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한국영재교육학회장
이정규 한국영재교육학회장

[내외뉴스통신] 이정규 한국영재교육학회장

교육정책은 “수월성과 형평성”이란 두 가지 원칙의 균형이 잘 이루어야 한다. 수월성의 교육 원칙이란 개개인의 잠재적인 능력이 교육을 통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수월성 교육의 원칙이다. 그러나 수월성 교육의 원칙을 일부 오해되기도 한다. 개인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계발해주자는 수월성 교육의 진정한 의미가 왜곡되어 특혜교육, 귀족교육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문재인 정권에서는 정권의 핵심부에 있었던 위정자들의 자녀들이 외고 등을 졸업하고 소위 ‘아빠 카드’와 같은 방식으로 명문대학으로 진학시켰던 이중성으로 인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러자 아빠 카드에 대한 국민의 공분을 잠재우기라도 하는 듯, 2019.11.7.에 교육부는 느닷없이 교육의 공정성, 형평성의 원칙을 내세우며,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사교육을 심화하고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기에, 입시 공정성을 확보하고 미래 고교교육을 준비하고자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2025. 3.부터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하였다.

한편, 교육부가 자사고 폐지를 결정하자 자사고 등을 운영하는 25개 학교법인 24곳은 2020. 5.에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교육에 관한 것은 법률로 정하도록 한 교육제도의 법정주의에도 위배된다.”는 요지로 헌법소원을 냈다.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으로 현재 헌법소원중에 있다. 

그러다가  2022. 1. 17. 서울교육청은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 ‘고교 서열화의 주범’이라고 비판하며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여, 2019년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학교들이 교육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2년 반 만에 패소하였고, 패소 후에 항소를 취하하였다. 부산교육청도 2022. 1. 12. 해운대고와의 항소심에서 패하자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바로 입장문을 내고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의 절차적 문제에 대한 판단으로 보고 서울·부산교육청의 소송 취하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새로운 고교체제 마련은 차질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22. 2. 18.에 또다시 행정법원은 대원 및 영훈국제중학교의 특성화중학교 지정을 취소한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특성화중이나 자사고처럼 수월성교육을 지향하는 학교를 일반 중·고등학교로 전환하려는 진보교육 당국의 이념적 처분에 법원이 잘못되었음을 판결한 결과다. 

우리나라에 최초 자립형 사립학교는 2002년에 법적 기반 없이 평준화 정책의 경직성을 보완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취지에서 시범적으로 설치 운영되었다. 그러다가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면서 자립형 사립고는 학교 운영에 있어서 크게 탄력을 받아 자율성을 대폭 신장시키는 등 사학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제안으로 ‘자율형 사립고’로 제도화되었다. 자율형 사립고는 기존의 일반 사립고등학교와는 달리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에 대해 더 많은 자율권을 보장받는 학교다.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고,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 무학년제, 수업일수 증감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학교별로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과정 및 프로그램의 실시를 통해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성을 계발하고,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 욕구 충족을 목표로 운영되던 학교들이었다.

이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존립은 새로이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몫으로 이양되었다. 그러나 이들 학교는 당장 올해 신입생 선발부터 어떤 결정을 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국제고, 자사고, 외고의 학교 당국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 등도 모두가 교육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잠재적 피해자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새로이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교육공약과, 교육공약을 수행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내정자인 김인철 후보가 방송언론매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미래 핵심역량을 갖추고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체제의 전면적인 전환을 이룰 것과, 소외계층 없이 차별 없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자사고의 기능상 유지하거나 존속’을 밝힌 것에 대하여 교육학자로서 전적으로 환영한다. 

교육학자 존 듀이는 “오늘의 학생을 어제의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그들의 내일을 뺏는 것이다.”고 하였듯이, 급변하는 사회 환경의 변화에 교육 환경과 정책도 당연히 영향을 받게 된다. 필자의 “성공하는 미래교육전략(자음과 모음)”에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미래사회의 변화 추이를 잘 예측하면서 미래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핵심역량을 잘 갖추어주어야 하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사고 중의 하나인 민사고의 교육사례만 살펴보더라도, 국내 다른 고등학교와 비교해볼 때, 학생의 다양한 학습권 보장을 위해 200여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고, 고등학교 과목이 미국의 대학학점으로 인정받는 AP 과목이 국내에서 가장 많을 정도로 우수한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미국 명문대학 진학 우수 학교로 선정된 바도 있다. 최근 8개의 과학(예술)영재학교에서도 필수·선택교과 외에도 별도로 융합교과를 새로이 신설하여 비록 적은 비율(2.20~11.49%)이기는 하지만 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민사고의 경우에는 2018년부터 융합교과를 새로이 신설하여 체계적으로 3단계 융합교육을 실시한 미래를 준비하는 창의융합학교임을 알 수 있다.

진보주의 이념의 교육으로 인해, 교육의 하향평준화와 지난 산업화 시대에 필요했던 모두가 평균에 가까운 교육이 되고 말았던 지난 정부의 교육정책을 재검토하여야 하며, 급변하는 미래사회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수월성과 형평성의 원칙을 고루 갖춘 교육정책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정규 약력]
현. 한국영재교육학회장
전. 교육부 AI 교육 위원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융합교육단장.
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counsel2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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