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언론학 박사

전국 교사 10명 중 6명은 매일 학생의 욕설이나 수업 방해를 겪는다고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7월 12~24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8,6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주일에 5번 이상 학생의 욕설이나 수업 방해를 겪는 교사가 61.3%에 달했다. 하루에 두 번꼴로 이 같은 문제 행동을 경험한다는 교사도 36.3%로 조사됐다.

최근 5년간 교권침해가 1만1,148건 이다. 이 가운데 888건(7.9%)은 교사를 상대로 한 상해·폭행 사건이다. 최근 전북 익산의 한 초등 5학년생이 담임교사와 교장에게 폭언을 하고, 울산에서는 고1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경기도 수원에선 초등 6학년생이 싸움을 말리던 교사 2명에게 흉기로 위협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갈수록 교권침해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다.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한 고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고 있는 한 학생을 깨웠다. 그러자 이 학생은 교사에게 욕설을 내뱉은 뒤 교실을 박차고 나가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결국 경찰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한 교사는 “손발이 묶인 채 전쟁터 최전선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중학교 한 여교사는 지난해 한 학생의 성희롱 발언 탓에 수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해당 학생을 따로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추후 면담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이 학생은 돌연 교사의 자질이 부족하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 학생이 이에 동조했다.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중단했고, 최근까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동네북 신세가 된 교사들은 아예 교단에 서기가 무섭다는 것이다. 교권침해 특약 보험에 가입하는 교사가 늘고 있고, 병가·휴직을 내거나 교단을 떠나는 사례도 있다. 

교사들은 학생이 문제 행동을 일으켰을 때 가장 큰 어려움이 '마땅한 제재조치 방법이 없다'(34.1%)는 점을 꼽았다. '심신에 상처를 입었는데도 계속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22.5%)과 '학생을 제지했을 때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나 민원'(19.7%) 등이 비율이 높았다. 교권 침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마땅한 지도방법이 없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교사들이 가장 많이 겪은 학생의 문제 행동은 '떠들거나 소음을 내는 행위'(26.8%)였다. 욕설 등 공격적 행동(22.8%), 교실·학교 무단이탈(12.7%)이 뒤를 이었고, '교사의 말을 의심하거나 계속해서 논쟁'(8.1%), '수업 중 디지털기기 사용'(7.9%), '수업 중 잠자기'(7.9%) 신체나 도구를 이용한 폭행도 6.4%에 달했다. 

학생을 훈육하다가 아동학대범으로 신고당하는 일이 늘면서 교사들의 사기가 더 위축되고 있다. 교사 경시 풍토가 만연해진 데다 학생 인권 보호를 지나치게 앞세운 나머지 교사 권위를 상대적으로 떨어뜨린 데서 생긴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권 침해가 심각한 이유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36.2%)가 가장 많았다. 교사들은 학생인권만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마땅한 지도방법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그동안 학생 인권 조례를 만들면서 학생 인권 보호와 교권침해 영역간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 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교실 내에서의 이 같은 불균형은 결국 우리의 공교육이 더욱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을 깨웠다가 아동학대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고, 수업 중 계속 떠드는 아이를 혼냈다가 정서학대 혐의를 받는 세상이다. 교육활동 침해에 영향을 미치는 직·간접적 요인들을 보면 우선 교권확립을 위한 구체적인 법령의 미비점이다. 여기에 학부모의 자녀에 대한 지나친 편애 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보호자의 태도와 교권을 무시하는 사회적 풍조를 들 수 있다.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교나 교육청 당국이 쉬쉬하는 미온적 대처가 있어왔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먼 나라 전설처럼 들린다. 과거의 교사는 인생의 길잡이 지도자였다면, 지금은 단순 교육공무원으로 치부된다. 사제 간은 교육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이용자의 냉정한 관계로 변질됐다. 교사-학생 사이는 학생들이 하기 싫어하는 공부를 시켜야하고, 입시제도 입신출세만을 목표로 내세운 학부모의 가치관 사이에서 벌어지는 우리사회 교육의 민낯이다. 우리 교육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스승의 날이면 학생들의 카네이션 꽃도 제대로 받을 수없이 주위 눈치를 살펴야하는 교사들은 오죽하면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달라고 했을까.

2019년 교원지위법이 개정되면서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등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경우 강제 전학을 보내거나 고등학생의 경우 퇴학 처분까지 내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일어났을 때 곧바로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교사가 학생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도록 생활지도법 입법이 절실하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혐의 등에서 면책 받을 수 있는 보호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나아가 교사의 수업권을 보장하는 학교 문화 형성도 절실하다 
 
윤석열 정부가 연금·노동 개혁과 함께 교육을 3대 개혁 과제로 꼽았다. 정부는 현실에 직면한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현장의 합리적인 종합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에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권 보장을 명시하고, 교원지위법 개정에 즉시 나서야 한다.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hoongwc@hanmail.net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3054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