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내외뉴스통신] 이송옥 기자

지난달 14일 옌선(顏神) 고진(古鎭∙옛 마을)의 한 버려진 도요를 개조해 만든 바의 실내 전경. (사진=신화통신 제공)

무더운 여름 해외 유학파 출신인 1990년대생 장쉐(張雪)가 고대 도자기 마을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하고 있다. 창밖으로 토갑을 켜켜이 쌓아 올린 벽에 그을린 불 자국과 오래된 원형 가마가 지나간 세월을 말해준다.

장쉐가 거주하는 산둥(山東)성 쯔보(淄博)시 옌선(顏神) 고진(古鎭∙옛 마을)은 한때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북송 때부터 현지 주민들은 도자기 제작을 생업으로 삼았으며 지역 상황에 따라 도자기 부재료를 건축 재료로 사용해 이곳만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꽃피웠다. 신중국 성립 이후 중국 최대 도자기 생산기업인 산둥보산(博山)도자기공장이 이곳에 자리했고, 거의 집집마다 가마를 굽고 도자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도자기 산업은 수작업에서 기계화 생산으로 전환됐다. 이에 수많은 수작업장과 땔감으로 불을 지피는 전통 가마가 점차 사라졌고 산둥보산도자기공장도 파산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달 14일 찾은 옌선 고진의 모습. (사진=신화통신 제공)

현지 주민들도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가면서 산둥 3대 고진 중 하나였던 옌선 고진에는 방치된 도요, 폐쇄된 공장 부지, 버려진 주택 등으로 쓸쓸함이 맴돌았다.

2018년 쯔보시 정부는 고진 전체를 계획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투자 유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장옌(吳江燕) 쯔보랑샹(朗鄉) 고대 도자기 마을 관광 발전 회사 사장은 "역사∙문화적으로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며 "문화∙레저리조트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우 사장은 보존∙보호에 우선순위를 두고 관광객들에게 전통문화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현대화된 종합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14일 옌선 고진에서 보존 공사를 마친 한 터널 가마. (사진=신화통신 제공)

옌선 고진에 들어서면 석판길, 낡은 원형 가마, 옛 정원, 오래된 공장 건물 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주택과 도요가 나란히 세워져 있고 토갑으로 이뤄진 벽들은 독특한 정취를 자아내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은 젊은이가 적지 않다.

젊은이들이 늘어나자 혁신적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기존 보산도자기공장 제5작업장은 건물 내 터널 가마 하나를 완전히 보존하는 방식으로 보수 공사를 마쳤다. 이 터널 가마 속으로 들어가 보면 발 밑에는 낡은 가마 벽돌이 밟히고 주변에는 얼룩덜룩한 가마 벽이 이색 풍경을 자아내며 일찍이 번화했던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오래된 가옥 안에선 대학생 몇 명이 물레성형을 하고 유약을 바르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옆에는 바구니·접시·컵 등 도자기 제품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이곳은 도자기공예실험실로 난징(南京)예술학원·지린(吉林)예술학원 등 예술대학의 실습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이곳에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고 또 교수들의 수업 장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옌선 고진에는 세련된 바, 다채로운 거리,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민박, 도자기 문화를 주제로 한 유소년 예술교육 연구기지 등도 함께 자리했다. 옌선 고진은 문화+관광 융합이 도자기로 유명했던 옛 마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좋은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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