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부경찰서] = 지난해 여름 27세 여성이 남자친구의 폭력에 시달리다 살해된 뒤 시멘트로 암매장됐던 충격적인 사건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뒤인 11월엔 지방대 한 의학전문대생이 여자친구를 잔인하게 폭행한 녹취가 공개됐으며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한 여성이 헤어진 애인에게 염산테러를 당해 몸에 3도 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데이트폭력을 공론화 하고 처벌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데이트폭력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고, 방법은 치밀하고 잔인해지고 있다.


연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강간 등 5대 강력 범죄는 한해 평균 7000여 건, 최근 5년간 연인이나 전 연인으로부터 살해당한 사람은 645명에 달했다.


데이트 폭력으로 3일에 한 명이 사망하는 것이다.


상해·폭행 사건은 하루 평균 15.7건, 강간 및 강제추행은 하루 평균 1.2건씩 발생했다.


한 전문가는 사회나 가정에서 부정적인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데이트폭력 가해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낮은 자존감이 결국 상대방 여성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전혀 이런 폭력성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변에서는 데이트폭력을 알아차리기가 힘들다고 한다.


또한 가해자들이 데이트폭력을 한 번 시작하면 담배에 중독되듯이 폭력을 끊지 못하고 점점 강도가 심해지는 문제도 있다.


특히 염산테러처럼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혀 영원히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방법이 치밀하고 잔인해지는 만큼 데이트 폭력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


의학전문대생 사건도 재판부가 가해자가 학교에서 제적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해 국민의 반발이 심해지자 뒤늦게 제적 처분을 내렸다.


수사나 재판 단계에서 '사랑싸움'으로 가볍게 치부하는 일 없이 더 엄중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 보호에도 힘써야 한다.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적극적인 대응도 매우 중요하다.


조사결과 피해자의 60%가 데이트폭력의 기미가 보여도 '헤어질 만큼 심한 것'인지 안일하게 생각하거나 혼자서 고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나친 사생활간섭, 잦은 만남 횟수 강요, 다툼을 할 때 분에 못 이겨 물건을 던지는 행위, 강제적인 신체적 관계 요구 모두가 데이트 폭력의 징후다.


신고로 인한 신상정보 유출이나 보복을 두려워하지 말고 반드시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영국은 지난해 3월부터 애인의 폭력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클레어법'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09년 헤어진 연인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이름을 딴 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예방법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도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폭력'만 빼면 괜찮은 내 애인, 그 '폭력'때문에 목숨을 잃은 뒤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그래도 만남을 지속하겠는가? 진지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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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부경찰서 수사과 경장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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