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한국영재교육학회장.사진=nbnDB

[내외뉴스통신] 이정규 한국영재교육학회장

11월 24일 교육부는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의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총론에 대해서는 이미 공청회 때부터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의 교원단체들과 학부모, 일부 교과 전문가들의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공청회는 형식적인 절차였고, 원안대로 발표가 된 것이다. 

‘2022 개정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순차 적용될 국가 교육과정으로 미래 교육의 근본이자 청사진이라 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했다.

미래 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를 살아가야 할 인재상을 구상하여 그들이 갖추어야 할 혁신역량을 제대로 키워줄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야 학교 현장에서 실천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교육부의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의 주요내용 발표는, 왜 대선이 다가올 때마다 대선 주자들이 교육부의 해체 또는 통합문제를 제기하는지를 이해할만한 대목들이 발견된다.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내용 발표에 제기되는 문제점으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발표 시기의 문제 ▲교육과정과 대학입시와의 연계성의 단절 문제 ▲개별과목은 차치하더라도 학습량이 줄어들고 쉬어진다는 점에 대한 문제 ▲모든 아이를 위한 교육에 대한 문제 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2022 개정교육과정’이 과연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고 있느냐와 발표 시기에 관한 문제다.

헌법 제31조 4항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교육부는 교육과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관리감독하는 부처이다. 그러나 이번 총론 발표에서 등장한 ‘민주시민’, ‘생태환경’, ‘노동인권’ 교육이 모든 교과에 공통적으로 반영되고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특정 정파와 단체들의 이념과 사상이 반영된 교육을 모든 교과에 더욱 강화하고 차기 정권이 바뀌더라도 유지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2022 개정교육과정’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표 시기도 앞으로 대선이 3개월도 안 남은 현 정권 임기 말기 시점에 발표하였다. 이는 차기 정권의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현 정권의 이념과 정체성을 지속해서 국가 교육과정을 통해 앞으로도 쭉 유지하겠다는, 일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던 ‘대못박기’를 하겠다는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임기 말에 발표한 교육부의 총론에 대한 주요 발표 사항은 내년 하반기에 확정 고시된다. 

결국, 내년 새로운 정권이 수립되면 개정교육과정의 골격에 해당하는 총론은 현 정권이 세웠지만, 살을 붙이는 세부적인 각론은 차기 정권으로 미루게 되어, 차기 정권에서 전면 폐기 또는 수정하게 되는 혼란스러운 사태를 빚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교육부도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무리하게 대선 3개월 전에 ‘2022 개정교육과정’의 총론을 발표한 배경이 의아하다. 

둘째, 교육과정과 대학입시와의 연계성의 단절 문제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대학입시는 특수하고도 절대적인 교육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입시를 위해 초등~고등학교까지,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에 올인할 정도로 치열하다. 심지어 교육부의 교육목표와 교육과정보다도, 일선 학교에서는 서울의 주요 대학의 입시제도 발표에 주목할 정도다.

입시제도가 발표되면, 전국의 고등학교 공교육과 사교육이 입시제도에 맞추어서 즉각 바뀐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한편, 교육계에 암묵적으로 통하는 진리가 있다. 그것은 아무리 미래 사회 변화를 예측하여 창의융합교육, AI, SW교육, 통합교육이 중요하고 자유학기제 등 자율적인 진로 탐색 및 체험교육이 중요하다고 논의하다가도, 막상 모든 교육적인 논의는 대학입시라는 장벽 앞에서는 더는 논의를 진척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입시 제도의 확정은 차기 정권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신설되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될 사안이다. 결국 개정교육과정과 대학입시와의 연계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차기 정권의 몫으로 넘겨버린 ‘절름발이’ 2022 개정교육과정이 되고 말았다.

셋째, 개별과목은 차치하더라도 공통과목인 국영수의 학습량이 줄어들고 쉬워진다는 점에 대한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 일선 학교의 많은 선생님, 학부모, 학생의 불만의 목소리를 교육부가 경청하여 총론을 수립했는지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아무리 학습량을 줄이고 쉽고 재미있게 만든다 한들, 학교에서는 성적을 내고 등급을 내신에 기록해야 하는 중간, 기말고사나 수능에서 필요한 난이도와 변별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게 시험이나 수능 문제를 출제할 수는 없다. 

결국, 학교에서는 교육과정대로 교과서도 쉽게 재미있게 만든다고 하지만, 학생들은 시험과 수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교육의 양극화는 더욱 커질수 밖에 없는 교육 현실을 간과한 2022 개정교육과정이 되고 말았다. 이는 이미 OECD 국가에서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고 있는 통계치가 말해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미래 사회에 필요한 혁신역량으로 수학과 과학의 시수를 30% 더 증가하고, 정보를 2025 대입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개정교육과정’과 같은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였지만, 오히려 일본 아이들의 희망직업 1위가 박사, 과학자로 나타났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개정교육과정에서 발표한 ‘모든 아이를 위한 교육’에 대한 문제다. 

최근 OECD ‘성인역량조사’에서도 발표되었듯이 우리나라 성인들의 학력은 평균층과 하위층은 증가하였으나, 상위층은 오히려 약화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이 지난 산업화시대에나 필요한 표준화된 인간만을 양성했었고 빅테크가 주도하는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양성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는 학습부진아를 위한 ‘기초학력보장’의 교육을 명시하고 더욱 강화하고 있지만, 미래 고도의 지능정보화사회를 선도할 우수 인재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하겠다는 언급은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느 한쪽에 편향된 교육만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형평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현 정권의 이념과 정체성을 국가 교육과정을 통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서둘러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부분을 교육부가 발표하였지만, 교육부가 오히려 교육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100여일 남은 대선과 차기 정권에서 발표한 총론대로 그대로 진행될지, 전면 폐기될지도 모르는 2022 개정교육과정의 섣부른 발표가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이정규 약력]
현. 한국영재교육학회장
전. 교육부 AI 교육 위원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융합교육단장.
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counsel2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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