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묵 칼럼니스트
김홍묵 칼럼니스트

[내외뉴스통신] 김홍묵 칼럼니스트

입(口)이 세 개면 품(品)이 됩니다. 품은 단순히 물건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물품 상품 경품 생필품 일용품 전시품처럼 객관적으로 지칭하는 사물이지만, 상황에 따라 진품 명품 일품 정품 비품 고가품 모조품 등으로 가치의 차이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품이 인간에게 적용되면 사람의 격(格; 분수나 품위 직위)을 가늠하는 잣대가 됩니다. 인품 성품 기품 품행 품격 품재(品才) 품계(品階)처럼.

사람을 비롯 모든 동물의 입은 오로지 한 개인데 왜 세 개를 합해야 인격을 갖추는 요소가 되었을까요? 어원을 탐구하는 학문에는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남상(濫觴)을 가릴 길이 없습니다.

다만 삼세판으로 승부를 가리거나, 셋이 함께 가면 반드시 한 사람 스승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焉)는 공자 어록, 시장 바닥에 호랑이가 나왔다는 말을 세 사람이 하면 믿는다(三人成市虎)는 고사 등이 어원이 아닐까 짐작만 합니다.

사람의 인중(人中)을 중심으로 위쪽에 있는 코는 천기(天氣)를, 아래쪽에 있는 입은 지기(地氣)를 받아들여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기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코로 숨쉬고 입으로 먹을 수 있는 고마움을 모르고 있습니다.

대신 말로 자신의 생각을 내뱉고, 지식을 과시하고, 남의 허물을 캐거나 폄하하는 일에 더 큰 재미와 쾌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입이 화를 불러들이는 문(口是禍之門)인 줄 모르고. 열린 입이라고.

그래서 옛사람들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면 두 아비의 자식’ ‘내 입으로 그런 말을 했다면 성(姓)을 갈겠다’ ‘입이 열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입에 빗장을 걸곤 했습니다.

하지만 입이 거칠어 막말 험담 욕설이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사람은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눈총도 맞습니다. 숨소리 빼고는 침이 닳도록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은 공업용 미싱(machine의 일본식 발음; 재봉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렵시대에는 화가 나면 돌을 던졌고, 로마 시대 땐 칼을 들었으며,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때는 총을 뽑았으나, 요즘에는 입으로 말폭탄을 퍼붓는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입니다. 특히 정치판에서.

잘못 내뱉은 말이 실수임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끼면 사람은 귀가 먼저 벌개집니다. 그런 현상을 치(恥)라고 합니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모르면 아랫사람에게라도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不恥下問]고 했지요.

‘고운 말이 불러온 행운’이라는 문자 미담이 모처럼 미소를 불러왔습니다.

-“귀하는 성적이 우수했으나 회사의 선발 인원 제한으로 불합격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입사 2차 시험 합격자 5명 중 최종 통보를 기다리던 A양에게는 청천벽력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사측의 자상한 배려가 고마워 A양은 답신을 보냈습니다.

-“귀사의 친절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회사가 더욱 번창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씁쓸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 A양에게 이틀 뒤 다시 문자가 왔습니다.

-“귀하는 이번 입사 시험에 최종 합격하였습니다. ㅇ일부터 출근하십시오.”

A양은 회사에서 보낸 불합격 통보 문자가 마지막 선발 테스트였다는 사실을 첫 출근 후에야 알았습니다. 회사의 인사 담당 부장이 2차 시험 합격자 모두에게 같은 문구의 불합격 통보를 했으나 아무도 회신이 없고 A양 자신만 실의를 덮고 오히려 회사의 발전을 비는 문자를 보냈다고 알려주어서.

[김홍묵 촌철]
경북고-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前한국일보-동아일보 기자
前대구방송 서울지사장
現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現내외뉴스통신 객원칼럼니스트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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