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외뉴스통신] 김흥두 기자 = 주식회사 한국의 리스크 관리책임자 구실을 해야 할 국책은행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물론 국책은행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국책은행 최고경영자와 이들을 감독해야 할 정부,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며 관치의 칼을 휘두른 정치권 모두에게 있다.

조선‧해운 등 부실기업에 돈을 퍼주면서 부실이 누적돼 한국은행과 정부로부터 12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수혈 받게 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자체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기업 구조조정 역량을 강화하고 출자회사 관리를 강화하며 임직원들의 자회사 재취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날 두 국책은행이 내놓은 방안은 작년 말 정부가 발표한 정책금융 강화방안에 담긴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부실기업에 왜 엄청난 금액의 지원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는지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과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온 정부와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내부 혁신을 한다고 해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우선 산은과 수은이 구조조정 역량을 키우기 위해 외부 자문단을 신설하기로 한 것은 ‘셀프 개혁’에 그칠 공산이 크다.

감사원에서도 지적했듯이 산은의 가장 큰 문제는 외부 입김에 쉽게 휘둘린다는 점이다.

회장 직속의 자문단을 꾸려봐야 자문단은 책임과 권한이 없기 때문에 부실기업에 돈이 지원되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자회사 ‘낙하산’ 대책도 한계다. 산은과 수은 임직원의 자회사 취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을 뿐 정작 ‘정피아(정치인 출신)’와 ‘관피아(관료 출신)’의 낙하산을 막을 방도는 크게 없다.

국책은행이 을이고 관료와 정치인이 갑인 상황에서 산은 등이 내놓은 낙하산 근절 대책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홍기택 전 산은 회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회사 낙하산 실태를 언급했다.

청와대 몫이 3분의 1, 당국이 3분의 1, 그리고 산은 몫이 3분의 1이라고.
무엇보다 두 국책은행 수장부터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근본적 한계일 수밖에 없다.
국책은행이 낙하산 외압에서 벗어나려면 민간회사처럼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갖춰 모든 권한을 이사회에 넘겨 조직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

이번 혁신방안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는 뒤로 물러난 채 쇄신 대상인 국책은행들에게 메스를 쥐어준 점이다.

정부가 정책금융기관들의 기능을 고려해 큰 틀에서 국책은행 혁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쇄신을 국책은행에만 떠넘겨 큰 그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책은행을 두고 본격적인 기능 개편 등의 말들이 쏟아지는 이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개혁이 아니고 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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