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진의 시와 사진

▲차승진의 시와 사진(글,사진=차승진)
▲차승진의 시와 사진(글,사진=차승진)

[대구=내외뉴스통신] 김도형 기자

해 질 녘 새들이 숲으로 돌아오는

고궁에서

천 년 전 산책로를 따라 발걸음

옮깁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의 시간은

물처럼 흘러 흘러갔을

신라에서 경주까지 이어져 온

저녁

서둘러 길을 떠나는 여행객 들과

지나이 하룻밤 묵을 방을 잡고

추억을 사진으로 담는

노을빛 닮은 연인들의 뒷모습

사람은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달력에 적힌 어쩔 수 없는 아라비아

숫자를 채우듯,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힘찬 행렬처럼

백련은 줄기를 뻗어

하늘에 향기를 뿌리고

데엥 데엥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을 때

오늘도 평안했다고, 함께해서

행복했다고, 속의 말을 삼키는

또 내일을 위한 귀갓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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