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네스코 문화유산(5)- '경주역사유적지구'…신라천년의 보고(寶庫)



거대한 야외 박물관

신라 천년의 예술혼과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보고(寶庫) ‘경주역사유적지구’는 천년 세월을 고스란히 전하는 고도(古都)이다. 경주는 찬란한 고대문화가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천연 종합역사 박물관이기도 하다. 시간을 넘어 서라벌 천년의 문화예술의 정취를 가슴 한 아름으로 느낄 수 있는 곳, 신비로움 가득한 찬란한 역사의 땅, 살아있는 신화의 고장 경주는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무한한 보물단지이다.


경주시는 2000년 12월, 유네스코에서 ‘경주역사유적지구(Gyeongju Historic Areas)'로 경주시 전역을 지정받았다. 경주는 역사문화 유적에 따라 경주시내, 경주 남산지구, 보문관광단지, 외곽 지구 등으로 크게 나누고, 이를 다시 동해· 서부· 북부· 안강권으로 구분하여 천년 고도의 찬란한 문화유물을 보호 관리해 온다.

천년의 장구한 세월과 찬란한 역사를 지닌 신라의 고도 경주는 우리나라 고대문화예술의 신비한 진수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곳이다. 더구나 신라는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룩하고 번영을 누려오다가, 국운이 다하자 스스로 전쟁 없이 왕권을 고려에 이양함으로써 신라의 창연한 문화 문화재들을 손상 없이 보존하는 지혜와 저력을 보여주었다.


경주 땅 어느 곳을 가던, 역사문화의 유적들이 가득하다. 땅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져서 천연의 자연적 역사박물관을 이루고 있는 곳, 경주에는 전지전능하다는 신들도 탄복할 예술의 향기가 그대로 남아있으면서 넘실거린다.


2000년 12월, 유네스코에서 세계역사문화 유적지로 지정하기 훨씬 전인 1968년에 이미 ‘경주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곳이다.

거대한 문화유적 단지

경주,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곳, 역사문화예술의 종합 수학여행지 서라벌엔 발길 닿는 곳마다 감동과 찬사가 저절로 거침없이 터져 나온다.


신라 그 자체의 역사문화예술의 총 집결지이자, 고대문화유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실크로드, 신라 천년의 수도로서 왕경(王京)도시의 유적과 불교 유물들을 다양하게 보존하고, 흥망성쇠를 한 몸으로 지켜온 중심체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역사유물의 도시, 수많은 문화유산이 즐비한 경주는 52개의 지정문화재가 세계문화유산지역에 포함됨으로써, 코리아의 국립공원지구에서 세계의 글로벌 문화유산지구로 우뚝 섰고 지구촌의 관광중심 무대로 조명을 받고 있다.


경주에는 현재 국보 26점, 보물 58점, 사적 68점, 명승 2점, 천연기념물 3점, 지방문화재 68점 등이 즐비하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천년 예술과 문화의 향기를 만나는 곳, 경주를 찾아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의 발길은 예나 지금이나 마냥 신나고 즐겁기만 하다.


천년 고도를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들도 한국의 고대 문화예술의 향기에 흠뻑 취한다.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와 그 휘하의 목동들에 의해서 팔라티노 언덕에 세워진 작은 마을 로마가 이탈리아 수도로서 유럽 제일의 문화유산을 지닌 명품 도시라면, 기원전 57년 신라의 수도가 된 경주는 천년 세월의 고대 문화유적을 간직한 아시아 제일의 역사문화유적 도시이다.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의 찬란한 역사문화 유적지의 큰 구역은 다음과 같다.


▶불국사권 ; 신라의 영산 토함산 자락에 안겨 있는 불국사와 석굴암, 영지, 성덕왕릉, 원성왕릉, 감산사 3층석탑 등 신라 사람들의 불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남산권 ; 남산, 나정, 포석성지, 삼릉골, 용장골, 서출지를 비롯하여 40여개의 골짜기와 등성이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신라 천년의 역사가 이곳에서 시작되고 여기서 막을 내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수많은 문화재들이 산재하여 노천박물관이라 불린다.

▶월성· 계림권 ; 시내 권으로 분황사· 황룡사· 안압지· 계림· 천마총· 첨성대· 소금강산, 대릉원, 오릉, 탈해왕릉, 천마총, 동궁과 월지 등을 관람하면서 천년 세월의 숨결과 현재의 삶이 공존함을 느끼게 한다.

▶보문관광단지권 ; 수려한 자연환경과 보문호수가 어우러지진 곳, 경주월드, 세계문화 엑스포 공원 등 각종 문화 레저 시설을 두루 갖춘 웰빙 공간이자 국제적 관광단지이다.

▶서부권 ; 경주시 서쪽지역으로 삼국통일의 깃발을 높이 들었던 태종무열왕릉과 김유신 장군 묘, 화랑도의 자취를 느끼게 하는 단석산과 금척리 고분군, 금장대 등 있는 곳이다.

