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지난 4월 27일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법안으로 발의했다. 법안의 골자는 여야 7대4 구조의 KBS 이사회, 6대3 구조의 MBC 방송문화진흥회와 EBS 이사회를 각각 '공영방송운영위원회'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운영위원 정수를 25명으로 늘리고, 시청자추천평가위원회 복수 추천을 거쳐 특별다수제(3분의 2이상의 찬성)로 사장을 뽑는 방안이다.

운영위원 25명의 추천 권한은 △국회(8명-교섭단체 7명, 비교섭단체 1명)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정한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3명) △시청자위원회(3명) △한국방송협회(2명) △종사자 대표(2명) △방송기자연합회(1명) △한국PD연합회(1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1명)가 갖는다. 여기에 KBS와 MBC는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4명을, EBS의 경우 교육부에서 선정한 교육 관련 단체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2명씩을 추천하도록 했다.
 
이번 민주당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이 제시되자 언론현업 6개 단체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6개 언론 또는 방송관련단체들이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며 민주당과 민주노총·언론노조가 손잡고 운영위원회를 장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시절 당론으로 채택한 '공영방송 장악 금지법'을 집권 후 뭉개더니, 다시 야당이 되자 또 다른 법을 밀어붙인다고 반발하고 있다. 

KBS·MBC의 양대 보수 노조는 각각 성명서를 통해 여·야가 합의했던 법안과는 전혀 다르며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악법'이라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일 때는 가만히 있다가 야당이 되자 자신들이 유리하게 하려는 시도"라며 추천권 상당부분을 친 야당 쪽이 유리하도록 설계해 언론노조와 손잡고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고 반발했다. 방송 관련 직능단체로 분류된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세 단체는 실질적으로 민노총 언론노조와 연대 조직으로서 대다수 차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뿐 아니라 지난 대선 기간 공영방송의 정치적 편향성 사례를 적발해 온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도 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개정안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저급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등 전·현직 언론인 단체들도 국회 앞 정문에서 해당 개정안의 통과에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론자들의 공통된 입장은 개정안이 언뜻 보기에는 국회 여·야,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위원들로 다양성, 전문성이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모두 특수 진영에 유리한 위원 구성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방송 직능단체들은 물론 학회들마저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국회와 행정부 추천 인사는 배제하더라도 전문가 인사들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선발할지 요원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법안 제출 시기에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지난 5년 동안 긴 세월 다 보내고 집권 기간 내내 공영방송을 장악해 친정권 편파 방송을 남발하다가 대선에서 패하자마자 허급지급 개정안을 내놓은 데는 다른 저의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정권연장이 되었다면 민주당에서 이런 법안을 밀어붙이겠느냐는 것이다. 방송개혁에 대한 진정성이나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충분한 준비시간과 논의 과정을 거칠 수 있지 않았느냐는 반문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지금까지 수많은 비판과 개선안이 줄기차게 논의되고 제시되어 왔지만, 정권이 교체되면 또다시 제자리로 엎치락 뒤치락을 번복해 왔다. 여·야 합의된 법안이 여·야가 뒤바뀌는 순간 그 합의 법안은 휴지조각으로 날려버렸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2016년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었고,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는 이 방송법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방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공영방송 사장은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 있어 도움이 될 것인가?"라며 해당 법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다. 정권을 잡았으니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내 미디어산업 개편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일부 공개했다. 특히 공영방송의 재허가 제도를 과감히 폐지하고 협약제도를 도입해서 민영방송과 차별되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공영방송은 존재 의미가 없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공영방송이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와 설계도가 있다는 얘기다. 여·야가 이마를 맞대고 최대공약수의 모범답안을 도출해야 한다. 여소야대 구조로 졸속 강행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은 국민적 여론과 사회적 합의 수렴이 필수과정이다. 운영위원 추천단체의 사회적 대표성에 관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 상당한 토론이 요구된다. 시청자위원회 추천의 경우에도 사실상 사장이 위촉권한을 가지고 있어 재정비가 필요하다. 성 평등 규정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대로 '10분의 6'으로 수정해야 한다. 이와 같이 미흡한 내용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보완해야 하며, 여·야가 합의해 입법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 하나 짚고 가야 할 것은 아직까지 공영방송의 개념이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된바가 없다. '공영방송' 또는 '공영'이라는 낱말은 「방송법」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공영방송'이라는 용어는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에만 등장한다. 차제에 방송법에 공영방송 정의와 영역을 명시, 정체성이 명확히 제시되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적책무 등의 규정 정비가 요구된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후견주의'는 언론의 자유와 권력 감시 기능을 위협해왔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종속성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정치적 독립성 문제로 많은 파장과 갈등의 상처로 얼룩져 왔다. 공영방송의 ‘낙하산 사장’은 진보·보수를 떠나 반복되어온 정권의 방송지배 역사와 단임제 대통령에 따라 거듭 점철되어온 숙명적인 귀착점이었다. 공영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의 확보는 '제도 우선주의의 함정'매몰은 경계되어야 하며, 제도를 갖추는 것만큼이나 운용이 중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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