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칼럼]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해부터 미취업 청년들에게 한 달에 50만 원의 돈을 주겠다 해서 말이 많습니다. 서울에 사는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중위소득(2016년 기준 4인가구 약 439만원) 60% 이하 미취업자, 졸업예정(유예)자 가운데 3천 명을 선발해 '청년활동지원비(청년수당)'를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 건으로 시끄럽던 참입니다. 이 시장은 내년 경기도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19~24세의 모든 청년(1만1천여 명)에게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한 해 100만 원씩 지급하겠다며 100여억 원의 예산까지 책정해 놓았습니다.
두 시장이 공표한 청년지원정책은 곧바로 포퓰리즘 시비에 휘말려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물론 일반사회, 심지어 수혜 대상인 청년들 가운데서도 논쟁이 뜨겁습니다.
정부·여당은 당장 선거를 의식해 청년 표를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새누리당은 "청년의 마음을 돈으로 사겠다는 전형적 포퓰리즘"이라고 성토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신설 복지제도'에 해당된다며 사회보장기본법상 정부와 사전협의가 필요하다고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청년의 사회진출을 돕자는 취지의 정책'일 뿐 시혜성 복지제도가 아니라며 복지부와의 사전협의는 필요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박 시장은 "취업의 절벽 앞에 선 청년에게 사다리를 놓아주자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신청과 취업 활동계획서를 엄정히 심사해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청년 실업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입니다. 현재 15~29세의 청년 실업자 수는 약 32만 명, 실업률은 7.4%, 평균 구직기간은 11개월, 월평균 취업준비 비용은 22만8천 원이라고 합니다. 통계 기준에 따라서는 청년 실업자 수를 20만~50만 명으로 헤아리기도 합니다. 이들은 장기 미취업 상태에서 취업을 위해 계속 학원 수강, 어학능력시험 응시, 도서 구입, 입사서류 작성, 교통 등 여러 가지 경비를 감당해야 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조달 방법은 아르바이트, 다음이 부모나 친지의 용돈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수당이 과연 청년들의 버팀목이 될지, 마약이 될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돈을 준다 해도 걱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청년지원사업이 시작된다 해도 적잖은 문제들이 예상됩니다. 서울시의 해당 청년 수십만 명 가운데 심사를 거쳐 선발될 수혜자는 겨우 3천 명. 그 수십 배에 달하는 탈락 청년들이 더 큰 실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수혜자라 하더라도 짧게는 두 달, 길어 봐야 여섯 달 지원을 받아서 과연 무사히 사다리를 타고 넘어 취업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 후로는 네 책임이니 알아서 포기하든 말든 해라? 혹시 더 깊은 실의의 수렁 속에 밀어 넣게 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러운 것입니다.
사실 서울시가 주장하는 '구직의 사다리'도 현금 지급이라는 점에서 그 효과는 성남시 경우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의타심을 심어줄 뿐 아니라 그 투여물이 효과에서 마약과 다를 바 없는 현금이라는 것입니다.
"돈으로 청년 실업을 해결한다고?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고 물고기를 나누어 주겠다고? 그거 선전 효과를 노린 정치적 술수 아냐?"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심은 그런 것일 겁니다.
차라리 취업 준비에 필요한 교육, 응시, 자료, 교통카드 등의 실무적 지원이 더욱 공감할 수 있고 선명한 청년 취업의 사다리가 아닐는지. 만약 중앙 정부 지원책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각 지역 현실을 고려한 보완책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 시장은 뛰어난 발상으로 여러 가지 사회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늘의 입지를 다진 인물입니다. 또한 변호사 출신으로 법에 대해 누구보다 이해가 깊은 사람입니다. 그런 이의 '현금 박치기 식' 청년수당은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시장님들이 인심 쓰듯 주겠다는 '청년수당', '청년배당'의 재원은 또 무엇입니까. 시민들 주머니를 털어 거둔 세금입니다. 충분한 이해가 없다면 결국 시민들을 봉으로 삼아 시장들이 생색낸다는 비난을 피할 길 없을 것입니다.
선거철이 가까워져 올수록 여러 가지 꼼수를 경계하는 눈초리가 날카로워집니다. 더구나 '친 서민 정책'을 내세워 온 야당이 내부 갈등으로 지리멸렬, 오히려 서민들에게서 더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의의 정책이 '돈으로 표를 사려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좀 더 깊은 연구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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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순
스포츠서울 편집국 체육부장, 부국장, 경영기획실장과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을 역임했다. 여러 차례의 올림픽과 월드컵축구 등 세계적인 스포츠대회의 현장을 취재했고, 국제스포츠이벤트의 조직과 운영에도 참여하며 스포츠경기는 물론 스포츠마케팅과 미디어의 관계, 체육과 청소년 문제 등에 깊은 관심을 두고 이와 관련된 글들을 집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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