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원 교수. 사진=nbnDB
강갑원 교수. 사진=nbnDB

[내외뉴스통신] 강갑원 대진대학교 명예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같은 오늘날 현대인에게 더욱 요구되는 인간의 특성 중의 하나는 창의력 또는 창의성이다. 이 용어 각각에는 창의성을 능력이기도 하고 성격이기도 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실제 창의적 과정에는 이 두 측면이 모두 작용한다. 창의성은 문제해결을 포함하여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거나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우리는 창의적 인간 하면 미켈란젤로나 에디슨 같은 인물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위인을 창의적 인간의 모델로 지나치게 강조하면 우려되는 점도 있다. 이러한 모델은 아무나 창의적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 인간은 발명가나 과학자나 기술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창의적 인간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창의적 과정은 가정생활이든 직업 생활이든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가정주부가 창의적이면 살림이 윤택해지고 음식이 다양해지고 집안의 가구 배치가 달라지고, 식당 사장이 창의적이면 음식 메뉴가 발전하고 돈을 번다. 농부가 창의적이면 수확이 올라갈 수 있다. 사람이 창의적일수록 경제적 이득은 물론 종국적으로 성취감을 높아져 행복한 삶을 산다.   

창의적 소산은 크고 위대한 것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작은 창의성과 큰 창의성의 개념을 나누어 사용하기도 한다. 에디슨의 창의성이 큰 창의성이면 여러분의 자녀가 미술 시간에 그린 그림의 독창성은 작은 창의성이다. 창의성 교육 관점에서 보면 작은 창의성의 개념이 더 유용하다. 더 쉽게 다가가기 쉽고 실천하기 쉽기 때문이다.
작은 창의성은 결국 점차 큰 창의성으로 확대되어 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에디슨도 어린 시기에 호기심이 많아 여러 가지 작은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았던가? 큰 창의성의 소산은 성인이 되어서야 이룰 수 있다. 예술 분야이든 과학 분야이든 대체로 40대를 정점의 시기로 본다.   

창의적 산물은 뇌의 어떤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 것일까? 창의적 소산은 뇌 신경의 새로운 결합의 결과이다. 동일한 뇌 신경망이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상태를 우리는 습관이라고 한다. 그래서 습관은 창의성과는 대척점에 있다. 모든 생명체는 습관적 행동을 할 때 에너지 소비가 적고, 창의적 행동을 할 때 크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쪽으로 진화하였다.
우리는 왜 쉬지 않고 달리지 못할까? 쉬지 않고 달리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사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더 이상 뛰지 못하도록 근육에 젖산을 분비시켜 근육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한다. 심장이 뛰고 호흡하는 것을 자율신경계가 감당하도록 진화한 것과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창의적 행동보다는 습관적 행동이 더 적응적이다. 뇌 역시 잘 사용하지 않는 신경망을 가동하거나 새로운 신경망을 구축할 때 신경 회로에 저항이 더 많이 걸려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 인간이 하루 소비하는 에너지의 4분의 1을 뇌가 사용한다. 창의적 과정은 새로운 신경망을 구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크다. 쉽게 말해서 창의적 사고를 할 때는 골치가 아파진다. 그래서 창의적 과정에는 무언가 창의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창의성을 성격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작은 창의성이든 큰 창의성이든 마찬가지이다. 

뇌신경학적으로 보면 서로 인접해 있는 신경세포끼리는 신경 연결이 쉽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신경세포끼리는 어렵다. 이것은 서로 다른 개념을 결합하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장시간의 창의적 태도 유지가 필요하다.
아르키메데스가 어떻게 하면 왕관에 금이 아닌 다른 금속 성분이 들어있는 것을 알아낼 수 있을까를 장시간 골몰했기 때문에 욕조에 몸을 담그자 물이 넘쳐나는 것을 보고 문득 그 해결 방법을 알아낸 것이 아닌가? 창의성과 전통적 지능은 어느 정도는 비례하지만 지능이 일정 수준(지능 지수 120)을 넘으면 이 둘은 상관이 없다. 이러한 사실은 창의성 발휘에는 지적 능력 이외의 창의적 태도와 같은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창의성이 발휘되려면 사고력, 특히 발산적 사고력과 지식이 필요하다. 어릴수록 작은 이들의 창의성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성숙과 장시간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산적 사고력은 다양한 답이나 해결책을 찾는 사고력이기 때문에 필요하고 지식은 창의적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필요하다.
다만 지식 습득은 정해진 답을 찾는 수렴적 사고력의 결과이기 때문에 창의성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다. 2차 방정식 문제를 풀거나 언어를 배우는 것 등과 같이 정해진 답을 찾는 데에 요구되는 사고력은 수렴적 사고력의 예이다. 반면 새로운 그림을 그리거나, 새로운 물건을 만들거나, 새로운 춤 동작을 안무하거나, 문제해결책을 찾거나 하는 것과 같이 정해지지 않은 답을 찾는 데에 요구되는 사고력은 발산적 사고력이다. 

부모는 자녀의 창의성을 어떻게 발달시킬 것인가? 먼저 할 일은 자녀의 창의적 태도를 발달시키는 일이다. 현재처럼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하되 늘 의문을 가지고 공부하고 창의적 사고를 하는 태도를 유지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늘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학습하거나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자녀에게 부모의 생각을 받아들이도록 지나치게 강제한다거나 사회의 관습을 너무 강요하는 것은 창의적 태도를 해친다. 부모가 대신해 주지 않고 자녀 스스로 하도록 하거나 선택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가 부모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비판하지 않고 그 이유를 들으려고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자녀에게 생각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두뇌 발달에도 좋다. 자녀와 함께 외식을 하더라도 부모가 메뉴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선택하도록 한다거나, 자녀에게 옷을 사주더라도 부모는 옷값의 상한선만 정하고 나머지는 자녀에게 맡기도록 하는 것 등은 자녀의 창의적 태도를 발달시키는 좋은 예이다. 

자녀가 부모의 말을 따르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생각도 없이 무조건 부모의 말을 따르는 것은 창의적 태도 발달을 해친다. 자녀가 사회 제도나 관습의 불합리성에 대하여 저항하더라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 분위기와 부모의 자녀 양육 방식이 허용적이고 민주적일수록 자녀 창의적 태도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아이들은 원래 창의적 본성이 있다. 작은 것이라도 아이가 창의적 행동을 할 때에는 아낌없이 칭찬해 주어야 한다. 
어른의 관점에서 볼 때 비록 아이의 창의적 소산(그림, 글짓기 등)이 하찮다 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거나 비판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자녀의 창의적 태도의 싹을 자르는 행위이다. 학교의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지만 이와 별도로 창의적 활동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교과 활동 이외에 이러한 경험을 하도록 하기 위해 편성해 놓은 창의적 체험 활동을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어릴 때 발달한 창의적 태도나 창의적 성격의 기초 위에 이후 습득한 지식이 결합하여 창의적 소산이 창출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강갑원 교수]
중앙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교육심리학)
대진대학교 교육대학원장(역) 
대진대학교 국제교류협력대학장(하얼빈캠퍼스)(역)
대진대학교 교원연수원장(역)
한국영재교육학회장(역)
대진대학교 명예교수(현)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0216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