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원 교수. 사진=nbnDB
강갑원 교수. 사진=nbnDB

[내외뉴스통신] 강갑원 대진대학교 명예교수

문재인 정부 공약 1호 사업인 고교학점제를 2025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고 2021년 2월 17일에 교육부가 공식 발표하였다. 일반 학부모들은 이 제도가 어떠한 것인지 잘 이해지 못할지도 모른다. 

만약 이 제도에 맹점이라도 있다면 그 파장은 상상하기 어렵고, 그 불편함은 오롯이 학생, 학부모, 교사의 떠안게 된다. 전문 기관의 조사 결과는 물론 여러 면에서 따져볼 때 이 제도를 2025년에 전면 실시하기에는 설익은 것으로 보인다. 추진 일정을 늦추고 더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섣불리 추진해서는 안 된다. 

고교학점제는 대학 학점제를 모방하여 교육과정(敎育課程) 이수 소요 기준을 단위제에서 학점제로 명칭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명칭 변경이 갖는 의미는 크지 않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이수 단위를 학점으로 변경할 것인가? 초·중·고의 교육과정은 특정 과목이나 특정 학습활동(예: 창의적 체험 활동)에 대하여 1년 동안 학생들이 받아야 하는 수업의 양을 정하고 있다. 그 양을 ‘단위’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정하여 왔다. 

이에따라 모든 교과는 단위 수가 정해져 있다. 1단위는 1개 학기에 1주에 1시간 수업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 고 1학년부터 적용하고 있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하 현행 교육 과정)의 고교 졸업 소요 이수 단위는 총 204단위이다. 고교학점제에서는 총 192단위이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17주를 1개 학기로 하고 있으나 고교학점제에서는 16주를 1개 학기로 하여 고교학점제 하의 학생들의 총 수업 시수를 이전보다 줄게 된다.  고교학점제는 입시 위주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개별화된 교육과 학생성장 중심 교육에 있다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으며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과목 수를 늘려주었다. 모든 고등학교 1학년은 공통과목을 수강하고(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2학년과 3학년 때부터는 선택과목을 수강하는 틀은 변함이 없다. 다만 기존의 일반선택과목과 전문선택과목 이외에 ‘융합선택과목’ 영역을 추가하였고, 특목고와 특성화고에만 각각 개설되는 전문교과1과 전문교과2를 ‘전문공통’, ‘전문일반’, ‘전문실무’로 영역으로 나누어 추가하여 진로 교육을 강화하였다. 이를 통해 결국 선택 과목의 종류와 수가 늘어났다.

둘째는 절대평가제를 도입하였다. 현행 교육과정의 모든 과목은 5단계 성취도 평가와 함께 9단계 석차 등급을 매기는 상대 평가이다. 고교학점제에서는 공통과목을 제외한 모든 선택과목을 5단계 성취도 평가인 절대평가로 한다(A: 90% 이상, B: 80-90% 미만, C: 70-80%미만, D: 69-70미만, E: 40-60% 미만, I: 40%미만).  

고교학점제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융합 선택 영역을 추가하였으나 이 영역은 현 교육과정의 ‘탐구 영역’과 개념이 유사한 측면이 있다. 비록 융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이미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시도한 통합교과와 차이가 없다. 현행 교육과정의 ‘통합사회’,‘통합과학’이 바로 융합 과목에 해당한다. 교과 간 융합, 교과 내 융합, 실생활체험 및 응용 융합 과목을 개설한다지만 기존의 ‘통합 사회’와 ‘통합 과학’만큼 통합이 절실하고 명료한 과목 더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설사 융합 교과를 추가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융합형 인간 양성에 얼마나 기여할지도 의문이다. 학문의 융합은 각 학문의 학습 결과가 인간의 뇌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현상이지, 융합 경험 자체를 인위적으로 시킬 수는 없다. 한때 미국에서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 기술 과목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하여 사회와 수학 등의 교과를 통합하여 교재를 만들어 학생들의 학습 흥미를 높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STEAM 교육인데, 이것을 융합 교육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과목의 수를 늘려 학생들의 과목 선택의 폭을 왜 더 늘려야 하는지 그 논리가 분명치 않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도 학생들의 과목 선택의 폭이 작지 않다. 오히려 2015년 교육과정 개정 때 학생들의 과목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학습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수학 1’과 ‘수학2’를 당초 이들 과목에 포함되어 있던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를 무리하게 분리하여 5개 과목으로 쪼개기를 하여 학생들의 학력만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있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도 학생들에게 과목을 선택을 상당히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문·이과 구분 없이 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기초과목(국, 영, 수, 한국사) 선택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하여 기초과목 이수를 총 교과 이수 단위의 5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학교와 학생의 특성을 반영하여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교 간 협력으로 ‘개방-연합형 종합캠퍼스 교육과정’ 운영도 가능하고, 인근 학교의 과목 수강도 가능하다. 

