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원 교수
강갑원 교수

[내외뉴스통신] 강갑원 대진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나라가 1950년 한국 전쟁 후 잿더미에서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훌륭한 국가 지도자가 있었고, 그 지도자가 할 수 있다는 신념을 한국인에게 심어줬기 때문이다. 산업 발전을 한창 구가하던 시기에는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하면 된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새마을 운동의 노래 내용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 당시에는 우리 국민의 근면성과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오늘날 한국인 브랜드의 토대가 되었다. 이때 굳건해진 근면성과 자신감은 그 이후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지금까지 지탱해 올 수 있었다. 그 후 여러 번의 정국의 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광복을 맞은 이후에도 열등감은 우리에게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어느새 우리의 DNA 속에는 ‘하면 된다’는 무의식이 자리를 잡았다.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은 이러한 신념 소유자의 대표자였다. 현대 조선 설립 자금을 빌리기 위하여 유럽에 가서 거북선이 그려진 우리나라 화폐를 보여주며 우리 민족이 오래 전부터 철갑선 조선기술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차관을 받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회사 아랫사람들이 사업을 추진할 때 불가 주장을 하면 으레 정 회장은 ‘하긴 해 봤어?’라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하면 된다.’는 의식은 그 동안 교육계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 때문에 무슨 일이든 밀어붙이는 습성의 부작용도 있었고, 옳다면 수단을 경시하는 오류도 범했다. 집단의 이익 앞에서 개인의 요구는 무시되고, 실적 위주의 폐단도 낳았다. 오늘날에는 민주 의식이 발달하여 이러한 밀어붙이기식 오류는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학부모들의 자녀의 발달관이나 학습관에는 그 잔재가 남아있다. 발달관이란 인간의 변화가 무엇 때문에 일어나느냐에 대한 관점이라면 학습관은 어떤 경험을 어떻게 할 때 발달이 일어나느냐에 대한 관점이다.
교육학계나 심리학계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되어 온 주제 중의 하나는 발달의 원인이 유전(성숙)이냐 학습(경험)이냐는 것이었다. 각각의 주장의 근거는 모두 설득력이 있다. 지금은 이 문제에 대한 소모적 논쟁은 종식된 듯하다. 학자들은 대체로 유전과 학습이 발달에 영향을 주는 비율을 반반으로 보는 데에 동의하는 편이다. 발달을 그림 그리기에 비유하면 유전은 스케치에 해당하고 학습은 나머지 소묘나 채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 학업성적이 좋은 아니가 머리가 좋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학업은 타고난 머리에 능력에 결정된다고 믿기 쉽다. 우리는 왜 학자들의 결론과 다른 인상을 받을까? 인간의 발달은 유전과 학습이 약 반반씩 기여하는 것은 맞다. 아무리 타고난 능력이 좋아도 제대로 경험을 할 수 없는 타고난 능력도 발달하지 않는다. 경험이 결핌되기 쉬운 외딴 섬에서만 성장한 아이와 타고난 능력이 다소 부족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도시에서 성장한 아이를 비교 상상해 보자. 전자는 아이의 발달이 나쁠 수 있다. 환경 경험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아이가 모두 도시에서 생활한다면 어떻게 될까? 두 아이의 환경 경험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적기 때문에 타고난 능력이 나은 아이의 발달이 더 좋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 간의 학습 환경의 격차는 옛날과 달리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줄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 타고난 능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아이가 더욱 노력하지 않으면 비교 우위를 점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이다. 타고난 능력이 좋은 아이도 학습 노력을 하기 때문에 능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아이가 우수한 아이를 따라잡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욱이 타고난 능력이 우수한 학생은 열세인 학생과 동일한 노력을 하여도 학습 효율이 더 높아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우수한 학생은 선순환, 열세인 학생은 악순환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가 자녀 교육에 대하여 경계해야 할 발달관이 있다. 그 중 하나는 ‘하면 된다.’는 교육만능론이다. 이 발달관은 경험이 모든 발달을 결정해주는 것처럼 인식하는 편향된 관념이다. 그래서 이러한 관념을 가진 부모나 교사는 자녀에게 공부를 지나치게 강요하거나 과도한 성취를 기대하기 일쑤이다. 사실 공부는 해도 안 되는 일이 허다하다. 만약 아이가 공부는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는 것처럼 세뇌를 당하였어도, 그 아이는 갈수록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는 그 이유를 찾는다. 인간은 자신이나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그 발생 원인을 찾는 성향이 있는데 이를 심리학적으로 귀인(歸因: attribution)이라고 한다. 그 귀인은 타당할 수도 있고 왜곡된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은 특정 귀인성향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자신의 공부 실패를 노력 부족이라고 돌리는 습성이 있다면 그 후 노력을 하지만 그게 만약 자신의 능력 탓이라고 여긴다면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능력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타고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자아존중감이 급격히 낮아진다. 자아존중감이 높아야 환경에 자신감을 가지고 반응하고 대응해나가며 행복함을 느낀다. 
그래서 부모나 교사가 아이에게 노력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다고 지나치게 강조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가 최선을 다하는 것도 좋지만 그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기를 기대하는 시기라고 보자. 이 기간 동안 아이가 늘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아이가 적절하게 최선을 다 하지 않은 여지가 있는 것이 더 낫다. 그래야 아이가 학업에 일시적으로 실패하였더라도 그 결과를 노력 부족으로 귀인하여 이후에도 계속 노력하고, 실패로 인한 자아존중감 손상도 완화할 수 있다. 우리가 교육만능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는 달리 공부는 타고난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발달관이 있다. 이것을 교육결정론이라고 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은 교육결정론을 잘 대변하는 속담이다. 이러한 입장에 선 학부모나 교사는 아이에게 도전하게 하거나 좋은 성취를 하기 위한 노력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만약 아이가 공부에 실패를 하면 그 결과를 아이의 능력의 한계로 본다. 결국 교육만능론의 폐단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실패를 할 경우에는 자아존중감이 손상된다. 다행히 아이가 성공적으로 해낸다고 하면 아이는 그 원인을 능력으로 귀인하여 자아존중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아이에게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줄 위험성이 있다. 또한 노력을 게을리 하게 만든다. 노력의 부족은 실패 가능성을 높이고 이것은 결국 자아존중감 손상으로 이어진다. 교육만능론과 교육결정론 모두 아이에게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긴 마찬가지이다  
결론이다. 그러면 우리는 아이에게 어떠한 발달관을 견지하는 것이 좋은가? 기본적으로 학업은 노력에 의하여 결정되지만 그것이 무한정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거기에 소요되는 노력의 강도와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며, 투여하는 노력과 시간이 적정한지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모든 경험을 전폐하고 학교 공부만 하여야 할 노력의 정도라면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지를 생각해 보자. 인간의 건강한 성장은 학교 공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친구도 사귀고, 영화도보고, 책도 보고, 여행도 하고, 친인척과 친교하기도 하는 것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이가 상당히 노력을 하였음에도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 목표가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목표로 전향하는 여유도 필요하다. 모든 아이가 똑 같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는 없다. 그 한계는 부모나 교사보다 스스로 다양한 시도를 체험한 아이 자신이 잘 안다.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녀 교육을 할 때 늘 지름길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간혹은 돌아가는 것을 생각할 여유가 필요하다. 교육만능론과 교육결정론을 경계하자.      

[강갑원 교수]
중앙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교육심리학)
대진대학교 교육대학원장(역) 
대진대학교 국제교류협력대학장(하얼빈캠퍼스)(역)
대진대학교 교원연수원장(역)
한국영재교육학회장(역)
대진대학교 명예교수(현)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2791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