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신궁을 세우기 위해 한양도성 성곽 일부를 철거하면서 훼손된 채로 땅속에 묻혀 있던 남산 서북편 회현자락의 한양도성 일부가 100여 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5개월 동안 발굴 작업을 펼쳐 총 구간 300여 미터 중 약 100미터 구간의 발굴을 완료한 결과, 성곽축조 초기인 태조시대에 처음 쌓아 세종, 숙종 이후까지도 계속 보수한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옛 성곽 94.1미터를 찾아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실사조사와 시대별 전형적 축조양식을 바탕으로 성곽이 지어진 시기를 밝혀냈다.

특히 지적원도(1912) 등에 기록으로만 존재했던 남산 중앙광장일대 성곽도 처음으로 실제 모습을 나타냈다.

또, 조선시대에 성벽을 지키거나 쌓는 것을 관리하던 관청명 일부가 적힌 기와 조각을 비롯해 바닥돌, 분청사기편, 왜사기 등 조선초기부터 20세기까지의 다양한 유물도 함께 출토됐다.

서울시는 이와 같이 남산 한양도성 발굴과정에서 드러난 성곽과 출토된 유물을 확인하고, 오는 22일(금) 발굴 현장을 일반에 공개한다. 이 자리에서 현장 자문회의도 갖고 향후 조사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 6월부터 남산 회현자락 3단계 정비사업 구간인 남산 중앙광장 일대(교육정보연구원~분수대~구 식물원 자리) 100여 미터를 발굴조사했다.

시는 ‘09년부터 한양도성 복원을 위한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을 3단계에 걸쳐 추진, 1단계 힐튼호텔 앞 아동광장 일대 성곽 84m('09년), 2단계 백범광장 일대 성곽 245m('12년)에 대한 복원 사업을 각각 완료했다.

발굴조사 결과, 지하 2.3m~3m 지점에서 유구를 확인했다. 성곽 바닥부분 1~2단을 이루는 기저부와 성곽의 몸통을 이루는 체성부(體城部)는 구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지표면 아래 3m 깊이에 있었다. 성벽은 4~5단부터 6~7단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성곽의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중앙광장 일대 성곽은 「지적원도(1912)」등에 기록으로만 존재했을 뿐, 그간 온전히 잊혀져 있다가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이번 발굴 구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한양공원(1910년)조성, 조선신궁(1925년)을 짓기 위해 지형을 크게 변형시키고 한양도성을 훼손한 지역이다.

광복 이후에는 이승만 동상 건립(1956년), 남산식물원 개장(1968년) 및 기타 개발 사업으로 지난 100년 동안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을 지냈다. 그래서 도성이 거의 훼손돼 남아있지 않을 거라고 추정됐지만,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발굴돼 그 의미가 깊다.

아울러, 이곳은 침략으로 인한 인류문화훼손 과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인 장소로,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대상 유적의 사전실사를 담당하고 유네스코에 등재권고 등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이코모스(ICOMOS) 구어잔 부위원장을 비롯한 외국의 전문가들이 지난 16일(토) 이 구간을 둘러보고 보존방안에 대해 여러 조언을 한 바 있다.

이 일대 성곽의 축성 시기나 학술적 가치에 대해서는 앞으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더 상세하게 밝혀 낼 계획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올해 말까지 발굴을 마치고,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향후 추가 발굴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발굴 성과는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 등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내외뉴스통신 = 이승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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