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칼럼] 걸그룹 트와이스의 쯔위(16)가 '대만 독립운동자'라는 논란에 휩싸여 중국으로부터 거센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중국의 정치적 여건이 한 소녀의 노력과 꿈을 한순간에 짓밟아버렸다. 국내에서는 쯔위가 '희생양'이라는 동정 여론이 크게 일고 있지만 중국과 대만, '하나의 중국'이란 이데올로기를 두고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국기' 예능으로 치부하기에는 중국으로서는 너무 민감한 사안이다.
여기에는 정치, 자본, 문화의 상관관계라는 거대한 담론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바로 중국의 영화 변천사다.
중국의 거대 자본이 정치논리에 얼마나 휘둘리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중국 영화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규모만 본다면 머지않아 할리우드를 앞지를 태세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영화 합작 열기도 뜨겁다.
2012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영화 시장으로 올라선 중국은 매년 30% 안팎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세계 1위인 미국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2002년 단 100편에 불과했던 중국 영화제작 편수는 2014년 618편으로 급증했다. 2년 전인 2012년에는 745편을 제작하기도 했다. 제작 편수에서는 이미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2001년 12월 영화 시장 개방이후 중국의 정치경제적 여건은 이데올로기와 자본의 충돌로 점철돼 있다. 상업적 이윤을 창출하는 영화 산업을 둘러싸고 일련의 권력관계를 형성하면서 내적으로는 차제 전환과 외적으로는 영화 시장 개방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자본의 영향력이 급속히 증대된 반면 중국의 통제제도에는 큰 변화가 없다. 역설적이지만 탈정치화에서 정치화로 전환한 중심에는 자본이 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자된 대작영화일수록 정책위험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쯔위의 '국기'논란은 중국의 정치적 여건이 자본과 문화를 종속하는 경우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대만에서는 제1야당인 민진당 차이잉원(여) 총통 후보가 국민당의 친중 정책에 따른 경제 실정을 집중 부각시키며 새 총통으로 당선됐다. 선거기간 중 친중 행보로 지지율이 떨어진 국민당은 서둘러 페이스북에 '쯔위를 지지한다'는 글을 게재하는 등 표심 잡기에 이용했다.
'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하는 중국으로선 대만 내 독립 지지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는 만큼 쯔위의 행동을 같은 맥락으로 맹비난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미성년자인 쯔위가 어른들의 정치논리에 희생양이 됐다는 견해가 다수지만 우리의 시선과는 차원이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쯔위의 소속사인 JYP가 두 차례의 성명을 내고 쯔위의 중국 활동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존중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중국 내 여론은 쯔위는 물론 JYP까지 보이콧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쯔위가 등장한 광고까지 중단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15일 JYP 소속가수 닉쿤 참석예정이었던 중국 행사가 돌연 취소되고 갓세븐 잭슨마저 중국 예능출연이 무산됐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쯔위폰'으로 출시한 중국산 화웨이 스마트폰 'Y6'의 한국 내 쯔위 광고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처럼 악화된 중국 내 비난을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은 중국 시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중국은 일본 한류가 내리막길을 걷자 국내 연예계가 모두 뛰어든 거대 시장이다. 현재 한류 콘텐츠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한류의 거점이나 다름없다.
중국의 문화 사업이 여전히 정치의 종속매개라는 위치에 불과하고 자본 역시 정치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쯔위는 중국과 대만의 양안정책의 희생양인 것이 분명하다. 더 명확하게 말하면 자본의 희생양이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그동안 타국 땅에서 비주얼로 특채됐다는 편견을 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던 시간은 오간데 없고 16세 소녀의 꿈이 무참히 깨지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그 이유가 단지 보고 자란 국기를 흔들었다는 작은 몸짓하나로…

김흥두
부산대학교 졸업
前 울산매일 편집국장 직무대리
前 신울산일보 편집국장
現 내외뉴스통신 본부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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