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이번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은 용의자를 포함해 7명이 숨지고 48명이 상해를 입은 대형 참사였다. 이번 사건은 민사소송에 패소한 데 불만을 가진 용의자가 상대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발생했다. 이 사건과 직접관련 없는 6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당한 분노 범죄라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근간인 법조계의 변호사 제도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사법에 대한 심각한 테러사건이다.  

본인이 패소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순간에 무고한 희생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비인륜적 행위로 단정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역할과 직무를 충실하게 최선을 다한 상대방 변호사를 겨냥한 무자비한 테러는 단순히 변호사 개인을 향한 범죄를 넘어 사법체계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극악무도한 야만행위다.  

법조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법정은 승패가 갈리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고 이를 업으로 삼고 있는 변호사들로선 트라우마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 사건으로 직업적 회의감과 공포심을 느낀다는 자조적인 반응들이다. 재판은 판결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의뢰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에 의뢰인 입장에서는 극도로 예민할 수밖에 없다. 소송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기도 어렵기에 대부분 변호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대상 또한 변호사이기 마련이다. 

헌법 제12조 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일반인은 법률을 잘 몰라 자신을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어렵다. 때문에 수사기관과 대등한 관계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변호사는 법률에 규정된 자격을 가지고 소송 당사자나 관계인의 의뢰 또는 피고나 원고를 변론하며 그 밖의 법률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는 전문 법조인이다.

이전에도 판사와 변호사 법조인은 크고 작은 폭언과 협박에 노출돼 왔다. 변호사들이 재판 뒤에 욕설 정도는 다반사이고 염산 테러를 하겠다는 위협 등 뉴스에 보도는 되지 않고 쉬쉬해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여러 형태의 협박과 테러에 시달려왔다. 1997년 이완용 후손의 재산권 소송 불만으로 수원지법 지원장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과 2007년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사건으로 '판사 석궁테러'가 있었다. 2014년에도 재판결과 불만으로 60대의 방화로 서초동 한 변호사 사무실이 전소되기도 했다. 2015년 박영수 변호사 흉기 피습 사건은 잘 알려진 사례다. 2018년에는 70대 남성이 김명수 대법원장 차에 화염병을 던진 사건이 있었다. 

시중에 대형 로펌을 제외하곤 일반 변호사 사무실의 경비 시스템은 무방비 상태이다. 의뢰인 상담이 주된 업무인데 사무실 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사건을 골라 가려서 수임하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 만약 그럴 경우 실제 정말 상담조력이 필요한 사람이 도움받지 못한다면 결국 억울한 일반 국민이 피해자가 된다. 

우리 사회는 분노조절이 안돼 저질러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비일비재하다. 대구 방화 참사는 소송 당사자가 패소의 불만을 극단적 형태로 분출하는 갈등 사회의 참담한 단면이다. 한국 사회는 '갈등 공화국'이라 불린 지 오래됐다. 우리 사회는 분쟁 조정 최후 보루인 소송에서 비롯해서 '갈등공화국' 위험신호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갈등지수가 세 번째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편 정치와 정부의 갈등 조정 기능은 27위로 최하위권이다. 우리는 '소송 공화국'에서 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500만건 수준이던 연간 소송 건수는 지금 700만건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법원의 조정 기능마저 통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갈등 사회가 돼가는 위험 신호이다. 

지금 법조인들에 대한 협박과 보복행위에 대한 보완장치는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보복 범죄가 또 다시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보복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법조인들의 호소를 사법체계와 법치주의의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해서 처방을 내려야 한다.
변호사단체들은 변호사들에 대한 안전망을 확보할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보복하면 가중처벌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며, 변호사에 대한 폭언·협박·위해 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법률 제정을 요청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즉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을 "법질서를 훼손한 반문명적 테러"로 규정,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정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변호사들이 협박당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어야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도 보장받을 수 있다. 사회 전반에 합리성이 회복돼 '갈등 공화국' '소송 공화국'이란 오명을 하루속히 지우도록 지속적인 정비가 시급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사건에 담긴 위험 신호를 깊이 인식하고 정치의 역할,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가동되기를 국민은 냉엄하게 지켜 볼 것이다.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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