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근 교육부가 제시한 만 5세 취학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문제를 놓고 지난 한 주간 내내 찬반 논란으로 소란스럽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2025년 시행 로드맵까지 내놨다. 이 정책은 대선 공약에 포함되지 않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논의되지 않았던 정책이다. 

교육부의 제안 취지는 취학 연령을 앞당겨 영유아 단계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대상을 넓혀 사교육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 계층이 한시라도 빨리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가정 형편, 지역 여건에 따라 유아 교육의 질적 격차를 감안해 공평한 교육 기회를 구현할 수 있다. 영·유아 교육의 국가 책임을 확대하고 출발선상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보육 재정 지출과 가정의 양육 부담도 줄이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취업시장에 진입하는 사회 진출 연령을 앞당겨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출 시점도 1년 빨라지므로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특히 군 입대를 앞당겨 사회 진출이 빨라진다. 중·고교와 대학 입학·졸업까지 연쇄적으로 1년씩 당겨지면서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결혼 연령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제 개편에 학부모는 물론 교육단체 및 전문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만 5세 어린이들은 집중력이 약해 집단 놀이 형태가 아닌 정규 학교 교육 대상으론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교육 현장의 비판이다. 유아기는 단 몇 개월 사이의 발달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5세와 6세의 학력 격차가 우려되며, 공교육의 돌봄 기능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취학 연령을 낮추면 유치원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체 유치원 유아의 절반 정도가 만 5세인 사립유치원의 유아 교육계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조기 취학에 대비하기 위해 영유아 단계부터 선행학습을 시작해 사교육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 우려가 더 클 수도 있다. 교사 수급 확대, 교실 확충, 막대한 재정 투입, 국민 공감대 부족 등 비판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관련 단체와 교육 전문가들의 비판은 유아기 아동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사실 현재도 초등학교 만 5세 조기 입학이 허용되고 있지만, 호응이 약하고 대부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미래기획위원회도 이 정책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노무현, 박근혜 정부 등 역대 정부도 '만 5세 입학' 취학연령 하향을 비롯한 학제개편 논의에 나섰으나, 당시에도 유아들의 정서 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다는 여론과 과다한 사회적 비용 등으로 무산됐다. 입학생 증가에 따른 교원과 교실 부족, 대학 입시·취업 경쟁 격화 등도 과제로 지적되면서 번번이 무산된 일이다.

또한 교육부 박 장관이 자율형 사립고와 달리, 외국어고·국제고는 상당수 졸업생이 '어학' '국제'와 상관없는 분야로 진출한다면서 '2025년 폐지'를 검토한다는 것도 학부모들의 극열한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학생들의 진로가 다양한 것은 당연하며,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축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38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프랑스를 비롯한 26개국은 우리와 같이 만 6세 입학을 유지하고 있다. 핀란드·에스토니아 등 8개국은 7세, 호주·아일랜드 등 3개국은 5세, 영국은 4∼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적 추세도 대부분의 나라가 의무교육 시작은 6세이다.  

우리나라는 1949년 제정한 '교육법'에서 취학연령을 만 6세로 정한 뒤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지난 70여 년간 사회경제적 여건이 크게 바뀌고 유아들의 성장 환경과 발육과정, 지적 수준도 높아진 만큼 취학연령 하향 조정은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 그러나 학제 개편의 영향이 취학 연령과 초등학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입시·취업·보육 등 전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안이다. 중·고·대학은 물론 취업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으로 나타날 사회적 변화과정이므로 신중한 논의와 추진이 필요하다. 

우선 교육부는 유아·초등교육을 담당하는 전국 교육감들과 제대로 된 협의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교총은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상당수 교육전문가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13개 교육·학부모단체는 '만 5세 초등학교 조기입학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취학 연령을 정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1949년 교육법 제정 당시 정해 놓은 제도를 처음 바꾸는 일이라면 충분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교육계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울러 20년 넘게 공전 중인 유보(유아교육·보육) 통합문제도 선결 과제이다. 교육과 보육의 문제라 이해당사자인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계자를 설득해야 하고 초등교원 양성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제도 변경을 시도할 때 피해 집단을 설득할 치밀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교육의 백년대계 정책 입안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 소통은 필수다. 더구나 다수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라면 더더욱 당연한 것이다.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hoongwc@hanmail.net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4545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