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북한학 박사. / 사진=nbnDB
이병순 북한학 박사. / 사진=nbnDB

[내외뉴스통신=이병순 북한학 박사] 

올 겨울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 앞에는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매서운 북풍의 한설도 마다하지 않고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위헌심판을 염려하는 애국행열을 이어갔다. 반국가활동으로부터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 확보를 입법목적으로 하는 국보법 폐지를 막기 위해서다. 엄동설한도 나라 사랑의 충정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국보법 관련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과 헌법소원심판청구 이유는 국보법이“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또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비추어 보면 국보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이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보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법리적 근거를 기본권의 보장과 확대 측면에 한하여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단순히 국보법 자체 또는 일부 조항의 위헌을 이끌어 내려는 목적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이면에는 대한민국의‘자유민주주의’정체성을 갈아 엎으려는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 법규범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이적활동을 규제하는 법률은 국보법 밖에 없다. 국보법의 위헌결정은 헌법개정을 통해‘자유민주주의’를 제거하고 ‘인민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국보법폐지를 주장하는 일각에서는 한반도 평화통일과 민족통합의 ‘장애물 제거’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강조한다. 그러나 국가안보에서 명분이 실질을 앞설 수 없다. 적대적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분단상황과 현실과 미래에 대한 균형적 사고에서 일탈하여 날로 증대되고 있는 상대방의 체제위협을 ‘과소 평가’한다거나 ‘무시’하는 태도는 그것이 설사‘속임수’가 아닐지라도 매우 위험한 판단이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극초음속미사일과 단거리미사일을 4회에 걸쳐 전격적으로 발사하는 군사도발을 감행했다. 그 뒤에는 ‘핵무력 고도화 책략’이 자리잡고 있다. 

국보법 무용론을 부채질하는 측에서는 1990년 전후 구소련과 동구공산권 몰락으로 남북한체제경쟁에서 북한이 패배했으며 이로 인해 북한은 적화통일능력도 없고 의사도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또 하나, 북한이 지난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과업의 수행’이라는 당면목적을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 발전 실현’으로 변경하여 이른바 ‘남조선혁명통일전략’을 포기했으므로 국보법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북한의 당면목적 변경이 용어혼란과 대북경각심 이완을 노린 술책이라는 점을 놓친 오판이다. 국내에서 북한의 당면목적 변경을 두고 상반된 해석으로 논란이 그치지 않자 북한은 조선신보를 통해 “자체의 힘으로 평화를 보장하고 조국통일을 앞당기려는 노동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남조선혁명통일전략’포기논란은 잠잠해졌다. 북한이 ‘남조선혁명통일전략을 포기했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다.

국보법은 북한의 한국사회 공산혁명통일을 저지하기 위한 최적의 방어수단이다. 북한은 지난해 제8차당대회에서 개정한 당규약에서 최종목적을 ‘공산주의사회건설’로 명문화했다. 이미 30여년전에 지구상에서 몰락한 공산주의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지금도 북한은 대외선전매체 통일신보 지면을 통해 국보법 철폐와 주한미군철수, 조국통일 3대헌장에 입각한 연방제통일의 당위성 선전과 통일대전투쟁을 줄기차게 선동하고 있다.

국보법의 위헌결정과 이에 따른 폐지가 현실화 될 경우, 지난해 8월 미군철수 한 달여 만에 정권이 무너진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비극적 사태가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필자의 염려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길 바라며 헌법재판소의 국보법 위헌신청에 대한 현명한 결정을 기대해 본다.


이병순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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