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칼럼] 뒤숭숭한 설이었습니다. 북한이 핵 실험에 이어 광명성 미사일을 발사하자 우리 정부는 용납 못 할 행위라면서 개성공단 조업의 전면 중단을 결정하고 개성에 주던 10만 킬로와트급의 전기를 끊었습니다.
'민족끼리'라는 구호 뒤에 숨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개성공단이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혹은 통일 대박이니 하는 비전은 당최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었다고 봅니다.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하고 연평도에 대포를 쏘아도 개성공단 유지가 무슨 자랑거리인 양 마지막 연결고리로 열어놔야 한다는 사람들은 북에 준 약 6억 달러의 현찰로 북한이 뭘 했는지 자문(自問)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체제라면 100개의 '개성공단'도 찬성하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남북의 마지막 연결고리는 개성공단 같은 물질이 아니라 뭔가 남아 있을 민족 동질성입니다.
북한의 정체를 오독(誤讀)한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최면술에 걸린 정치인들이 국민을 기만하면서 우리나라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내가 책임지겠다. 유언비어를 퍼트리지 마라"라고 공언한 김대중과 북한의 핵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강변한 노무현 두 좌익정권은 북한에 29억 달러의 현금, 40억 달러의 식량·물자를 주었죠. 2009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폴란드 현지 회견에서 10년간의 대북지원이 핵 무장에 이용된 의혹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미사일에 6억 달러, 핵무기 개발에 9억 달러를 들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 잔존 세력들이 아직도 제1야당 속에서 큰 똬리를 틀고 북의 위협을 과소평가하며 국제공조 하의 대북 제재를 '북풍'으로 몰아 제재에 반대합니다.
큰 사건은 누가 동지인지 밝혀줍니다. 작년 박근혜 대통령이 천안문 문루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나란히 섰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할 의지를 보여줄까 미심쩍게 생각한 사람이 많았을 것입니다.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며 들뜬 매체들이 치켜세우던 중국은 북핵 통제도 못 하면서 한·미 양국의 방어용 고고도미사일 배치에 반대합니다. 반면 오바마 미 대통령은 우방을 철통같이 지키겠다며 B52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신속히 전개했습니다.
국익이 모든 판단의 잣대이고 안보가 최우선입니다. 중국은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의 안전보장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시진핑은 서울대 강연에서 임진왜란 때 왜군에 맞서 명군이 조선군과 함께 싸웠다고 했지만 우리와 60여 년 전 6·25전쟁 때 총부리를 겨눈 중공군의 참전으로 한반도 자유민주주의 통일이 눈앞에서 달아났다는 사실은 외면했습니다.
지금의 안보 상황을 보며 당연히 자주국방을 되새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제정치학 박사인 정몽준 전 의원은 핵은 핵으로 대응해야 평화가 유지된다며 핵 무장을 다시 주장했습니다. 그는 "북핵은 보수우파의 공포마케팅이 아니다. 북한은 핵 보유가 인정되면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요구할 것이고, 우리는 협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어 주권국가의 체면도 지키지 못하고 온갖 굴욕을 감내해야만 할 것"이라면서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의 엄청난 지정학적 무게를 생각해보면, 대륙의 동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기적이며 그 기적은 계속되어 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생존을 위한 '모든 대안'을 펼쳐놓고 고민해 보아야만 한다"라고 우국충정을 토로했습니다.
1년 치 식량이 날아간다는 미사일 발사에 주민들이 반대 한마디 못하는 북한의 철권통치 아래서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붉은 구호만 펄럭입니다. 이들을 깨우쳐서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것은 전단이건 방송이건 자유 대한의 진실(팩트) 알림이 역할인데. 이를 지원할 북한인권법은 잠자고 있죠.
설 연휴에 감기 걸린 손녀를 데리고 생활의 거점으로 뿌리내린 대형마트 속의 의원에 갔습니다. 휴일임에도 실내는 환자들로 붐벼 열댓번 째 순서로 약 1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의원이 휴진했다면 꼼짝없이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고비용을 지불했어야 할 진료를 쉽게 받고 고마워하면서 나오는데 누군가가 무빙워크 끝에서 낯선 여당 예비후보의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그가 어떤 국회의원이 되려는지 궁금했습니다.
국민적 지탄의 표적이 된 19대 국회는 최소의 노동으로 최대의 임금을 받으려는 저성과 신기록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서였죠. 테러방지법 같은 중요한 법안을 외면하고 임기를 끝내 가고 있는데 설 보너스로 무려 387만 원씩 총 11억 원을 받았다는군요. 식물국회의 주범인 국회법의 소위 '선진화 조항'은 자체 해결할 능력이 없어 헌법재판소에 넘기고 경제와 안보의 중대한 현안은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갈라져 있습니다. 안철수가 만들어 완충역을 기대한 국민의당도 원내교섭단체를 못 만들어 기대만큼 움직이지 못하고 있죠.
후보자의 명함에서 김포신도시를 일산신도시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공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역 문제는 중요하지만 국회는 기본적으로 나랏일을 하는 곳입니다. 국회의원들이야말로 국가 단위에서 국민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죠. 나라의 정체와 발전이 본회의장에서 표결 버튼을 그들의 손끝으로 얼마나 잘 누르냐에 달렸습니다. 그런 그들은 4년에 한 번 누구에게 기대나요? 4·13총선은 지역 문제를 넘어 과연 누가 경제와 안보를 잘 풀어 나라를 이끌 것인지를 중요한 판단 잣대로 삼아 심판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김영환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 각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개량을 지고의 가치로 삼아 보도기사와 칼럼을 써왔다. 그는 동구권의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을 역임했으며 신문사 웹사이트 구축과 운영에서 체득한 뉴미디어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다. 저서로는 병인양요 시대를 그린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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