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우 변호사 이서연
법무법인 산우 변호사 이서연

[내외뉴스통신] 법무법인 산우 변호사 이서연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다.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라고 판정된 자만이 범죄인이라 불려야 하며, 단지 피의자나 피고인이 된 것만으로는 범죄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명시하여 무죄 추정의 원칙을 헌법적 권리로 천명하고 있다. 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사소송절차에서 인신구속은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 되며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기소자인 검사에게 있고 피고인이 무죄임을 적극적으로 입증할 필요는 없게 된다. 

그러나 피의자나 피고인의 위치에서 위 무죄 추정의 원칙을 실제적으로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피의자를 수사하는 수사관이나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형사 재판의 판사가 어떤 태도인지와 상관없이, 일단 피의자나 피고인은 수사를 ‘당하는’ 또는 유·무죄의 판단을 ‘받는’ 피동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피의자나 피고인은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불구속 수사가 원칙임에도 범죄의 중대성, 도주 우려 등의 이유로 구속되어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경우에는 그 심리적 위축의 정도가 더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구속 사건 변론을 맡은 경우에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심리 상태를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피의자나 피고인이 보다 안정적인 심리 상태에 있게 되면 구속이라는 극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는데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 

특수강간으로 수사 단계에서부터 구속되어 산우를 찾아온 의뢰인이 있었다. 범죄혐의는 모두 인정하고 있었는데 범죄가 중대하다 보니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고 발부되어 구치소에서 기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 의뢰인을 구치소에서 접견하였을 때 의뢰인은 한 눈에 보아도 두려움과 극도의 스트레스 등으로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기소 후 법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기 위해서는 의뢰인에게 유리한 사정을 가능한 많이 들어야 하는데, 의뢰인은 자신에게 벌어진 구속이라는 상황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고, 앞으로 구속 상태가 계속될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의뢰인과 재판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뢰인의 심리 상태가 다소라도 안정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먼저 의뢰인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를 털어낼 수 있도록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의뢰인은 조금씩 마음이 안정되었고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을 생각해내어 변호인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사건 당시의 상황, 친구들과 범행에 연루하게 된 경위 등을 비롯해 성장 과정, 진지한 반성, 피해자에 대한 진심의 사과 등을 듣고 이를 집행유예 사유가 되는 유리한 사정으로 여러 방향으로 입증하여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이 노력의 결과, 특수강간의 의뢰인은 1심에서 집행유예의 선처를 받아 구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특수강간 구속 사건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기대하지 않았던 의뢰인과 그의 가족들은 1심 선고 결과에 감격스러워하면서, 다시는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모범적이고 성실하게 살아가겠다고 하였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의뢰인의 심리 상태까지 살폈을 때 더 좋은 변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던 사건이었다. 

[이서연 변호사]
학력
잠실여자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학사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 석사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노동법학과 수료

경력
가원중학교 학교폭력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유한 산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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