총 204단위 중에서 104단위가 선택과목이다(약 54%). 미국, 핀란드, 독일, 일본의 주요국의 선택과목 평균 약 30%보다 훨씬 높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학교가 개발하여 제공해 주도록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아무리 각 시·도교육청별로 고교학점제지원센터를 운영하여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과목 개발은 최종적으로 교사의 몫이다. 교사의 업무가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시로 변하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 속도를 과목 개설 속도가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셋째, 고교학점제에서는 10명 미만의 소수의 학생이라 하더라도 학생이 원하면 제공해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수업 학급이 늘어나 교사가 더 필요해진다. 한국교육개발원과 교원대의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 수급관련 쟁점(2020)’ 자체 연구에서는 현재의 고교 교원 인력만으로는 시행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19년 12월에 보고한 ‘고교학점제 추진에 따른 필요 교원 추산 연구’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에는 8.7%의 추가 교원 수요가 발생하고, 2027년에는 26.1%로 증가하는 것으로 추계하였다. 

2019년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의 경우에는 법정 학급수보다 학급수가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교원에 대한 예산 확충에 대하여 2021년 행정안전부는 협의한 바가 없다고 하고 있고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한 적이 있다. 교원 부족 해결을 위해 공동교육과정 운영, 온라인 과정, 순회교사제, 외부강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미봉책이다. 새로운 과목에 대한 자격 있는 교원 공급도 문제이다.

교원표시과목의 수시 신설과 다과목 지도를 할 수 있도록 복수 전공, 부전공 활성화, 교과 순환교사 배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질 낮은 교원을 양산할 위험이 있다.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 맞게 자격이 있는 교원을 확보하고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넷째, 늘어나는 과목 종류와 수능 과목 간에 불일치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이 희망하는 과목이 모두 대학 입시 과목이 될 수는 없다. 이러할 경우 대학 입시와 무관한 과목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교사의 수업 열의는 떨어질 것이다. 

다섯째, 고교학점제에서는 2학년과 3학년의 모든 교과는 절대평가를 한다. 이렇게 되면 과거 경험했던 것처럼 성적 부풀리기와 같은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를 쉽게 출제하려는 등의 비교육적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2학년과 3학년 교과 성적의 변별력은 떨어지고 상대 평가를 하는 1학년의 기초과목의 변별력은 높아져 기초과목과 수능 쏠림현상이 생길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토대로 하는 수능은 2028년에 치러지는데 이때 서답형과 논술형을 도입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채점의 객관성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2018학년도 고교학점제 선도·연구학교에서조차 과목 선택 확대가 학생성장과 진로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교원과 학생의 비율이 각각 52.4%, 55.7%에 불과하다. 진보 교육단체인 전교조와 보수 교육단체인 교총 모두 준비되지 않은 고교학점제 대못 박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하였다.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라는 명분으로 졸속으로 고교학점제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 고교학점제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제도 변경의 근거도 논리도 명확하지 않다. 득보다는 실이 많다.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재검토를 해야 한다.

[강갑원 교수]
중앙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교육심리학)
대진대학교 교육대학원장(역) 
대진대학교 국제교류협력대학장(하얼빈캠퍼스)(역)
대진대학교 교원연수원장(역)
한국영재교육학회장(역)
대진대학교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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