▶북부권 ; 불교· 유교· 천도교 문화의 전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정혜사지 13층 석탑, 흥덕왕릉, 원광법사 부도탑, 용담정, 옥산서원· 월성 양동마을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지역이다.

▶동해권 ; 아름다운 동해안의 절경을 따라 ‘죽어서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한 문무왕의 호국 의지가 담겨 있는 수중왕릉을 비롯하여 기림사· 감은사지 등을 만나는 곳이다.


천년 고도(古都)의 야사

약육강식 정복전쟁으로 얼룩졌던 고대국가 가운데 한 나라의 수도로 천년 동안(실제로는 B.C 57년~A.D 935년까지 992년간) 영화를 누려온 도시가 지구촌에 경주 말고 또 있을까?


하늘나라 백마가 나정으로 내려와 커다란 알을 전해준 곳, 그 알에서 태어난 난생신화의 인물 박혁거세가 나라를 세우고 도읍을 정한 곳, 역시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천강신인의 전설을 지닌 신라 6부 촌장들이 완전 합의로 박혁거세를 임금으로 추대한 신라, 이미 기원전에 화백회의로 민주주의 풀뿌리를 마련한 나라, 가는 곳마다 신화와 전설이 넘쳐흐르는 곳, 예사롭지 않은 산세와 대지의 기운이 경주를 천년 고도의 중심지가 되도록 하는 힘이었다고 역사는 전한다.


청소년들을 화랑으로 육성하며 나라사랑, 겨레사랑의 정신과 충성심을 일찍부터 심어준 나라, 천체 관측을 통해 하늘을 섬겨온 그 중심에 첨성대를 꼽는다. 신라 과학의 우수성과 예술적 감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한 때 아시아에서는 최대 강국, 최대 영토를 지녔던 고구려와 백제를 통합하여 통일국가를 이룩한 신라였지만, 통일신라 이후 태평성대에 젖은 나머지 기강이 무너지고 내분으로 왕위쟁탈전이 심화되면서 혼란을 거듭, 20여명의 왕 가운데 절반이 비명으로 세상을 떠났다.


드디어 국운이 기울자 제56대 경순왕은 군신(君臣) 회의를 통해 천년 동안 누려온 영화와 예술의 나라와 백성을, 새로 일어나 국위를 떨치는 고려에 스스로 바쳤고, 마의태자는 신라의 왕위를 잇지 못한 채 금강산으로 들어갔다.


전쟁 없이 건국되고 다른 나라의 공격 없이 스스로 막을 내린 신라의 고도 경주 품에 안기면 화려함에 놀라고 완벽함에 혀를 차게 하는 다양한 금관 장식 조각품들, 동양 제일의 첨성대, 동산 같은 왕릉들,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달픈 사연이 담긴 영지 연못, 달빛 별빛 따라가는 문화유적 역사기행이 또 다른 절경을 이루는 곳, 경주는 우리 모두가 보호하고 가꾸어 물려줘야할 영원한 문화예술의 종합박물관이자 관광지이다.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천년의 찬란한 문화유적들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3년 일제 강점기 때 경주고적보존회가 발족된 것이 모체이다.

조상의 예술혼과 문화 정서가 담긴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면 유출되거나 훼손될 염려가 크다. 이러한 일들은 매우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 조국광복 후인 1945년 국립박물관 경주분관으로 되었다가 1975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승격되었다.


유물에 따라 고고관, 미술관, 안압지관, 특별 전시관 등으로 분리한 한편, 어린이관을 따로 마련하여 어린이와 청소년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고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갖도록 이끌어 준다.


‘에밀레종’ 또는 ‘봉덕사종’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종인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을 비롯하여 국보 제87호 금관총 금관, 국보 제275호 기마인물형 토기 등 약 3000여점의 유물들을 상설 전시, 신라의 예술기예를 한 눈에 보여 준다.


성덕대왕신종의 은은하고도 장엄한 녹음 종소리를 매 시간 정시마다 들려주어 신라의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신라 제35대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왕의 명복을 빌어드리고자 만들기 시작하였으나,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대를 이어가며 국책 사업으로 계속한 끝에 제36대 혜공왕 7년(771년)에야 완성하였다.


구리 12만 근(약 72 톤)을 녹여 높이 3.78m, 입 지름 2.27m, 두께 0.24m의 엄청난 종으로 주물하고 보상화문을 그렸고, 1000자나 되는 종명(鐘銘 ; 종의 내력을 적은 글)을 새겨 놓았다. “이전에도 없고, 이후에도 없을 오직 하나뿐인 에밀레종”이라는 격찬을 들을 정도로 장중한 종신에서 이슬처럼 맑고 영롱한 종소리로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마음을 다독거려 준다.


