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언론학 박사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다. 민심은 새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과 거대 야당의 혁신을 요구했다. 국민은 야당의 견제세력 호소보다 지방정부까지 교체돼야 진정한 정권교체로 국정운영의 안정을 기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선이 정권 교체의 전반전이라면 지방선거는 후반전인 된 셈이다. 여당은 시도지사 17곳 중 12곳서 승리하면서 17개 시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전국에서 약 53%의 득표율을 얻은 반면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약 43%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이로써 작년 4·7 서울·부산시장 보선, 3·9 대선에 이어 6·1 지선까지 세 차례 선거에서 연속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의 압승이라기보다 야당의 참패다. 국민의힘이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다.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정권이 구체적 성과를 낼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민주당 텃밭을 제외한 전 지역을 싹쓸이한 것은 지난 5년 문재인 정권의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준엄한 심판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로다. 민주당의 이번 선거 패배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국민은 민심을 외면한 전 정권에 대해 대선에 이어 또한번 엄혹한 심판을 내렸다. 야당은 번번이 자책골로 표를 잃었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자숙과 반성 없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치며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패배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가 이례적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 민주당 '텃밭'에 출마하면서 '방탄 출마'란 꼬리표가 붙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송영길 전 대표까지 느닷없이 서울시장에 출마한 것도 민심과는 거리가 멀었고 비난을 자초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대선 패배를 겸허히 인정하고 성찰하기는커녕 국민 과반이상이 반대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 등 꼼수와 편법으로 강행하는 입법 독주를 일삼았다. 여기에 국회 법사위원장 독식 논란까지 일으켰다. 당 지지율이 급락하자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내로남불, 성폭력 사건, 팬덤 정치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오히려 문자폭탄과 공개적 비판이 난무하는 내홍으로 당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처럼회'와 같은 강경파 초선 의원들과 극성 당원들의 목소리에 당이 휘둘리자 민심이 돌아섰다. 

선거 와중에 의원들의 성추문과 당 지도부 갈등, 내로남불과 팬덤 패거리 정치도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요인이 됐다. 급기야 김포공항 이전을 둘러싼 혼란까지 자초해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였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 같은 민주당의 오만과 독주에 대한 민심의 냉엄한 회초리였다. 지난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잇따른 승리로 '20년 장기 집권'을 외치던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일자리 정책 실패와 경제, 원전, 외교에서 이념을 고집했다가 3연속 패배를 자초했다.  

이번 6.1 지선은 투표율이 50.9%로 역대 지선 중 두 번째로 낮았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배경을 여·야는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투표를 포기한 것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한몫을 차지했다고 봐야 한다. 대선이후 채 3개월도 안 돼 다시 전국단위 선거가 실시된 데 따른 피로감과 관심이 떨어진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새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져 여당이 유리한 압승이 예상되면서 야권 지지자 이탈이 한몫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선거 당시 0.73%포인트 차이였던 양당 간 격차가 석달만에 10%포인트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야당은 석달 새 민심이 또 달라진 깊은 의미를 겸허히 새기지 않고 입법 독주 강행이나 친문·친명으로 갈라져 당권 싸움에 매몰된다면 이번 광주의 37.7% 투표율(지지율은 약 30%)의 경고를 또다시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4년 새 무섭게 달라진 민심을 깊이 인식하고 "민심은 천심"이라는 뼈를 깎는 쇄신과 변화에 몰입해야 할 것이다. 특히 '처럼회' 등 당내 일부 강경파 독주와 '팬덤정치'를 극복하지 않고선 국민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국회 과반이 넘는 167석을 앞세워 폭주했다간 2년 뒤 총선에서 또다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 엄밀히 말해 이번 승리는 여당이 잘해서라기보다 야당이 지리멸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민은 출범한 지 20여일밖에 지나지 않은 윤 정부에 일할 기회를 준 것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4%로 1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회에선 여소야대이지만 지방선거 승리의 동력을 살려 물가안정, 정부조직법 개정안, 노동·연금·교육개혁 등 국정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여당의 지방 선거 승리에 대한 질문에 "우리 경제가 위기 태풍 권역에 있다"며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압승에 취해 오만해지고 경제 활력 찾기에 실패한다면 2년 뒤 총선 때 표심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22대 총선이 이제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그나마 집권 초 개혁을 밀어붙일 시간은 1년 남짓에 불과하다. 경제 위기 극복과 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국민 통합과 국론 결집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여전히 민주당이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협치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은 냉엄하게 지켜보고 있다. 야당도 거대 의석을 내세워 국민의 여론을 무시한 입법폭주나 국정 발목 잡기를 멈추고 민생정책 대안을 내놓으면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환골탈태해야 한다. 특정 정당이 국회의장과 국회 법사위원장을 독식하는 일이 없어야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할 것이다. 2024년 4월 총선까지 2년 가까이 선거 압박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해 여·야 모두가 더 나은 비전과 실력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이제 정부와 여당은 민생 살리기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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