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 임정혁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 임정혁

[내외뉴스통신]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 임정혁

공직을 마무리하고 변호사로 활동한 지가 벌써 7년째가 되어 가고 있다. 변호사로서 이런 저런 경험을 해 온 터라 변호사가 과연 갑인가 을인가를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이순신 장군을 연구한 한 지인의 분석에 따르면 이순신에게는 극복해야 할 (넘어야 할) 벽(적)이 다섯 가지가 있었다한다. 이순신 장군이 극복해야 할 벽은 일본군 하나면 될 법한데 다섯 가지나 된다하니 의아스러웠지만, 그 지인의 분석을 듣고 나니 수긍이 되었다. 다섯 가지란 일본군, 아군병사들, 임금(선조), 신하와 동료들, 백성(국민) 등이란다.

첫째 벽은 적인 일본군이라 한다. 명량해전을 비롯하여 일본과의 모든 전투에서 일본군에 승리한 이순신을 전설적인 영웅으로 칭송하는 첫째 이유는 전투에서의 승리이다. 변호사의 첫 번째 벽(적)은 반대 당사자이다. 변호사도 의뢰인이 원하는 바대로 승리하는 것이 제일의 역할이다. 고소인이 원하는 대로 피고소인이 형사 처벌을 받고, 피의자가 원하는 대로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받거나 처벌받지 않게 하고 민사나 행정소송에서 원고나 피고가 원하는 대로 승소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변호사의 임무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출구권략일 뿐이다.

 이순신 장군에게 있어 두 번째 벽은 병사들이라고 한다. 전투는 장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 병사들과 혼연일체가 되어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같이 싸워야 할 병사들을 어떻게 하면 마음을 얻고 합심할 수 있을까는 이순신 장군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벽이라 할 수 있다. 이순신에게 병사와 같은 벽이 변호사에게는 의뢰인이라 할 수 있다. 의뢰인 중에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경우도 있지만 장황하거나, 두서없거나, 잘못된 법률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심지어는 변호사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변호사를 비난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의뢰인이든 변호사는 그들과 함께 싸울 것을 궁리해야하는 것이지 의뢰인을 비난하거나 심지어는 의뢰인과 싸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에게 있어 세 번째 벽은 왕(임금)인 선조였다고 한다. 선조는 이순신의 임명과 퇴임을 결정할 지위에 있으면서 또한 이순신이 왕위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끊임없이 가졌다고 한다. 선조의 뜻에 동조하면 동조하는 대로, 선조의 의중과 다른 말을 하면 반대하는 대로, 왕위 찬탈의 계략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것도 이순신이 극복해야 할 벽이었다고 한다. 변호사에게 있어 선조와 같은 벽은 바로 사건의 결정권을 쥔 판사, 검사, 행정기관 같은 국가기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근거가 확실해 보이는 판례나 증거를 제시해도 사건의 결정권자를 설득시키지 못하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변호사의 숙명이다.
 
 이순신 장군에게 있어 네 번째의 벽은 이순신과 같이 왕의 휘하에 있는 신하, 동료들이라고 한다. 당시 이순신을 높이 평가하는 신하들도 있었지만 시기와 적대감을 가진 신하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순신이 성공을 이루기 위해 이러한 신하들의 벽을 넘었어야 했다고 한다. 변호사가 일을 하면서 동료 변호사와의 관계 설정이 이와 같을 것이다. 같이 근무하는 로펌에서 상사인 변호사, 후배변호사, 동급변호사와 갈등 없이 협조하면서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하는 것이 변호사가 넘어야 할 벽일 것이다.

 이순신 장군에게 있어 다섯번째의 벽은 일반 백성이었다고 한다. 비록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전쟁의 피해를 보거나, 전투중인 병사들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것은 백성의 몫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전투는 승리하기 힘들고, 승리하더라도 백성에게 피해가 많은 것은 결코 진정한 승리라고 하기 힘들 것이다. 변호사에게 있어서는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사건의 성공을 거두기 힘들고, 비록 사건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남기는 경우는 결코 사건의 성공이라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전쟁을 이끌었다면, 변호사는 사건을 이끄는 사람이다. 그럼 사건을 이끄는 변호사는 소위 갑(甲)인가 을(乙)인가를 생각해 본다. 이순신 장군은 때로는 갑으로 때로는 을로서 전쟁을 이끌었을 것이다. 사건 의뢰인을 client라고 하는데 전통적으로 서양에서 client라는 말은 변호사와 건축가에게 사건이나 건축을 맡기는 경우에만 쓰였다고 한다. (요즘은 client 라는 용어를 보험가입자, 병원환자, 물건구매인 등 재화나 용역의 구매자를 통칭하여 널리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들을 통칭하고 있다.) 건축가에게 건축을 의뢰한 후 중간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래라 저래라 하면 건축물이 엉망이 되기에 건축가는 건축의뢰인을 client라고 칭하였다 한다. 건축 의뢰시까지 client가 갑(甲)이고 건축가가 을(乙)이지만 일단 의뢰가 끝나고 건축공사가 시작되면 건축이 끝날 때까지 건축가가 철저히 갑이라고 한다. 변호사에게 사건의 수임, 수임철회, 성공 보수 지급 등 칼자루는 의뢰인이다. 하지만 변호사도 건축가와 같이 사건 의뢰시까지는 을(乙)이지만 사건 의뢰이후 종결까지는 철저히 갑(甲)으로서 권한과 책임을 지는 직업일 것이다. (물론 갑(甲)으로서 을(乙)위에 군림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36조) 에 보면 변호인의 독립소송행위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변호인은 의뢰인의 단순한 심부름꾼(乙)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독립적 대리권을 부여받았다는 것은 소송 절차에 있어 의뢰인의 의사와 독립적으로 일정한 권한이 부여되고 있고, 또한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변호사는 한편으로는 의뢰인의 조력자로서 을(乙)임과 동시에 사건해결의 권한과 책임이 막중한 갑(甲)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임정혁 회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부장검사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제40대 법무연수원 원장
현)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
현) 내외뉴스통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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