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흥익 박사. 사진=nbnDB
황흥익 박사. 사진=nbnDB

[내외뉴스통신] 황흥익 칼럼니스트

세계전사(戰史)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전쟁스토리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1967년 6월 5일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기습 공격한 3차 중동전쟁을 얘기할 것이다. 단 3시간만에 5개국(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이라크)이 연합한 ‘아랍연맹’의 공군력 4분의 3을 초토화하고, 단 6일만에 기존 영토의 6배에 달하는 영토(시나이반도 전체와 가자·서안지구, 골란고원 등)를 확보한후 전광석화처럼 전쟁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당시 많은 나라에서는 전쟁승리의 원동력을 분석했고, 그 결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활약상으로 귀결되었다. 즉 ‘신베트(Shin Bet, 국내)’와 ‘모사드(Mossad, 국외), ’아만(Aman,軍)‘등이 연합해 적진 깊숙이 ‘엘리코헨’(Elie Cohen, 1924~1965) 같은 베테랑 첩보원들을 수십회 잠입시켜 세세한 지형지물까지 탐색하여 적의 역량과 의도를 간파토록 했고, 개전(開戰) 후에는 사전 파악된 목표물만 신속· 정확히 타격한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그만큼 인간정보활동(HUMINT)은 결정적 순간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지난 1월 1일 새해 첫날에는 탈북민이라는 김 某(29)가 강원도 고성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이중으로 된 철책을 넘은 사건이 있었다. 채 4분이 걸리지 않았다. ‘남쪽 철책’의 높이는 3m에 달하여 특수훈련으로 다져진 몸이 아니면 쉽게 넘기 어렵다. 더군다나 김 某는 2020년 11월 귀순때도 동일 지역 철책을 단숨에 넘어온 것으로 확인되어 삼엄해야 할 비무장지대가 대문 역할을 한 꼴이 되었다.

우리軍의 GOP 감시카메라(CCTV) 3대에는 이동 모습이 다섯 차례나 포착되었고,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에는 경고음까지 울렸음에도 감시 병력은 모두 놓쳤다. 軍은 경계태세에 허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지만, 과거 노크귀순(2012.10. 북한군 병사가 철책을 넘어 GOP 소초의 문을 두드려 귀순) 등 군의 반복되는 경계실패와 근무태만, 기강해이가 이제 극에 달한 것으로 평가되어 국민들은 불안속에 걱정이 크다. 그동안 말끝마다 ‘평화의 시대가 왔다’고 호도(糊塗)한 탓일까 

더욱이 이번 사건은 언론지상에 발표된 탈북자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행태만 보면 특수임무를 받고 넘어와 임무 완수후 북으로 복귀한 공작원일 가능성에 더 큰 무게가 실린다.

먼저, 탈북자라면 2020년 철책을 넘어온후 곧바로 귀순했어야 함에도 민통선 안에 무려 14시간 30분을 은신타 우리軍 수색 작전에 발견되어 귀순했다, 둘째, 하나원에 입소후 주변 동료들에게 “2020년 10월 황해북도 사리원에서 택시(택시비 미화 250달러 정도)를 타고 고성에 도착, 도보로 DMZ까지 이동했다”고 하여,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큰 돈(환화 약 30만 원)를 쓰며 지뢰밭 지대를 택했다, 셋째, 2021년 1월 우리 언론이 김정은을 비판하자 “원수님 생일에 원수님 욕하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 나쁘다”며 자신도 모르게 버럭 화를 냈다는 등 탈북민으로 보기 어려운 처세를 보였다.

그러나 의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나원 퇴소후 노원구 청소용역업체에 취업해 대인관계가 전혀 없었으나, “북으로 보내달라”며 우리 안보당국의 반응을 떠보기라도 하듯 느닷없이 국회앞 1인시위를 했고, 금번 월북시 군사분계선 북측에서 저격이나 체포되지 않고 오히려 북한군 3명이 기다렸다는 듯 함께 이동했으며, 원형망이 둘러친 높이 3m의 철책을 가뿐히 넘어 특수훈련을 받은 자로 의심되고, 특히 북한은 탈북한 자의 가족은 물론 재입북시에도 가혹한 처벌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왕복하며 당당히 월북한 것은 특수공작원이 아니면 어렵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측 경계실태 파악과 침투루트 개척 등을 시험해볼 요량으로 비무장지대를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과거 국정원 주도의 ‘정부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서는 탈북자에 대한 정밀심사가 이루어져 불순목적 탈북자를 사전 필터링하였으나, 現정부들어 그런 기능이 박탈되고 오로지 보호센터로서의 기능만 하고 있다. 신원확인은 수박겉핥기식이 된지 오래고 사건이 터질때마다 사후 약방문이 되었다. 기능회복이 절실하다.

그런데 금번 사건은 ‘검열조 공작원’일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검열조 공작원이란 남파간첩과 남한내 고첩들의 실태 파악 및 지하당 구축, 변절자 여부 점검, 사업방향 지도, 속칭 ‘슬리퍼 셀(sleeper cell: 장기매복간첩)’ 활성화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자이다. 정부는 명명백백하게 월북자의 진상을 의혹없이 밝혀야 할 것이다. 

지금 대공수사권은 국정원에서 3년간 유예이긴 하지만, 사실상 경찰에 넘어간 상태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경찰은 이미 2020년 6월 담당자로부터 월북징후 첩보를 보고받고도 적시성 있는 대처를 하지 못하고, 초동자료조차 미확보 상태에서 안일한 자세로 임하다 국정원이 두텁게 쌓아온 안보의 그물망마저 뚫리며 대공수사에 심각한 허점을 노출했다.

과연 단순 탈북자(?)로만 치부하고 말아야 할 것인가. 유사시 첩보원 한사람의 기지(機智)와 역량은 많은 것을 파괴하는 위력이 있다. 이스라엘이 아랍패권을 쥐었던 거대한 ‘아랍연맹’을 상대로 단 6일 만에 승전(勝戰)한 것을 상기한다면, 아무쪼록 이번 월북자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특수공작원이 아니기만을 바랄뿐이다.


[황흥익]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단국대학교 행정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시안정책연구원 안보실장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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