세계의 수많은 종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에밀레종, 숱한 전설을 담아 만든 에밀레종 소리에는 한국인의 한이 서린 울음소리를 연상하게 한다.

1000여자의 종명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도(道)의 근원은 항상 밖을 포함하는 것이라 보아도 그 근원을 알 수 없고, 큰 소리는 천지를 진동하기 때문에 들어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래서 가설을 설정하여 삼진(三眞)의 오묘한 일을 보고 신종(神鐘)을 달아서 일승의 원음을 깨닫게 하노라.”

여기서 삼진이라 함은 인간이 태어날 때 받는 세 가지 곧 성품, 목숨, 정이며, 일승은 부처님의 설법을 수레에 비유하여 인간의 해탈을 의미한다.

전설의 ‘에밀레종’

‘에밀레종’은 너무나 애처로운 사연을 안고 있다. 종을 거의 완성 단계까지 이르렀다가는 깨어지고, 다 만들어도 종소리가 나지 않는 등 이변이 이어졌다. 나라에서는 쇠붙이를 모으는 일에 총동원령을 발령하였다.

종을 만드는데 보탤 구리를 시주받으러 다니던 어느 스님이 민가에 들렸는데, 그 집 젊은 여인이 “우리 집에는 구리가 없으니, 아기를 드릴 수도 없고…”라고 한 말이 씨가 되어 결국 그 아기를 쇠가 펄펄 끓는 가마 솥 속에 넣고 쇠붙이를 녹인 뒤에야 종이 완성되고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한다. “어미 때문에 아이가 죽고 종이 완성되었다” 하여 ‘에밀레종’이라 불렸다는 전설이 있다.

하늘과 땅의 상징 첨성대

선덕여왕 때에 화강석으로 만든 첨성대는 동양에 남아 있는 천문대로서는 가장 오래된 유산으로 국보 제31호다. 높이 9.17m, 땅위에 지대석과 기단은 4각형으로 20개의 받침돌을 설치하고, 그 위에 각 단 높이 30cm씩 27단의 원통형으로 만들었는데, 362개의 돌로 쌓아올려 세웠다. 362개의 돌은 곧 1년을 의미하는 것이니 달력의 역법을 상징한 것이다.


둥근 하늘과 네모진 땅을 상징하는 첨성대는 땅에서 12단까지는 흙으로 안을 채웠으며, 13단에서 15단에 걸쳐 가로 세로 95cm의 정사각형 창구를 내고 맨 위에는 정(井) 형으로 돌을 얹었다. 그러나 하늘의 기운을 받기 위해인지 꼭대기에는 지붕을 얹지 않았다.


하늘의 천체를 연구하는 천문 관측이 주목적이었다면 하늘과 좀 더 가까운 산꼭대기에 세울법한데, 경주박물관 뒤쪽 담 가까이 있다.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장소 역할을 했기 때문에 왕이 행차하기에 편한 평지에 세운 것으로 여겨진다.

오릉의 신비한 전설

사적 제172호인 오릉은 포석로 오른편에 있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알령왕비, 2대 남해왕, 3대 유리왕, 5대 파사왕의 무덤이 있는 왕릉인데, 이들은 모두 박씨 가문이라, 박씨 왕가의 초기 능묘라고도 일컫는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박혁거세 왕이 신라를 다스린 지 61년이 되던 해 어느 날, 죽고 그 시신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7일 만에 하늘에서 시신이 떨어지면서 오체(五體 ; 머리, 두 손, 두 발)가 되고, 알령 왕비도 죽었는데 왕과 왕비를 함께 합장하고자 하자 큰 뱀이 나타나 방해하므로 오체를 따로 따로 장사를 지내 오릉이라고 일컫는다. 오릉은 아무 장식이 없는 원통 토분인데, 사릉(蛇陵)으로도 불린다.

무덤속 보여주는 천마총

경주시내 곳곳에는 커다란 동산 같은 왕릉들이 즐비하다. 이런 옛 무덤 가운데 그 규모가 큰 고분군을 ‘경주 황남리 고분군’ 또는 대릉원이라고 부른다. 대릉원에는 이런 큰 무덤이 23개가 있고, 숲이 우거진 사이로 산책로가 있어 마치 공원 같은 느낌이 든다.


대릉원 고분군 가운데 공개되고 있는 곳이 보물 제155호인 천마총이다. 1973년 발굴 당시 지금까지 출토된 유물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한 금관을 비롯하여 금모자, 관식, 허리띠, 신발, 각종 장식품 등 유물과 하늘을 날아가는 말이 그려진 말다래가 나왔는데, 무덤의 주인공을 알 수 없어 천마총이라고 이름 붙였다.





유한준

- 現 아동문학가, 시인, 저술가 활동
- 대한언론인회 편집위원 역임
- 前 종교뉴스신문 편집주간
- 前 뷰티투데이 편집국장
- 前 독서신문 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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