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원 교수
강갑원 교수

[내외뉴스통신] 강갑원 대진대학교 명예교수

현 정부가 5세 아동 조기 입학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가 큰 저항에 부딪혔다. 취학 연령을 앞당겨 영·유아 단계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대상을 확대하고 출발선상의 격차를 해소하고, 졸업 시점도 앞당겨 보다 빨리 사회에 진출하도록 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르면 2025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며, 이렇게 되면 2019년에 출생한 아동은 2018년 출생한 아동이 동시에 입학하게 된다. 

2019년 출생 자녀 부모는 더욱 반발이 거세다. 자신의 자녀가 한 살 더 많은 아이와 동 학년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계획은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5세 입학이 가능해지면 유아교육 기관은 유아를 초등학교로 뺏기기 때문에 반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아 교육기관의 반대, 맞벌이 학부모의 반대가 핵심이 아니라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이 교육적으로 적합하냐는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 교사, 학부모의 의견만 수렴했었더라도 이런 파장을 겪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 13조에는 모든 국민은 자녀 또는 아동이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또는 7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에도 입학시킬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5세 입학과 7세 입학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단지 기본적 의무 취학 연령 기준을 만 6세로 정한 것뿐이다. 만약 어떤 이유로 부모가 자녀를 6세에 입학시키지 못했을 때를 대비하여 만 7세에도 입학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녀의 발달이 조숙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만 5세에도 입학시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다. 6세 입학 규정은 의무이지만 5세 입학이나 7세 입학은 의무 규정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7세에도 자녀를 입학시키지 않으면 그 부모는 의무교육 규정을 위반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로 보는 것이다. 만약 현행 초중등교육법에서 1살씩 줄여 개정한다 하더라도 부모가 원하면 현재처럼 만 6세에 학시킬 수 있다. 법 개정안도 나오기도 전에 언론에 5세에 모든 자녀를 입학시켜야 하는 것으로 보도되면서 분란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35개 OECD 국가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보면, 가장 빠른 국가로는 네덜란드 만 4세, 영국 만 5세이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1, 2학년은 유치원 교육이다. 초등 교육은 3학년부터이니 실제 6세부터가 초등 교육인 셈이다. 영국은 4세와 5세는 Reception이라는 각각 유아교육과 초등 예비교육을 한다. 그래서 실제로 초등 교육은 6세이다. 미국은 만 4세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만 4세부터 1년간 예비 유치원과정(Pre-Kindergaten)과 6세까지 유치원과정(Kindergarten)이 운영되므로 실제 초등 교육은 만 6세에 하는 셈이다. OECD 국가 중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6세를 입학 연령으로 삼고 있고, 늦은 국가로는 덴마크, 핀란드, 스위스, 폴란드로서 각각 만 7세이다.  

