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묵 칼럼니스트
김홍묵 칼럼니스트

[내외뉴스통신] 김홍묵 칼럼니스트

드디어 ‘비호감 대선’이 막을 내렸습니다. 결과는 ‘겁 대가리 없는’ ‘검사 나부랭이’ 야당 후보가 ‘하늘이 내린’ 여당 후보를 누르고 20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임명직이 선출직을 눌렀습니다. 정권 연장보다 정권 교체에 무게 중심을 둔 국민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국민은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의 청량감이나 몸을 식혀 주는 계곡수의 상쾌함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판은 났지만 선거기간 내내 의혹과 정황으로 점철된 당선자와 낙선자들의 흠집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 단계에서부터 대통령과 당선인과의 오찬 계획이 진영 간의 마찰로 불과 4시간 전에 무산되고, ‘고유 권한이다’ ‘알 박기다’라며 삐걱대는 인사 문제 불협화음이 소통·협치와는 거리가 먼 새로운 갈등의 조짐으로 비칩니다.

2년 넘게 뉴스만 틀면 주사를 찔러대고, 마스크로 입 막고, 줄서기· 열재기에 진저리가 난 국민들은 또 ‘역겨운’ 3·9대선의 여진으로 정치적 고문을 당해야 하는지 지겹습니다.

# 3·9 여진…국민은 또 고문당해야 하나

사람들은 심신이 혼란스러우면 짜증을 내게 마련입니다. 몸이 아플 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흠집 잡기·욕설·비방·공박·폄하·위협으로 남이 자신을 공격하면 불안해집니다. 직접 자신을 위해하는 것이 아닐 때에는 강 건너 불 보기처럼 흥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제삼자에 대한 비산(誹訕)도 지나치면 울화가 치밉니다. 비방과 선동으로 점철된 내로남불이 식상한 이유입니다.

내로남불의 가장 큰 폐해는 일반 국민의 심리적 황폐화입니다.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나?”

진시황(秦始皇)이 급서하고 환관 조고(趙高)의 국정농단이 극심할 때 중국 최초로 농민반란을 주도한 진승(陳勝)이 외친 제일성입니다. 하층민들에겐 가장 솔깃한 선동의 부채질입니다.

미천한 머슴 출신 진승의 선동에 부화뇌동한 농민군은 한 달 만에 그를 왕으로 추대했습니다. 6개월 만에 진승이 죽자 그가 세운 나라 장초(張楚)는 멸망했습니다. 대신 유방과 항우의 각축 시대를 열었습니다.

선동의 백미는 마르크스(Karl Marks)의 ‘공산당선언’이었습니다.

“부르조아 지배계급이 공산주의 혁명 앞에 벌벌 떨게 하라.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이라곤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다. 전 세계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1848년 의 이 선언은 20세기 지구촌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했습니다. 그리고 냉전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70여 년도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 쌓인 의혹 털어내야 새 시대 희망 열려

한국은 지금 민란이나 이데올로기 분쟁에 버금가는 권력투쟁의 장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적대세력에 대한 끝없는 폄훼와 공박, 그리고 스스로 만든 허구와 의혹을 걷어내지 못한 탓입니다.

▴4·15 총선 재검표 거부 ▴대장동 의혹 수사 미흡 ▴코로나 팬데믹 방치 ▴집값만 올린 부동산 정책 ▴적자만 늘린 탈원전 정책 ▴건진 것 없는 종전선언 쇼 ▴청년들 빚더미에 앉힌 퍼주기 ▴대통령 연설문 A4 작성자…. 다들 잘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지만, 다르면 틀린 것으로 몰아붙이는 옹졸한 자화자찬들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선동가를 혹평했습니다.

“선동가에게 필요한 특성은 더러운 입, 미천한 출신, 비천한 무리가 되는 것”이라고.

로마의 신학자 디오니시우스도 “나라를 멸망시키는 가장 가까운 길은 선동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의혹·정황을 확대재생산하고, 적을 악마로 몰아붙이는 데만 몰입하다 보면 스스로의 천박함을 드러낼 뿐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면, 썩은 술은 말끔히 비워야 술맛이 제대로 납니다.

 

[김홍묵 촌철]
경북고-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前한국일보-동아일보 기자
前대구방송 서울지사장
現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現내외뉴스통신 객원칼럼니스트
bamboo9977@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3601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