사자 소송에서 변호사 자격자가 아닌 비법률 전문가의 소송수행으로는 국가의 재산과 권리를 지키기 어렵다"며 여상규 의원에게 촉구하여 개정법률안을 발의했고 "이번 입법 발의가 실업상태에 직면한 청년 변호사의 고용창출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는 이번 발의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법률안을 제출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도 실렸습니다.

국가가 상대인 소송에서는 행정기관의 장이 소송에 대응해야 하지만 송무를 맡은 직원이 대신 수행합니다. 이번 법률안은 소송을 맡을 직원을 변호사 자격자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법률안의 타당성을 짚어보겠습니다. 소송에서 사건의 실체가 뭐냐가 먼저입니다. 그다음이 사건을 해결하는 절차입니다. 변호사는 대부분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 자격을 딴 사람으로 사건의 실체를 잘 알지 못합니다. 실체는 몰라도 절차를 아는 변호사에게 모든 행정소송을 맡기라고 하는 것이 이번 법안입니다. 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사건의 실체를 알 수 있을까요? 다른 부처 사건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허사건일 때에는 더더욱 심각합니다. 특허법원에서는 특허청장을 상대로 특허거절불복 사건을 다루는데 주로 기술의 진보성을 다툽니다. 지금은 10년 이상 심사심판 경력을 가진 공무원이 송무를 맡는다고 합니다. 변협은 이런 일을 변호사가 해야 한다고 외칩니다.

국회의원과 변협 회장이 나란히 법안을 내는 사진을 보면 참 부자연스럽습니다. 변협은 이익단체입니다. 대표로 발의한 의원은 변호사입니다. 국회의원은 헌법 46조에 따라 청렴 의무가 있고,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해야합니다. 과연 헌법에 정한 의무를 다하고 있을까요? 저 사진을 보고 변호사 단체와 관련이 없다 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변협은 대한변협 신문에서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을 통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히고 사진도 실었습니다.

대부분 행정기관에는 법무를 맡는 부서가 있습니다. 그 부서에는 대개 변호사도 있어서 웬만한 사건에는 법률문제를 지원해 주고 있을 겁니다. 변호사가 없어도 소송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만약 내부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면 그 사건만 외부 법무법인에 소송을 맡기면 될 것이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을 겁니다. 법으로 변호사를 강제한다면 행정기관에 변호사를 채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변호사를 채용하라는 요구입니다. 대한변협도 '직역 확대'라고 드러내놓고 말합니다. 2011년에는 준법지원인제도를 만들어 기업에게 변호사 자리를 요구하더니 이제는 행정기관에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렇게 되면 별다른 문제 없이 행정소송을 처리하고 있음에도 앞으로는 국민 세금으로 변호사를 고용해야 합니다.

전문가에게 전문성이 없으면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갑니다. 전문가제도는 제도 자체를 전문성 있게 만들어 두면 됩니다. 그다음 활용은 법률소비자 몫입니다. 제대로 된 전문가를 배출하여 국민이 전문가를 선택하여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전문가로서 자질을 갖춘 자격자가 충분히 배출된다면 법률소비자인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갑니다. 설령 수요보다 전문가 수가 많더라도 전문가끼리 경쟁으로 해결할 일입니다. 어느 전문가가 먹고살기 어렵다 하여 국민더러 주머니 털라 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을 우리 국민이 왜 들어야 합니까? 국민이 전문직 아니 변호사를 먹여살여야 할 의무까지 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법안이 국가의 재산과 권리를 지킨다고 포장했지만, 실제는 변호사의 직역 확대입니다. 공익이 아니라 사익입니다. 설마 문제점이 이렇게 많은 법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키지 않겠지요? 법사위에는 변호사 출신이 많습니다. 법사위의 정의로움을 둘러싼 논란이 나오지 않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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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958년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석사(1998),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자격이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부회장과 대한기술사회장과 과실연 수도권 대표를 지냈고, 지금 성칭특허법률사무소(www.patinfo.com)대표, 대한변리사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한글 바로쓰기, 우리 것(고유문화, 예술, 사상)제자리 찾기, 과학기술자 제대로 대우하기'에 관심이 많고 이에 도움이 되려고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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