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이번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의 연주에 세계가 경탄했다. 임윤찬은 지난 6월 18일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개최된 북미 최고 권위의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60년 역사상 18세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또한 유튜브를 통해 연주를 지켜본 세계 클래식 팬 3만 명의 투표를 통해 '청중상'과 '현대곡 명연주상'까지 받아 3관왕의 쾌거를 기록했다. 그는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로 한예종 음악원에 재학중이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4년에 한번 열리며 창설 60주년을 맞은 전통있는 대회로 세계3대 음악경연대회인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차이콥스키콩쿠르,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 버금가는 권위의 콩쿠르이다. 

대회 결선 곡이었던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영상은 현재 유튜브 조회 수 422만회(6월 30일 기준)를 기록할 만큼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콩쿠르가 끝나자 '임윤찬 신드롬' 바람이 일고 있다. 세계 언론들은 "괴물 신인이 등장했다" "신들린 경이로운 연주자" "지적인 기교와 완전한 몰입은 진정 초월적이다" "경이적인 기교에 정교한 감각까지 완벽한 연주였다" 등의 기사들로 장식되고 있다. 그의 결선 연주에 대해 콩쿠르 웹방송 해설자는 "일생에 한 번 들어볼 수 있는 연주"라고 했고, 전문가들도 "기념비적 명연주"라고 찬사했다. 

임윤찬이 결승 무대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도 압도적이었지만, 준결선에서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완벽한 기교와 독창적인 해석으로 팬들 사이에서 이미 '어차피 우승은 임윤찬'이라고 찍었다는 것이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악마의 곡'으로 불릴 만큼 초고난도이기에 '기절기교'로도 불린다.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현란하게 휘몰아치듯 혼신을 다한 열정적인 연주는 과히 신들린 경이로운 연주로 감탄을 자아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마린 올솝은 '미치지 않고서야 칠 수 없다'는 라흐마니노프 3번을 완벽하게 연주해내자 지휘대에서 눈물을 훔치며 내려와 임윤찬을 안아주던 그는 60대의 여성 지휘자이다. 

임윤찬은 7세 때 피아노를 시작하여 2015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했다. 부모님이 음악인 가정이 아니고 평범한 가정에서 어머니의 권유로 상가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던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예술의 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 오디션에 합격했다. 14살이던 2018년엔 미국 클리블랜드 청소년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경력을 쌓아왔다. 그 후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에서 맞춤형 전문교육을 받고, 졸업 이듬해 2021년 한예종에 '예술 영재'로 입학했으며, 실제 임윤찬이란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는 2019년 윤이상 국제 콩쿠르 우승이다. 2021년 한예종 음악원에 진학해 수학중이며 피아노를 만난지 결국 11년 만에 최정상에 오르는 독보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밥 먹는 시간 빼놓고는 피아노를 친다" 그를 주위에선 '연습벌레'로 통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그를 가르치는 손민수 교수도 "흔히 '천재' 수식어가 윤찬이에게 따라다니지만, 피땀 어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대회 우승 직후인 지난 18일 현지 기자 회견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하고만 사는 것"이라고 했다.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우승했다고 달라진 건 없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실력이 느는 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답했다. 임윤찬은 평소에도 하루 12시간씩 피아노를 치는 지독한 '연습 벌레'로 유명하다.
 
리스트의 피아노 연작(連作) '순례의 해' 가운데 '이탈리아'의 마지막 곡이 '단테 소나타'로 임윤찬은 2020년 독주회에서 이 곡을 연주할 당시부터 '신곡'을 읽어야 곡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탐독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단테의 '신곡'은 여러 출판사의 번역본을 모두 구해서 읽어 보았고, 전체를 거의 외울 만큼 읽은 책"이라고 고백했다. 불과 18세 앳딘 소년의 고백에서 가슴을 파고드는 대목이다. 

한국인의 국제 콩쿠르 우승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 제15회 반 클라이번 우승 선우예권(33)에 이어 올해 들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첼리스트 최하영, 잔 시벨리우스 콩쿠르의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작년 부소니 피아노 콩쿠르의 박재홍, 독일 본 베토벤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서형민,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 1위 김수연 등 2015년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 조성진 등 세계 클래식 음악경연에서 한국인이 우승을 석권하고 있다. 그동안 피아노의 백건우와 정명훈, 바이올린의 정경화와 장영주, 첼로의 장한나 등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뒤를 이어 한국의 크래식 음악계가 세계를 제패하는 쾌거로 이어지고 있다.

크래식계 뿐만이 아니라 대중문화 예술계의 K브랜드 성공이 잇달아 나로호와 더불어 대한민국 브랜드가 치솟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앞서 '미나리'의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봉준호의 '기생충'이 칸영화제와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연거푸 대상을 받았다. BTS(방탄소년단)는 연속 빌보드 정상에 오랐고,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올랐다. 영화·대중음악·스포츠에 이르기까지 K컬처가 세계를 풍미하고 있다. 

한국 연주자가 거듭 최정상에 오르며, 한국의 음악 영재교육이 가진 세계 경쟁력을 입증해주고 있다. 그런 재능과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한 것은 본인의 치열한 투지와 각고의 노력의 바탕위에 헌신적인 부모와 제대로 된 엘리트 교육이다. 이번 임윤찬에게서 다시 확인 할 수 있는 명백한 사실은 영재 교육의 '천재'는 땀의 결실이라는 것이다.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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