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칼럼니스트. 사진=nbnDB
이정규 칼럼니스트. 사진=nbnDB

 

[내외뉴스통신] 이정규 한국영재교육학회장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거의 매년 수시로 바뀌는 대학입시제도에 지쳐있다.

대입정책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대입정책을 결정하는 국가 최고 정책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나 ‘교육부’는 수많은 전문가와 교육 관계자들의 논의와 공청회를 개최한다.

바뀔 듯 하지만, 결국은 수시와 정시의 비율조정이 주요 쟁점이고, 이 또한 정권의 입맛에 맞게 바꾸고 대학입시에 많은 영향을 주는 일부 대학에 비율조정의 결과를 강요하고 있다. 게다가 현정권 말기인 2021. 11월에 교육부는 차기 정권에서 어떻게 다루어질지도 모르는 “2022 개정교육과정”의 총론을 발표하여 더욱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차기 정권의 교육정책에서도 바꿀 수 없도록 대못을 박겠다는 굳은 의지로 발표한 이번 교육부의 총론 발표는 고스란히 차기 정권의 과제로 넘어가게 된다. 차기 정권에서 2022 개정교육과정의 총론이 폐기될 수도, 전면 수정보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총론을 각론으로 더욱 구체화하고, 이를 대학입시와 연계해야 하는 과제도 2022년 하반기에 정식으로 출범하는 ‘교육위원회’의 과제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더욱이 최근에는 갑자기 대입제도에서도 새롭게 등장하는 ‘공정성’이란 명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과목을 줄이고, 난이도 조정을 통해 문제를 더 쉽게 출제하겠다고 대선주자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다. 만약, 문제를 더 쉽게  출제한다면, 교육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대입제도의 불확실성과 불안은 더욱 증폭되어 사교육계는 더욱 팽창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국의 학생과 학교, 대학으로 일파만파로 퍼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른바 수능의 쉬운 문제로 인해 만점을 받는 학생이 지금보다 몇 배, 몇십 배로 늘어나게 되는 입시의 ‘천정효과’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며, 대학에서는 제한된 입학정원 내에서 어떤 수학 능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지금보다 더 복잡한 대입제도를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복잡다양하고 불확실한 대입제도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진로진학컨설팅의 사교육시장으로 더욱 내몰게 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쉬워진 교육과정을 수업에서 가르쳐야 하지만, 결국 정해진 등급의 내신관리를 하기 위해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의 시험문제의 변별도와 난이도 조정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또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된다. 지금도 OECD 국가에서 불명예스럽게 1위를 차지할 만큼 가장 많은 사교육비(9.3조원, 2020년)를 지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교육으로 학생들을 더 몰아세우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리라는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한편, 대학입시에는 ‘수시’와 ‘정시’가 있다. 대학마다, 심지어 같은 대학 내에서도 학과마다 전문가들도 헷갈리는 수많은 입시전형이 산만하게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정시에서 중요한 것은 ‘수능점수’지만, 수시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가 중요해진다.

수시에서 학생의 생기부를 통해 알고 싶은 것은 “이 학생이 과연 우리 학과에 필요한 학생인가”라는 선발의 중요한 요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 지침’을 살펴보면, <① 학생의 학교 생활태도 및 학습 성장 변화를 담아내는 학생 종합 성장 보고서. ② 교사가 학생의 성장과 학습 과정을 상시 관찰 · 평가한 누가기록 중심의 종합기록. ③ 학생의 학업성취도 및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 · 평가하여 학생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관리되는 법정 장부>라고 할 정도로 학생에게는 매우 중요한 장부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생기부가 지역마다, 학교마다, 심지어 같은 학교 내에서도 교사마다 그 기록의 양과 질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최근 회의를 한 어느 교육청의 교육정책담당관이 한숨을 쉴 정도다. 같은 대도시지만 특정 지역에 따라, 공립학교 또는 사립학교에 따라 생기부에 작성하는 페이지 수가 다르다고 한다.

심지어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상위 몇 등급의 학생들에게만 몇 페이지 이상 잘 작성해주고 그 이하는 대충 작성하자고 교사들끼리 협의를 하였다가 교육청의 징계를 받을 정도라 한다. 게다가 교육부 지침에서도 교사가 직접 상시 관찰 · 평가한 누가기록 중심의 종합기록관찰이라고 하였지만, 실제로는 학기 말만 되면 학생, 학부모가 교사 대신 작성해서 제출하는 사례도 있고, 성업을 하고 있는 곳은 이를 대신 작성해주는 생기부 컨설팅 학원이라고도 한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생들은 잠시 쉴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과목별로 쏟아지는 수행평가 과제에 내몰리고 있다. 분명히 평소 수업에서 관찰 및 평가한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 교과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일명 세특)이건만, 많은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편의에 의해 특정 기간에 집중하여 과제를 주고 그것을 제출한 학생들에 한하여 해당 건에 대해서만 기술한다.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세특이 중요한 이유는 학교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업 시간에 대한 기록이며, 평가항목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과 성적만으로는 확인하지 못하는 수업 중 성실성 및 적극성, 역경 극복 사례, 전공 관련 학습 경험 등을 평가에 반영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과제 수행과정 및 결과, 수업 중 토론, 모둠 활동, 조사 · 발표 등을 통해 학업역량, 전공적합성과 연결 지을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자기소개서의 소재 및 면접 질문 문항이 될 수 있기에 교과를 통해 배우고 익힌 내용을 교과 세특에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 학교, 교사에 따라 이렇게 천차만별이니 어찌 적합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겠는가? 교수평(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를 꾀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공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하고, 학교와 선생님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와 선생님이 사회적 본연의 의무인 학생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차기 정권에서는 교육을 포퓰리즘의 정치 수단으로만 삼으려 하지 말고, 공교육인 학교 시스템과 교사의 수업이 어떻게 정상화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정규 약력]
현. 한국영재교육학회장
전. 교육부 AI 교육 위원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융합교육단장.
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counsel2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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