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언론학 박사

한국인 첫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수상에 이어 이번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한국 대표단 전원이 메달을 획득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16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된 제63회 IMO에서 한국 대표단 학생 6명 전원이 메달을 획득하면서 총점 208점으로 국가 종합 2위를 달성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대회는 104개국 학생 589명이 참가했다. 1959년 루마니아에서 처음 열린 IMO는 수학 영재의 조기 발굴 및 육성, 세계 수학자와 수학 영재들의 문화 교류 및 정보 교환 등을 목적으로 매년 각국을 돌며 열린다.

지난 5일에는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가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 필즈상을 수상해 세계 수학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학문적 성취가 기대되는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 아벨상과 함께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노벨상은 매년 시상하며 공동 수상이 많은 반면, 필즈상은 4년마다 최대 4명까지만 시상하고 공동 수상이 불가하여 노벨상보다 수상하기가 더 어려운 상으로 알려져 있다. 허 교수는 세계수학자대회 126년의 역사에서 한국 수학자 역대 최초로 필즈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올해는 한국 수학계의 눈부신 성취로 수학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지난 2월 국제수학연맹이 한국의 수학등급을 기존 4등급에서 '수학선진국 클럽'에 해당하는 최고등급 5등급으로 상향된 것이다. 1981년 1그룹에서 시작해서 가장 빠르게 5그룹으로 성장한 국가이며, 우리나라 학생들은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서 해마다 최상위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허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출생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두 살 때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어머니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과 명예교수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 뒤 초등학교부터 대학 학부와 석사 과정까지 한국에서 마쳤다. 2007년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물리천문학부 학사, 2009년 수리과학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학위는 2014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받았다. 

그는 중·고교 때는 시험 위주의 제도권 교육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시인이 되고 싶어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입학했지만 마음 붙일 데 없어 학점은 D와 F가 많았다. 대학 마지막 학기에 서울대 초빙교수로 온 필즈상 수상자인 일본인 히로나카 헤이스케(91)하버드 명예교수의 강의를 듣고서야 '수학하는 기쁨'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어서 대학원에 진학해 히로나카의 지도를 받았다.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에야 수학에 관심을 가진 늦깎이였지만 꾸준한 정진 끝에 세계적 수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기회를 붙잡은 건 서울대의 해외 석학 초청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일본의 수학자였다. 이런 우연한 개인적인 인연이 수학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 결국 미국에 건너가 대학원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불태우고 천재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허 교수는 2012년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던 대학원 시절 50년 가까이 지구상 누구도 풀지 못한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해결해 스타로 떠올랐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가 제시한 조합론 문제다. 또 다른 난제인 '로타 추측'도 풀어내 '블라바트니크 젊은 과학자상'(2017) '뉴호라이즌상'(2019) 등 세계적 권위의 과학상을 휩쓸었다. 로타 추측은 1971년 미국 수학자 잔 카를로 로타가 제시한 난제다. 지난해 국내 최고 학술상인 호암상도 받았다. 나이 제한 때문에 39세(1983년생)인 허 교수에게는 올해가 필즈상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해였다.

허 교수는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조합론 분야에서 다수의 난제를 해결하는 등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필즈상을 수상했다. 일찍이 조합 대수기하학 분야에서 특히 대표적 난제로 알려진 리드 추측 등을 해결했다. 허 교수의 연구 업적들은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기계학습, 통계물리 등 여러 응용 분야의 발달에 기여하고 있다. 

허 교수 사례는 우리에게 몇 가지 주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어릴 때부터 수학은 좋아했지만, 중·고 시절과 대학 4년까지 수학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고교시절엔 시인이 되고자 자퇴까지 했으며 음악도 좋아하고 작곡까지도 했다. 대학 3학년 때 학점 미달로 낙제사태를 맞아 학부를 6년이나 다니는 바람에 학부 마지막 학기에 운명적으로 만난 서울대 초빙교수로 온 히로나카 강의를 듣고서야 인생의 전환점을 찾게 됐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좋은 교수와의 만남과 가르침이고, 그리고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생이 자퇴를 했을 때,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보살피고 교육환경을 조성해 줬을까 하는 점이다. 비록 늦깎이 이지만 허 교수는 "어떤 일이라도 시작하기에 늦은 일은 없다. 먼 길을 돌아 적성을 찾았다. 생각대로 삶이 풀리지 않더라도 너무 조급해하거나 집착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본인의 열정과 연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오늘의 성취가 가능했을 것이다.

수학은 물론 모든 학문에서 기초과정인 초·중·고와 대학교육에서 학습 교육과정과 지도교사의 경쟁력이 보장되는 교육제도 환경이 결정적으로 주요하다는 점을 다시 지적해주고 있다. 그리고 각 학문 분야별 사회적 연구지원체계의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제 그동안 이웃 일본이 노벨상 과학분야에서 25개를 수상한 것을 부러워하고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번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계기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달에는 순수한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과 연구개발로 누리호 발사를 성공시켰다.

우리는 학문분야별 연구지원체계가 각 영역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기반과 함께 분야별 특성을 고려한 선진적 연구지원 행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석·박사과정의 지원을 통해 우수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인 BK(Brain Korea)사업이 세계적인 석학을 배출하게 될 대표적 제도의 사례다. 이제 대한민국은 모든 학문분야와 산업 기술기반 경제 성장에 기초연구부터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여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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