5세 조기 입학 추진 검토는 김대중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에도 있었다. 학부모나 교육자들이라면 누구나 반대할 조기 입학이 왜 이렇게 정치계에서 심심치 않게 출현하는 걸일까? 교육부 장관의 업적 올리기를 위한 과욕 때문일까? 아니면 교육에 대한 몰이해의 관성적 작동 때문일까? 필자는 후자에 방점을 두어 그 가능성을 점쳐본다. 아마도 조기 교육과 조기 입학의 혼동, 조기교육, 유아 교육, 인간의 발달, 초등교육 각각의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기 입학은 조기 교육과 다르다. 조기 입학은 입학 연령을 낮추는 것이지만 조기 교육은 아이의 발달에 맞는 교육을 일찍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조기 교육은 매우 필요하다. 태교와 유아교육은 모두 조기 교육의 한 형태이다. 그래서 5세 유아에게 초등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아이의 발달에 맞느냐가 문제가 된다. 만약 맞지 않다면 조기 입학을 시켜는 안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조기 입학과 조기 졸업을 미덕인 양 착각한 때도 있었다. 그것은 발달이 우수한 유아를 조기 입학시키는 것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자신의 자녀를 또래 아이보다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시켜 본 부모라면 누구라도 조기 입학이 얼마나 비교육적인지를 잘 안다. 조기 입학한 아이가 또래 아이에 비하여 발달이 늦어 학습에 어려움을 겪어 뒤처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폐해는 초등학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되어 고등학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겪는 신체적 지적 열등감은 그 아이의 일생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만약 자녀의 입학을 1년만 미루었다면 이러한 불행을 피할 수 있는데 말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대로 한다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은 아이들 간에 최대 2살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무작정 늦게 입학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초등 교육을 받아야할 단계의 아이에게 유아 교육을 시키는 것 역시 아이의 발달을 지체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교육부 장관의 5세 입학 제도 추진은 사실 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현행법으로도 5세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영유아 교육을 책임지기 위하여라고 했지만 현재 유치원 교육은 교육부가 책임지고 있고, 보육은 여성가족부가 책임지고 있으니 국가가 이미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일찍 사회에 진출시킨다는 명분도 마뜩하지 않다. 남보다 사회에 일찍 진출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시기에 사회에 진출한다고 하면 사회에 일찍 진출하는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발달이 빠른 5세 유아를 둔 부모에게만 빠른 입학을 권장하는 정도로만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5세 입학을 왜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일까? 유아 교육과 초등 교육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유아 교육은 지식 교육보다 전인적 발달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지적 발달 잘 이루어져야 이후 교육인 초등 교육을 성공적으로 받을 수 있다. 유아 교육은 주로 직접 경험과 놀이나 활동 형태를 통해 이루어진다. 유아의 놀이가 곧 교육 경험이다. 대학생들이 공부하지 않고 노는 그런 놀이와는 다르다. 유아가 물건을 가지고 놀거나 뛰거나 장난감을 조작하거나 하는 모든 행동은 그들의 전인적 발달을 촉진하는 경험이다. 

유아는 발달이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소·대변 가리기, 음식 먹기 등 자조 능력이 부족하다. 자기 통제력이 약하고 지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자기 물건을 챙기거나, 규칙을 지키거나 하는 등을 잘 할 수 없다. 오직 자신의 내적 욕구에 따라 하고 싶은 행동을 할 뿐이다. 

유아 교사는 이러한 욕구를 대부분 충족시켜 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서서히 기본 규칙이나 도덕은 지키도록 안내는 한다. 일부 언어나 기본 개념 교육도 요즈음은 지만 기본적으로 유아 교육에는 교과목이 없다. 교육과정이라고 해 보아와 교육목표와 어떤 놀이 활동을 경험하게 할 것인지 다섯 가지 영역과 그 목표를 제시해 놓은 정도에 불과하다. 책걸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유아 교사는 유아 교육의 본질에 맞게 창조적으로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초등 교육은 유아교육과는 달리 지식교육과 집단 교육이 시작된다. 정해진 교육과정, 정해진 교육 시간, 정해진 생활 규칙에 따라 학교 생활이 이루어진다. 만약 이러한 교육을 받을 준비가 안 된 유아라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 

초등 교사는 유아교육 전문가가 아니다. 초등 교육 시스템은 유아 교육을 할 수 없는 장이기도 하지만 할 수도 없다. 현행대로 6세에 입학하더라도 준비가 덜 된 아이들이 있어 이들의 관리에 손이 많이 간다고 초등 교사 1학년 담임은 애로를 호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요즈음 아이들이 발달이 빨라서 초등 입학을 당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확인해야 할 일이다. 우선 조기 입학, 조기 졸업이 좋다는 막연한 논리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간혹 영재아에게 이러한 논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빨리 진급하여 졸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발달에 적합한 교육 경험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지적 발달이 빠르다고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성숙도 그에 비례하여 빠른 것은 아니다. 영재 중에는 초등학생 연령일 때 중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는 아이도 있다. 그러함에도 이러한 아이에게도 또래와 어울리면서 사회적 관계 능력과 또래와의 정서적 유대 경험과 같은 비지적 교육 경험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의 기본적 교육 경험의 장은 자신의 또래와 함께 활동하는 장이어야 하는 것이다.   

[강갑원 교수]
중앙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교육심리학)
대진대학교 교육대학원장(역) 
대진대학교 국제교류협력대학장(하얼빈캠퍼스)(역)
대진대학교 교원연수원장(역)
한국영재교육학회장(역)
대진대학교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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