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묵 칼럼니스트. 사진=nbnDB
김홍묵 칼럼니스트. 사진=nbnDB

[내외뉴스통신] 김홍묵 칼럼니스트

-“이재명은 하늘이 내린 사람.”(김용옥)

-“소문이 다 났다.”(이재명~웃음)

-“기본소득은 선각자 안목… 박정희 시대 농촌 억압, 소멸.”(김용옥)

새해 첫날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도올(檮杌) 김용옥과 주고받은 너스레입니다.

21세기에 웬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인가 싶어 확인해 보니 김용옥의 유튜브 채널 도올TV의 농촌문제 대담 프로에서 실제 방송한 내용이었습니다.

17세기 유럽의 절대왕정을 옹호한 왕권신수설은 동양에서는 그보다 훨씬 전의 역사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중국 전한(前漢) 말 평제(平帝)의 장인이자 섭정(攝政)인 안한공(安漢公) 왕망(王莽, BC45~AD23)은 황제를 독살하고 두 살짜리 황족 유영(劉嬰)을 옹립한 뒤, 권모술수를 부렸습니다.

-“안한공 망이 황제가 된다(安漢公莽爲皇帝).”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흰 돌에 붉은 글씨로 쓰인 이것을 두고 “하늘이 천명을 내렸다”는 참언(讖言)을 퍼뜨렸습니다. 3년 뒤 끝내 찬탈하여 스스로 황제가 되었습니다. 신(新, AD8~23)나라를 세워 15년간 독재를 휘둘렀습니다.

왕망은 찬탈 전 섭(攝)황제라 불리던 시절 살인을 한 차남을 자결하게 하고, 국고 100만 냥을 풀어 빈민을 구휼했습니다. 유영의 왕위도 눈물로 세 번이나 사양한 끝에 선위 형식으로 물려받았습니다. 공로 포상도 사양했습니다.

그러나 황제 자리에 오르자마자 겸양은 사라졌습니다. 전국 토지를 국유화하고 매매를 금지시키는 토지 공개념을 도입해 막대한 사익을 취했습니다. 매관매직, 혹세(酷稅), 물가폭등이 이어졌습니다. 처음 그를 지지했던 백성들은 유랑민 신세가 되었다가 뒷날 반란군이 되어 왕망을 처단했습니다.

왕망은 후한 말 동탁(董卓)·조조(曹操)·사마의(司馬懿)와 함께 망탁조의(莽卓操懿)라 일컫는 한나라 4대 역신(逆臣)으로 꼽힙니다. 그가 퍼뜨린 참언은

세상이 어지럽고 국운이 쇠했을 때 어리석은 백성을 혹세무민(惑世誣民)한 프로파간다(propaganda)였습니다. “하늘이 천명을 내렸다”고 한 돌과 글씨는 측근들의 장난이었습니다. 자식을 처결할 만큼 잔인성을 지녔으면서도 굶주린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척하며 국고로 퍼주기 구휼(救恤)을 하고, 그 공로에 대한 논공행상도 거절하는 쇼맨십을 갖추었습니다.

자신의 명철보신만 꾀하다 ‘국민’을 저버린 왕망의 15년 영화는 척결(剔抉;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냄)로 막을 내렸습니다.

춘추시대 송(宋)나라 양공(襄公; 재위 BC651~BC637)도 ‘하늘의 운’만 믿고 마구 전쟁을 벌이다 참패하고 자신도 죽은 불운의 장본인입니다. 그는 왕위에 오른 지 7년 되던 해 하늘에서 떨어진 5개의 운석(隕石; 별똥)을 두고 ‘패업(覇業)의 전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이듬해 정(鄭)나라가 자신을 포로로 잡았던 초(楚)나라와 동맹을 맺자 홧김에 정을 공격했습니다. 초가 정을 돕기 위해 원군을 보냈습니다. 송과 초는 홍수(泓水) 양안에 포진하고 진영을 가다듬었습니다. 양공의 어리석음은 이 전투에서 또다시 발휘되었습니다.

압도적으로 수가 많은 초군이 강을 건널 때와, 강을 건너 전투대형을 갖추려 할 때, 재상 목이(目吏)가 두 차례나 “지금이 공격할 때”라고 재촉했습니다. 그러나 양공은 “적이 진형을 정비하지 못하고 전투태세를 갖추지도 않았는데 공격하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전열을 다 갖춘 초군과 대결하다 송군은 대패하고 자신도 부상당해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평소 겸양지심을 강조해오던 양공의 이 전투 패배를 두고 후세 사람들은 ‘송양지인(宋襄之仁; 송 양공의 인, 쓸데없는 인정을 베풀거나 불필요한 동정·배려를 하는 어리석음)이라 부릅니다.

천하를 통일하여 대권을 장악한 패자(覇者)를 흔히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 추켜세웁니다. 그런 위인은 지략과 용기가 뛰어나고 도덕과 경륜을 갖춘 사람을 일컫습니다. 조롱국병(操弄國柄; 권력을 잡은 사람이 마음대로 정사를 처리함)이나 작문정치(作文政治; 시정방침만 늘어놓고 시행하지 못하는 정치)에 능한 자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천운에 현혹돼 국민이 깨우치지 못하고 바른 길을 찾지 못하면 사슴이 말이 됩니다[指鹿爲馬 지록위마]. 하늘에서 내릴 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북의 핵미사일뿐입니다.

[김홍묵 촌철]
경북고-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前한국일보-동아일보 기자
前대구방송 서울지사장
現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現내외뉴스통신 객원칼럼니스트
bamboo99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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