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김흥두 기자 = 연말 영화가 풍성하다.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나오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시간 때우기'용이 있는 반면 한 장면 한 장면이 떠올려지는 '몰입도가 높은' 영화도 있다.
그런 영화는 반드시 '명대사'를 동반한다. 시간이 지나면 영화 장면보다 한마디의 대사가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연출한 '러브레터'(1995)는 "오켕키데스카(잘 지내나요)?" 딱 한 줄로 기억된다. 물리적으로는 짤막하지만 정서적으론 영화 전체를 번쩍 들어올렸다.
맥스무비 영화연구소가 '올해의 명대사'를 조사했다. 100만 명 넘게 모은 한국 영화 21편과 다양성 영화 흥행 톱5를 제시하고 진행한 설문에 1645명이 응답했다. 관객의 심장을 저격한 대사들이다.
1,2위를 모두 '베테랑'이 차지했다. 1341만의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 다운 대사다.
1위는 "어이가 없네~"다.
조태오(유아인)는 트럭 기사(정웅인)가 420만원 임금 체불 때문에 1인 시위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렇게 푸념한다. 왜 일을 크게 만들었느냐는 역정이다. '베테랑'이 명대사 공장이었다는 후기가 실감나는 대목이다.
몰표를 던진 관객의 마음에서 이중성이 엿보인다. 강자에 대한 분노와 약자에 대한 연민, 관객은 이 괴력을 가진 대사에서 우리의 짠한 모습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
2위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서도철(황정민)은 돈을 받고 청탁하는 동료 형사를 향해 이 대사를 날린다.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돈이라는 약점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사회의 '갑과 을' 다툼을 다룬 이 영화에서 관객은 당연히 을의 편이다.
이 두 대사는 2015년 해가 저무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한국사회의 갑과 을을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되내이게 한다.
관객들의 정서는 을에게 다시는 저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생겨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냉혹한 현실은 또 다시 갑의 횡포와 을의 수난을 생성한다.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이…
3위는 "모히토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할까"가 차지했다.
배우 이병헌을 수렁에서 건진 한마디라는 평가다. '내부자들'에서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는 "몰디브에 가서 모히토나 한 잔 하면서 살자"는 옛 연인의 말을 엉뚱하게 기억해 이 대사를 날린다. 극장이 온통 웃음바다가 됐다. 전라도 사투리와 더불어 인간미가 배어나면서 어둡고 긴장이 팽팽한 영화에 숨구멍을 만들어줬다. 이 명대사는 이병헌의 애드리브로 탄생했다고 한다.
숨 막히는 세상살이, 엉뚱하게 내뱉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웃음보가 터져 신나게 웃는다.
긴장하고 팽팽한 신경을 무장 해제시키는 명대사가 우리의 답답한 가슴을 펑 터지게 만드는 묘약이 무엇일까?
사필귀정, '악한 자는 결국 벌을 받는다'는 사실, 그것이 정의가 되고 사회의 룰이 되고,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윤활제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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