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부경찰서] = 도심속 왕복 8차선 대로에서 무단횡단을 하시다 안타깝게 고인이 되신 할머님의 기사를 접했다. 기사를 보며 혼자 상상해보았다. 할머님은 한창 꽃다울 나이에 부끄러움을 감추며 어느 멋진 남자를 만나 예쁜 결혼도 하시고, 토끼같은 아이도 낳으셔서 지혜롭고 올바르게 키우시고, 이제 더는 바랄 것이 없어 하루를 편히 보내시는 나날을 보내 던 중 그런 사고를 당하신게 아닐까하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보통의 할머님에게 어찌보면 차가 안오는 것 같아 무단횡단 한번 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기가 어찌되었든 간에 해당 교통사고의 참혹한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끔찍하다, 아찔하다라는 등의 댓글로 일관하며 조의를 표했고, 경찰의 단속이 더 강화되야 한다는 취지의 댓글이 많이 보였다.

노인들의 교통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참혹한 결과를 야기하지만, 정작 경찰관인 내가 이러한 노인들을 상대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교통단속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한때는 근무 중에는 무단횡단하는 노인들만 찾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노인교통사고 발생빈도는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뭐가 문제일까.

경찰관 입장에서 아무래도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에게 단속을 하여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예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도의상 걸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또한 그러한 분들에게는 단속에 대한 절차를 고지하고 아무리 친절하게 반복하여 설명해도 도통 대화가 원할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강제절차로 법집행을 하기에는 법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현장 애로점이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가장 어렵고 힘든 점은 노인들에 대한 교통단속을 할 때이다. 사실 경찰관에 입직할때부터 노인들에게 교통단속 범칙금을 부과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무단횡단이 얼마나 위험하고, 아찔한 것인지만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단속을 위해 다가가자마자 이내 도망치시곤 한다. 그러다 가끔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범칙금 부과처분을 받으려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단순히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만으로 오랜시간 누적되어 자리잡힌 그 분들의 생각 자체를 바꿀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본직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갈수록 노령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거리의 할아버님, 할머님은 나의 부모일 수 있으며 누군가의 부모이다. 경찰관이 어떠한 위법행위에 대해 단속을 행하는 것만이 우선이 아니다. 어떠한 문제가 있을 때에는 시민들이 통감하고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또한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무단횡단을 하는 할아버님, 할머님에 대해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도와주려는 문화가 선행되었으면 한다. 하루빨리 안타까운 노인 교통사고 기사는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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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부경찰서 가좌지구대 순경 남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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