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자면 밝은 내용을 전해주는 소식들보다 정계나 재계 인사들의 부정과 비리, 성 폭행이나 청소년 폭력, 아동 학대, 인기 연예인들의 도박 등과 같이 보면 볼수록 마음이 편치 못한 내용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어 아쉬운 마음입니다.


2010년 과학영재고 문제 출제를 위해 모 기업의 교육연수원에 합숙하며 지낼 때의 단상입니다. 지금은 모든 방송이 24시간 진행되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KBS 공영방송은 애국가와 함께 아침 6시 뉴스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텔레비전을 켜니 아침 뉴스가 시작되기 전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로 시작되는 애국가가 화려한 영상들과 함께 흘러나오며, 동해의 푸른 바다와 독도 그리고 붉게 떠오르는 태양이 화면을 장식합니다. 신성한 기운이 피어오르는 백두산 천지를 보며 오래 전에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내려다본 옛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으로 이어지는 화면에 청초하고 단아한 모습의 무궁화 꽃에 이어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나타나고,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구절과 함께 ‘대한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제 1절에서는 동계올림픽에 스케이트 선수들이 등장하는 화면으로 시작되어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는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 모습이 보입니다. 이어서 월드컵 축구에서 이정수 선수가 골을 넣는 순간과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은 후 환호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으로 시작되는 제 2절에서는 남산의 소나무 모습이 나타나고, 화면이 바뀌며 미륵과 다람쥐 그리고 풍력발전기들이 등장합니다. 무궁화 꽃의 영상에 이어 대한 사람으로 흥겨운 탈춤과 함께 상모를 돌리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지난 동계올림픽 스케이트 부문에서 우승한 빙상 선수가 빙판을 질주하는 모습과 함께 시상대에 올라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수의 모습이 등장하고, 여자 역도 장미란 선수가 힘차게 역기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가슴을 벅차게 합니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로 시작되는 제 3절에서는 가을 하늘과 밝은 달이 화면을 채우며, 우리 선조들의 유물들과 절간의 풍경들이 지나갑니다. 다시 무궁화 꽃으로 이어지는 대한 사람에서는 가슴에 손을 얹은 월드컵 축구 선수들의 모습이 나타나고, 청자에 무늬를 넣는 손놀림과 불꽃놀이 풍경이 이어집니다.


제 4절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가 울려 퍼지며 씩씩한 군인들의 행진 모습, 공수부대, 비행기 훈련 등의 장면이 나타나며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금강산의 절경이 이어집니다. 우리 전통을 보여주는 장독대의 가지런한 모습과 독도 전경에 이어 무궁화 꽃이 화면을 장식하고, 눈 덮인 백두산 천지가 다시 나타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대한 사람에서는 전 화면을 가득 채우는 탈의 모습에 이어 백두대간 정상에 올라선 사람들의 모습이 마지막 화면을 장식합니다.


당시 텔레비전의 아침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직전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의 배경 화면을 보며 ‘대한사람’으로 우리 미래의 주역이 될 천진난만하게 웃음 짓고 있는 어린이들이나 활기 넘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이 무척 아쉬운 마음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가지 더 아쉬웠던 점은 ‘대한 사람’의 배경 화면에서 우리나라 발전의 주역으로 사업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과학자들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과학기술인이 소외되고 있는 것은 과학자인 내게 아쉬운 마음을 일게 하였습니다. 이는 과학영재를 선발하는 시험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합숙하고 있던 터라 평상시 보다 더 서운한 마음으로 다가왔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창조경제의 중심에 과학기술이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진정한 ‘대한 사람 대한으로...’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산업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연구실에서 국제경쟁력을 가진 기술개발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과학기술인들이 우대받는 성숙한 의식 문화가 우리 사회 바탕에 자리해야 합니다.


야구, 골프, 피겨 스케이팅이나 월드컵 경기 등에서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이 세계만방에 우리의 기상을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주역이 요즈음 매스컴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등장하는 연예인들이나 운동선수들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사회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을 주도할 창조경제의 중심에 있는 과학기술의 주역인 과학기술인들이 진정한 ‘대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과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업.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자유칼럼그룹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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