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한국영재교육학회장.사진=nbnDB

[내외뉴스통신] 이정규 한국영재교육학회장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 불리는 고도의 지능정보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지금까지 인류문명에 나타나지 않았던 그리고 글로벌화 되어버린 기후, 질병, 에너지, 식량 등의 딜레마와 직면한 위기에 대처코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 IoT, 유전자편집, 로봇, 자율형주행자동차 등의 첨단 테크놀로지가 기반이 된 디지털 융합의 시대는 미래사회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경제포럼(WEF)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는 이러한 딜레마와 위기를 극복하는 노력 중에 하나로, 미래사회를 살아가야 할 미래인재상을 새로이 규정하고 미래인재가 갖추어야 할 변혁적 역량을 어떻게 갖추어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Learning Compass 2030”에서는 미래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사회로 만들고, 미래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학습하는 역량으로 ‘새로운 가치 창조하기’, ‘긴장과 딜레마 조정하기’, ‘책임감 갖기’라고 하였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미래사회가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창의력’, ‘융합력’을 꼽는 등, 미래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은 창의융합력과 사회에 공헌할 책임감 있는 인재를 요구한다고 하겠다.

실제로도 2000년 이후 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만 살펴보아도, 단독 수상자는 단 2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창의융합연구를 한 공동수상자들이었다. 또한 첨단 디지털 융합의 시대를 선도하고, Forbes의 세계 수퍼 부자 10위 안에 있는 애플의 스티브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메타의 마크주커버그 등도 이들의 대학전공이 심리학, 법학, 철학 등 인문사회학 기반으로 첨단 과학기술을 융합한 창의융합형 인물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우리는 미래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방향과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미래사회에 살아갈 수 있는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여러 국제 교육지표를 살펴보면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 OECD의 ‘성인역량조사’,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서 밝혀졌듯이, 중간 평균 층은 더 두터워진 반면에, 우수한 상위 인재층은 과거에 비해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평균 이하의 하층은 오히려 더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는 여전히 지난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누구나 똑같게 만드는 표준화된 평균 인간을 양성에 주력한 정부와 지자체의 교육정책이 원인이다. 특히, 정부나 지자체의 교육철학이 포퓰리즘이 지배적이고, 형평성, 공정성의 원칙이 강조되다 보니 집단의 하향 평준화가 되어 가고 있고, 많은 표를 의식하다보니 학습부진이나 기초학력 향상 정책에 많은 정책적 관심과 예산이 집중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이 이율배반적인 양명적으로 추진한 결과이다. 미래사회에 대응할 미래인재상으로 ‘창의융합 인재양성’이라는 슬로건을 표면에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포퓰리즘 교육정책을 중시하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올해 1월 27일에 있었던 서울, 부산교육청의 자사고 소송 패소에 따른 항소 취하 사태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교육부는 2019년 11월에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사교육을 심화하고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기에, 입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고 하면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개정했다. 교육부가 자사고 폐지를 결정하자 자사고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은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교육에 관한 것은 법률로 정하도록 한 교육제도의 법정주의에도 위배된다”는 요지로 헌법소원을 제소하여 현재 법적 다툼 중이다.

서울교육청에서도 2019년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여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학교들이 교육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2년 반 만에 교육청이 패소하였고 2022년 1월 27일에 항소를 취하하기로 하였다. 부산교육청도 2022년 1월 12일 해운대고와의 항소심에서 패한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입장문(2022. 1. 27.)을 내고 “교육부는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에 대한 법원의 결정과 서울·부산교육청의 소송 취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새로운 고교 체제 마련은 차질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고 취소 소송 패소 후 교육청의 항소 취하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지난 2년 반이 넘게 법적 다툼을 하면서 학교 운영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던 학교, 학생, 선생님, 학부모 모두가 피해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태에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모습이다. 이러한 법적 사태는 나아가 현재 헌법소원을 제소 중인 전국단위 자사고에도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미래사회를 잘 대응하기 위해 창의융합 인재양성이 중요하다고 표면적으로 내세우면서도, 교육당국은 모든 학생을 지난 산업혁명시대시절처럼 대량생산에 필요한 표준화된 똑같은 교육을 받은 평균학생만을 양성하는 양면적인, 미래사회 대응에 역행하는 교육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차기 정권에서는 미래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창의융합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의 교육정책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정규 약력]
현. 한국영재교육학회장
전. 교육부 AI 교육 위원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융합교육단장.
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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